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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막 · 7
제천 · 31 여름의 끝에서, 연지 · 63 비얌 · 87 어떤 싸움 · 111 협곡 · 137 목소리, 눈 내리는 날 · 161 구멍 하나 · 193 작가의 말 | 이해받지 못한 감정에 위로가 되기를 · 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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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막」
염전 주인 남편의 폭력과 학대 속에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소금창고에서 더러운 성적 행위를 강요당하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는다. 그녀는 과거 수백 번 도망치려 했으나 섬이라는 환경 때문에 매번 실패했다. 그녀는 과거 농촌봉사활동을 왔던 대학생 K를 잊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게 느린 우체통을 통해 편지를 썼다. 새로운 일꾼이 염전에 도착하면서 소설이 시작되며, 과거의 인연과의 연결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삶을 돌아보게 된다. 「제천」 도살장 환경과 인간의 도덕성이 얽히면서 한 인물이 타락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어린 주인공은 계모의 요구로 정육점을 차린 아버지 밑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소와 돼지를 잡는 일을 맡게 된다. 아버지가 도축에 실패하자 주인공이 대신 도끼질을 하는 등 잔인한 일에 숙련된다. 주인공은 짝사랑했던 소희와 결혼하지만, 계모의 계략으로 소희를 잃고 이후 계모가 데려온 여자와 함께 도살장의 피바닥 위에서 짐승 같은 성행위를 벌이는 등 타락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되고 폭력이 일상화된 삶을 보여준다. 「여름의 끝에서, 연지」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타려던 주인공의 좌절을 그렸다. 아연광산에서 일하는 아버지 덕분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니는 연지는 뛰어난 외모와 학력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꾼다. 연지는 아버지 회사에서 주최한 대학생 간담회에 참석하는데, 그곳에서 대학 서열에 따라 자신과 같은 광부 자녀인 윤이 가장 끝자리에 배치된 것을 보고 세상의 견고한 계층구조를 깨닫는다. 결국 세상이 내민 사다리가 누군가를 태워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을 그린다. 「비얌」 사람 사이에 놓인 욕망과 그 이면의 쓸쓸함을 은유적으로 다룬다. 여자는 신령스러운 돌산 자락에 펼쳐진 돌밭인 메밀밭을 탐내며, 눈먼 노인과 그의 아들에게 자신의 몸을 주고 땅을 얻는 거래를 한다. 아들이 사라진 후 노인은 여자에게 뱀을 잡아오라고 강요하고 학대한다. 여자는 노인의 억압에서 벗어나 영양탕집을 차려 성공하고, 자신을 찾아온 젊은 남자에게 땅 대신 뱀 잡는 일을 맡기며 그를 자신의 욕망 아래 묶어둔다. 「어떤 싸움」 거대한 시스템과 무책임한 위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환갑을 앞둔 농부 정자는 무더위 속에 고장난 냉장고를 인터넷 쇼핑으로 새 냉장고를 주문하지만, 판매사가 부도나면서 물건을 받지 못한 채 할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자는 신용카드사, PG사, 그리고 여러 판매사를 오가며 결제 취소와 환급을 받기 위해 홀로 긴 싸움을 벌인다. 이 싸움은 그녀가 농사일을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벅찬, 거대한 시스템과의 비대칭적인 투쟁임을 보여준다. 「협곡」 ‘부양’이라는 이름 아래 무너져가는 감정을 다룬 이야기이다. 지숙은 치매를 앓는 시아버지를 모시며 감당하기 힘든 수발과 모멸감 속에 갇혀 있다. 그녀는 시아버지의 방해로 친정어머니의 임종과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녀의 고통은 시아버지의 국그릇에서 가래침을 발견하거나 욕실에서 알몸인 채 노인과 마주치며 극대화된다. 결국 지숙은 깊은 산속 협곡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목소리,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가게 주인인 동숙 부부가 군부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렸다. 백 소위라는 군 관계자의 긴급한 팀조끼 주문을 받은 동숙은, 그에게 전투식량을 대리 구매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김호중이라는 업자로부터 5천만 원이 넘는 전투식량을 대량 주문하며 부부는 큰 이익을 기대한다. 그러나 사기범들은 백 소위와 김호중 역할을 번갈아가며 치밀하게 카톡과 전화를 이용해 동숙 부부에게 혼란을 겪게 하고 부부는 결국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잃게 된다. 동숙은 일부 금액을 환불받기 위해 타임머신을 꿈꾸지만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 이 경험은 그녀에게 큰 충격과 불면의 밤을 선사한다. 「구멍 하나」 주인공이 과거의 덮어둔 기억과 결핍을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대학 시절 인연이었던 정우식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과거를 떠올린다. 대학 자취 시절 정우식은 서미자에게 깊은 호감을 보이며 헌신적으로 구애하지만 그녀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복잡한 감정을 품는다. 주인공은 공과의 사랑과 갈등, 서미자의 우정 사이에서 혼란과 상처를 겪는다. 세월이 흘러 정우식과 그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가슴 한쪽에 남아 있는, 말하지 못한 감정들로 인한 ‘구멍 하나’에 대해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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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순의 소설들은 사람이 왜 동물에 속하는지를, 짐승이라 불리어야 마땅한 한낱 숨탄것에 불과함을, 하지만 그것이 ‘인간’으로 지칭되는 존재의 물리칠 수 없는 질료의 하나임을 강변한다. 우리 소설문학의 매우 또렷한 특징인 이것은, 그의 소설들이 지닌, 속악한 세상을 날 것 그대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그려내는 지형도에서 고전의 품격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소설적 문법과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어 손실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짐짓 모른 척,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간다. 그의 이런 ‘속악한 세상 그리기’ 혹은 ‘짐승으로 살아가기’는 표제작 「제천」에서 처절하달 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바닷물을 고아 소금을 만들어내는 공간 「염막」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도 당연히 그렇거니와, 「비얌」과 「협곡」은 물론, 시종일관 차분한 톤을 유지한 「여름의 끝에서, 연지」조차 신분상승의 줄타기에서 처음부터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허망함과 태생적으로 약자는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는 비정한 ‘동물의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경험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케 하는 특정한 공간들에 대한 명징한 묘사는 심봉순의 소설들이 지닌 공통된 미덕이다. - 하창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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