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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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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났네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단념하자. 길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일생이었어.' 내가 말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바다거북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방 안에 모기향도 없고, 홀리오 이글레시아스도 틀어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바다거북의 손에는 트럼프 한 벌이 꼭 쥐어져 있었다. --- p.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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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소설의 효용'을 믿고 있는 한사람의 아주 심플한 작가입니다. 이론이니 주의니 뭐니 하는 것들은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습니다. 뭐가 어찌 되었든 나는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상대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노인이든 젊은이든, 일본 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늘 그 상대의 마음을(혹은 신체를)조금이나마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 p.저자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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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원숭이>에 수록된 작품은, 원래 잡지 광고를 위한 문장으로 쓴 것입니다. 그렇다고 광고 대상인 작품(패션 메이커인 'J 프레스'와 '파카 만년필')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멋대로 짤막한 스토리를 쓰고, 친구인 안자이 마즈마루 씨가 그림을 곁들인,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글들입니다. 물론 양복이나 만년필의 험담을 써서는 곤란하지만(뭐 당연한 일이죠), 그 이외에는 어떤 내용을 써도 무방하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중략).....
자랑은 아니지만, 이런 정도의 얘기라면, 나는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내게 '이런 얘기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아니, '의미가 없다'고 하면, 오해를 부를지도 모르겠군요.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그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의미는 아마도-깊은 수풀 속에 들쥐가 숨어 있는 것처럼-어딘가에 있을 테죠. 내가 그런 스토리를 문득 떠올렸고, 거기에는 내가 그런 스토리를 떠올릴 만한 '필연성'이 반드시 있었을 테니까요. 분명히 들쥐 정도 크기의 필연성이. 그러나 나는, 그 들쥐가 수풀 속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는 말입니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술술 써내려갔다-그것도 신나게 썼다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우리는 우리들대로 즐기고, 들쥐는 들쥐 나름으로 재미있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 p.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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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1995년에 발표한 <밤의 원숭이>는 원래 상품광고의 카피로 사용된 36편의 짧은 글(초단편소설)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광고 대상인 상품―'J. 프레스'와 '파카 만년필'―과는 상관없이 하루키는 짤막한 스토리를 쓰고 일러스트레이터인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림을 곁들였다.
<밤의 원숭이>에서 하루키는 터무니없는 우화 같기도 하고, 무의미한 일상 같기도 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아무런 뜻이 없는 듯하면서도 읽고 나면 묘하게 여운이 남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바로 그의 상상력의 세계이다. 가령 밤마다 찾아오는 바다거북을 쫓는 데엔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노래가 최고야, 뭐든지 따라하는 거미원숭이 때문에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어, 연말 선물 대신 직접 찾아온 여자아이를 어떡하면 좋을까, 사귀던 애인이 갑자기 도넛화해버리더니 이번엔 여동생마저 도넛화해버리다니…… 식이다. 하루키는 '나는 실은, 이런 정도 길이의 짧은 스토리를 아주 즐겨 씁니다. 물론 긴긴 장편소설을 쓰는 작업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틈틈이 이렇게 짧고 재미있고 펑키한 스토리를 쓰다 보면,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집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 또한 이처럼 가벼워진다면 자신은 그걸로 족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은 '소설의 효용'을 믿는 한 사람의 심플한 작가로서, 이론이니 주의니 뭐니 하는 것들보다는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상대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노인이든 젊은이든, 일본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늘 그 상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밤의 원숭이>는 작가의 의도대로 풍부하고 다양한 발상, 기발한 상황 설정, 경쾌한 문장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답고 즐거운 읽을거리로서의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