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순의 소설들은 사람이 왜 동물에 속하는지를, 짐승이라 불리어야 마땅한 한낱 숨탄것에 불과함을, 하지만 그것이 ‘인간’으로 지칭되는 존재의 물리칠 수 없는 질료의 하나임을 강변한다. 우리 소설문학의 매우 또렷한 특징인 이것은, 그의 소설들이 지닌, 속악한 세상을 날 것 그대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그려내는 지형도에서 고전의 품격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소설적 문법과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어 손실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짐짓 모른 척,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간다. 그의 이런 ‘속악한 세상 그리기’ 혹은 ‘짐승으로 살아가기’는 표제작 「제천」에서 처절하달 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바닷물을 고아 소금을 만들어내는 공간 「염막」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도 당연히 그렇거니와, 「비얌」과 「협곡」은 물론, 시종일관 차분한 톤을 유지한 「여름의 끝에서, 연지」조차 신분상승의 줄타기에서 처음부터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허망함과 태생적으로 약자는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는 비정한 ‘동물의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경험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케 하는 특정한 공간들에 대한 명징한 묘사는 심봉순의 소설들이 지닌 공통된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