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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식물의 삶
섞임의 형이상학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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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1부 프롤로그
01 식물 또는 우리 세계의 기원에 대하여
02 생명의 영역 확장
03 식물 또는 정신의 생명에 대하여
04 자연철학을 위하여

2부 잎의 이론: 세계의 대기
05 잎
06 틱타알릭 로제아이
07 열려 있는 바깥에서: 대기의 존재론
08 세계의 숨결
09 모든 것은 모든 것 안에 있다

3부 뿌리의 이론: 천체의 생명
10 뿌리
11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것은 천체다

4부 꽃의 이론: 이성의 형태
12 꽃
13 이성, 그것은 성이다

5부 에필로그
14 사변적 무기 영양에 관하여
15 대기처럼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2

에마누엘레 코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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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nuele Coccia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철학자이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부교수이다. 도쿄 대학교,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뒤셀도르프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방문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 《감각적인 삶(La Vie sensible)》 《식물의 삶(La Vie des plantes)》 《집의 철학(Philosophie de la maison)》 등이 있다. 〈참나무(Quercus)〉(2020, Formafantasma와 공동 제작), 〈물질의 천국(Heaven in Matter)〉(2021, Faye Formisano와 공동 제작), 〈신비의 문(The Portal o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철학자이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부교수이다. 도쿄 대학교,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뒤셀도르프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방문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 《감각적인 삶(La Vie sensible)》 《식물의 삶(La Vie des plantes)》 《집의 철학(Philosophie de la maison)》 등이 있다. 〈참나무(Quercus)〉(2020, Formafantasma와 공동 제작), 〈물질의 천국(Heaven in Matter)〉(2021, Faye Formisano와 공동 제작), 〈신비의 문(The Portal of Mysteries)〉(2022, Dotdotdot과 공동 제작) 등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에도 참여했다. 2019년에는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열린 〈Trees〉 전시에 참여했으며, 23회 밀라노 트리엔날레 도록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들: 미스터리에 대한 소개(Unknown Unknowns: An Introduction to Mysteries)〉를 편집했다. 현재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패션과 철학의 관계를 탐구하는 출판물을 작업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릴 대학교에서 베르그손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성균관대학교 선임연구원 및 부산대학교 HK교수로 재직했다. 맨체스터 대학교 출판부의 《새로운 베르그손(The New Bergson)》 발간 작업에 참여하는가 하면, 국제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사)문화공간 봄’의 대표로서 대중을 위한 인문학과 교양 강좌를 기획 및 진행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는 농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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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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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61.54MB ?
ISBN13
9788962633313

출판사 리뷰

식물의 삶을 이해해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프롤로그에서는 현대 철학이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식물의 삶에서 주체와 환경이 경계 없이 상호 침투하는 생명의 위상학, 즉 섞임(또는 혼합: melange)의 형이상학을 관찰할 수 있음을 밝힌다. 또한 세계를 진정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는 고대 자연철학과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4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잎과 뿌리와 꽃의 이론을 전개한다. 2부 잎의 이론에서는 잎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냄으로써 세계의 모든 생명을 하나로 잇는 매개인 대기를 형성함을 논증한다. 3부 뿌리의 이론에서는 지구 중심부를 향하는 성장력, 즉 태양을 향해 싹을 밀어 올리는 상승력의 반작용을 지닌 뿌리를 통해 자율적 지구란 허상이며, 우리 세계의 중심은 태양임을 주장한다. 4부 꽃의 이론에서는 대기는 물론 곤충, 동물 등 다른 존재와 접촉하며 새로운 생명의 형태를 창조하는 식물의 생식 기관인 꽃이 참된 이성의 모습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5부 에필로그에서는 대학의 출현으로 말미암은 지식의 전문적 분류 체계로는 세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철학은 오직 지식에 대한 사랑으로만 성취할 수 있는 대기적 인식임을 강조한다.

1부 에필로그에서 나타나는 코치아의 문제의식은 세계를 인식하려면 우리의 힘으로는 닿지 못하는 영역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생명체의 중재가 필요한데, 철학이 이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런 생명체의 대표로 식물을 선택한 근거는 식물이 물질적·형이상학적으로 세계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물질적인 면을 살펴보면, 식물은 뿌리부터 줄기 끝까지 세계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동물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이동할 수 있지만 식물은 그럴 수 없다. 또한 식물은 부피에 비해 훨씬 넓은 표면적으로 세계에 최대한 밀착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형이상학적으로 세계와 분리될 수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는 식물이 주체와 환경을 구분하는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존재임을 뜻한다. 코치아는 2부 잎의 이론을 통해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잎이 광합성을 통해 내뿜는 산소는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대기에 섞여 우리 안에 들어왔다가,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가 되어 우리 밖으로 나가며, 이 순환은 계속된다. 코치아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를 감싸는 공기가 우리 안으로 포함되고, 역으로 우리 내부의 것이 우리를 감싸는 것으로 전환된다”. 담는 그릇과 담긴 내용물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식물은 광합성으로 세계의 위상학을 바꾼다. 이때 호흡은 우리가 환경을 관통하는 것과 동일한 강도로 환경이 우리를 관통하는 상태, 즉 상호 침투의 상태에 잠기는 것이며 이것이 코치아가 주장하는 생명의 속성이자 세계의 속성이다.
물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바닷속 물고기는 물과 분리될 수 없다. “바다를 구성하는 물은 주체인 물고기와 대면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고 그것을 관통하고 빠져나간다." 이때 물이라는 유체 속에 있는 물고기는 대기 안에 있는 우리와 같다. 이 유체 속 주체들과 세계의 상호 침투는 “공간에 끊임없이 변주되는 복합 기하학을 부여한다." 우리는 공간을 채우는 음악에 잠겨들 듯 대기에 잠겨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식물이 창조하는 대기 안에 잠겨 있으며 숨 쉴 때마다 섞임의 형이상학(위상학)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상호 침투를 무한히 반복한다. 생명이 살아 있으려면 이렇게 주체와 환경이 서로 활발히 침투하는 역동적 긴장 상태가 이어져야 한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은 각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상호 침투하는 이런 현상을 ‘완전 혼합’이라 일컬었다. 호흡을 통해 완전 혼합을 이루는 생명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 주체와 환경을 포괄하는 보편성을 띤다. 이 보편성은 이성 혹은 언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잎을 통해 성취된다.
코치아가 환경이나 주변 세계라는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생명은 본질적으로 일체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자연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세계에서 “모든 것이 모든 것 안에 있다”고 말했으며, 뉴턴과 라마르크를 비롯한 여러 학자도 호흡을 생명이자 세계의 통일성으로 봤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주변 세계와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과학과 철학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사물과 생명체를 분류하고 정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코치아는 ‘인류세’라는 개념도 같은 오류, 즉 인류를 환경과 떼어놓으려는 오류에 빠진 것임을 지적하며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기하학을 사유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이어서 코치아는 우리의 인식을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하는 것만이 정당한 철학의 유일한 형식임을 역설하는데, 그 근거는 3부 뿌리의 이론에서 제시한다. 우리는 흔히 뿌리를 대지와 연결된 안정성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코치아에 따르면 이는 거짓이다. 비록 지난 수십 년간 땅에 대한 애착(지구중심주의)이 생태학과 시민 운동의 실천 및 이론에 기반이 돼주었지만, 이는 태양을 망각하는 일이다. 자율적인 지구란 존재하지 않으며 지구에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태양이다. 그리고 뿌리야말로 그 살아 있는 증거다. 뿌리가 대지를 파고드는 것은 흡수한 태양 에너지를 지구 깊은 곳까지 전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런 에너지, 즉 식물이 포착해 유기물로 변화시킨 태양 에너지를 섭취한다. 지구는 생태학이 전제하는 것처럼 안정적 지면이 아니라 대기이자 우주의 일부인 천체이며, 우리는 땅 위에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우주를 끝없이 부유하는 별의 존재들이다.
4부 꽃의 이론에서는 이성의 새로운 형태는 꽃을 통해 나타난다고 말한다. 우선 꽃은 섞임의 능동적 도구다. 꽃은 식물의 삶이 색채와 형태의 유례없는 폭발로 나타나는 장소이자, 자신과 타자(예: 수분을 돕는 곤충, 동물, 사람)의 경계를 허무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스토아 학파는 자기 전유, 즉 동물은 탄생 직후 자신을 지각하고 익숙해진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자웅 동체 꽃들은 오히려 반대로 자가 수정을 방지하기 위한 면역 체계를 개발한다. 동시에 꽃은 유기체의 재생산을 위한 감수 분열과 함께 돌연변이와 죽음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도 꽃이라는 장소에서 흐려지는 셈이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은 씨앗(종자)에 이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가 오면 마치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고 있는 듯 싹을 틔우고 자라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명 활동을 통해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식물의 지각은 물질과 정신의 경계도 무너뜨린다.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자연철학자 로렌츠 오켄(Lorenz Oken)은 스토아 학파의 명제를 급진적으로 일반화해 꽃은 식물의 성적 기관이면서 핵심적 신경 기관(뇌)이고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동물의 뇌도 성과 동일하다. 이렇게 물질과 정신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이성은 더 이상 실재를 추상으로 환원해 최종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불변의 동일자가 아니다. 이성이 꽃이라면 생명의 형태를 변화·증식시키는 우주의 운동을 가리키게 되며, 생명체들은 이성을 통해 존재와 정체성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우주적 혼합의 행위자가 된다.
마지막 5부 에필로그에서는 현재 학계를 지배하는 엄격한 분류표, 즉 “모든 지식 대상에 오직 하나의 적합한 학문 분야만을 강제하며, 반대로 모든 학문 분야에는 인식하기에 적절한, 정해지고 제한된 수의 대상과 질문만이 있다”는 인식은 세계의 본질과 무관한, 학자 사회가 쥔 권력의 산물이며, 세계가 생명의 역동적 혼합이라면 세계에 대한 인식인 철학은 그 구조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세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대상과 형식을 구분 짓지 않는, 지(知)에 대한 강렬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사랑으로만 성취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식물의 삶이 지금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코치아는 생명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자연철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유를 우아한 은유로 대담하게 밀어붙인다. 철학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그의 논증은 음악, 집, 동물 등 친숙한 예시를 활용하며 감각적이다. 또한 다양한 문헌을 종합해 자신의 사상을 창조함으로써 문제를 돌파하는 신선한 생각의 힘이 탁월하다. 이 책에 나타난, 생명의 상호 침투성·내재성·유동성에 대한 코치아의 사유는 후속작 《메타모르포시스》에서 꽃핀다.
그의 철학적 사유는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물아일체라는 불교적 철학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데, 코치아는 우리로 하여금 식물의 삶을 상상하도록 함으로써 이 철학을 미래와 연결한다. 모든 생명은 나와 구분되지 않는 하나임을 역설하는 그의 철학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기후 위기의 시대에 절실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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