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141작가 문장, 필사책
개성있는 소설가 문장 따라쓰기
가격
20,000
10 18,000
YES포인트?
1,0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변경
배송비?
무료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분야의 이벤트

책소개

목차

발간사┃「141작가 문장, 필사책」_김영두
격려사┃괴테의 ‘색채론’과 문학의 역할_김호운

아름다운 영가┃한말숙 … 16
아이누 아이누┃정연희 … 20
이승의 한 생┃김지연 … 24
물위의 상주┃이수남 … 28
구름 관찰자┃김신운 … 32
대발해┃김홍신 … 36
뿌리┃이광복 … 40
아버지의 녹슨 철모 외┃김호운 … 44
그리운 밤섬┃김영두 … 48
이화령┃강해원 … 52
물의 윤회┃이목연 … 56
우아한 도발┃김창식 … 60
왼손잡이 아내┃채종인 … 64
비상飛上┃강시문 … 68
하얀노을┃강인수 … 72
이카로스 소년의 야간비행 외┃강태근 … 76
인생은 수면 위 물방울이런가┃고천석 … 80
어느 날 외┃곽영애 … 84
박 씨의 돌 외┃구자인혜 … 88
대통령의 저주┃권광욱 … 92
덕혜옹주┃권비영 … 96
내가 참 녹주綠珠니라┃김광수 … 100
돌아온 나의 목마┃김광욱 … 104
전시작전권은 어디로! 한반도 분단의 이유┃김동형 … 108
기억의 분식집 외┃김명석 … 112
해어화 그대┃김범선 … 116
인천강 모래톱 사람들┃김상휘 … 118
민달팽이 외┃김성금 … 122
낙타의 시간┃김성달 … 126
청보리┃김성렬 … 130
불온한 외출┃김영범 … 134
꿈 외┃김영익 … 138
삼작三作 노리개┃김영탁 … 140
신풍구금┃김영한 … 144
망부가┃김영희 … 148
화사畵師, 의겸의 생각┃김용필 … 152
다카마스에서의 혼욕┃김유조 … 156
잘가 나의 별똥별 외┃김은신 … 160
대서양의 민들레┃김종찬 … 164
울 엄마┃김종화 … 168
부활의 꽃┃김진명 … 172
손이 없는 날 외┃김학섭 … 176
탈피 외┃김현삼 … 180
엽흔┃김현진 … 184
하루꼬┃김호진 … 188
우담바라┃남지심 … 192
물의 귀환┃류 담 … 196
살아야 할 이유┃류재순 … 200
장다리꽃 외┃문선희 … 204
강의 문서 외┃박규현 … 208
17.5페이지 외┃박서영 … 212
덤으로 사는 무게┃박정수 … 216
해리┃박종규 … 220
엄마┃박충훈 … 224
요꼬하마의 하얀 손수건┃박혜숙 … 228
비상하는 밤 외┃박혜원 … 232
살계殺鷄┃박 황 … 236
13월의 여인┃박희주 … 240
바람이 불어 외┃박희팔 … 244
에스프레소, 판나콘타┃방안나 … 248
돌고지 연가┃방영주 … 252
젊은 날 이야기┃방 은 … 256
컵 외┃방현일 … 260
땅 끝에서 만나다 외┃백일기 … 264
몸의 시간┃백종선 … 268
하우스푸어 탈출기┃백지영 … 272
꿈꾸는 새 외┃서기향 … 276
날마다 시작┃서용좌 … 280
워라말 타신 당신┃서지원 … 284
아빠의 면접소동 외┃성지혜 … 288
드래그Drag┃손경형 … 292
안면도 여행┃손정모 … 296
이태원에는 천 개의 바람이 분다 외┃송경화 … 300
하얀 눈의 발자국┃송기봉 … 304
그리움 외┃송인자 … 308
서랍 안 오후┃신미경 … 312
메갈로돈 여자┃신미송 … 316
반가사유상┃신상성 … 320
인생 갑자(1924년)생┃안문현 … 324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안 영 … 328
반야용선┃안중익 … 332
결혼 자격시험 외┃안지용 … 336
다 지나가리라┃양창국 … 340
무거운 침묵┃오석영 … 344
영자가 시로 장원하던 날 외┃유영자 … 348
들불┃유현종 … 352
花柳演義(화류연의)┃윤원일 … 356
피뿌리 풀 외┃윤중리 … 360
0시 5분 전 외┃윤진상 … 364
까지의 덫 외┃윤찬모 … 368
시계소년┃이광희 … 372
떠남의 품위┃이기윤 … 376
꽃말 러브레터┃이병선 … 380
문노 외┃이병숙 … 384
아담의 추억 외┃이선구 … 388
눈물방울┃이송연 … 392
가고 또 가고┃이신현 … 396
어머니의 꽃밭┃이애연 … 400
기다린 여울┃이영백 … 404
순례자의 노래┃이영숙(부산) … 408
별천지 외┃이영숙(광주) … 412
아내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았고┃이영철 … 416
푸른 우체통 외┃이월성 … 420
란 외┃이윤협 … 424
스타 탄생 외┃이은집 … 428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인록 … 432
강변에 일던 바람┃이인우 … 436
부서진 세월의 흔적┃이재연 … 440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 외┃이정은 … 444
사말四末과 환생還生┃이정희 … 448
주름 만들기 외┃이진-정환 … 452
스카이웨이 속 겨울 씀바귀┃이창대 … 456
호텔 캘리포니아┃이충호 … 460
사랑에 관한 6가지 단상 외┃이란 … 464
잃어버린 바다 외┃정기옥 … 468
떠오르는 지평선┃정대재 … 472
강구 가는 길 외┃정성환 … 476
잃어버린 시간┃정수남 … 480
소리 공양┃정재영 … 484
명동 주민센터 찾아가다┃정혜련 … 488
이웃사람 엄달호 외┃조건상 … 492
부평초 외┃조진태 … 496
사설시조 소설 롱스커트┃주영숙 … 500
그 하루 무덥던 날┃차호일 … 504
아버지는 풍금을 치고┃채수정 … 508
계단 아래┃최성배 … 510
그녀의 수다 속에 그의 검색창이 열리고┃최외득 … 514
묵주 외┃최임수 … 518
애플망고┃최정원 … 522
폭설주의보┃최창중 … 526
라스트 댄스┃최태식 … 530
1862, 외┃최희영 … 534
직지 외┃표성흠 … 538
부추꽃의 이상과 환상┃표중식 … 542
지상과 지하의 무의식적 고찰┃한보영 … 546
고리┃한상윤 … 550
하늘의 부표┃한창규 … 552
벙어리 뻐꾸기┃형경숙 … 556
바람과 사슬 외┃홍석영 … 560
바람의 계절 외┃홍영숙 … 564
물봉선과 쑥부쟁이┃황용수 … 568

저자 소개 1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관심작가 알림신청
 
한말숙 정연희 김지연 이수남 김신운 김홍신 이광복 김호운 김영두 강해원 이목연 김창식 채종인 강시문 강인수 강태근 고천석 곽영애 구자인혜 권광욱 권비영 김광수 김광욱 김동형 김명석 김범선 김상휘 김성금 김성달 김성렬 김영범 김영익 김영탁 김영한 김영희 김용필 김유조 김은신 김종찬 김종화 김진명 김학섭 김현삼 김현진 김호진 남지심 류 담 류재순 문선희 박규현 박서영 박정수 박종규 박충훈 박혜숙 박혜원 박 황 박희주 박희팔 방안나 방영주 방 은 방현일 백일기 백종선 백지영 서기향 서용좌 서지원 성지혜 손경형 손정모 송경화 송기봉 송인자 신미경 신미송 신상성 안문현 안 영
한말숙 정연희 김지연 이수남 김신운 김홍신 이광복 김호운 김영두 강해원 이목연
김창식 채종인 강시문 강인수 강태근 고천석 곽영애 구자인혜 권광욱 권비영
김광수 김광욱 김동형 김명석 김범선 김상휘 김성금 김성달 김성렬 김영범 김영익
김영탁 김영한 김영희 김용필 김유조 김은신 김종찬 김종화 김진명 김학섭 김현삼
김현진 김호진 남지심 류 담 류재순 문선희 박규현 박서영 박정수 박종규 박충훈
박혜숙 박혜원 박 황 박희주 박희팔 방안나 방영주 방 은 방현일 백일기 백종선
백지영 서기향 서용좌 서지원 성지혜 손경형 손정모 송경화 송기봉 송인자 신미경
신미송 신상성 안문현 안 영 안중익 안지용 양창국 오석영 유영자 유현종 윤원일
윤중리 윤진상 윤찬모 이광희 이기윤 이병선 이병숙 이선구 이송연 이신현 이애연
이영백 이영숙 이영숙 이영철 이월성 이윤협 이은집 이인록 이인우 이재연 이정은
이정희 이진-정환 이창대 이충호 이란 정기옥 정대재 정성환 정수남 정재영 정혜련
조건상 조진태 주영숙 차호일 채수정 최성배 최외득 최임수 최정원 최창중 최태식
최희영 표성흠 표중식 한보영 한상윤 한창규 형경숙 홍석영 홍영숙 황용수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572쪽 | 152*225*35mm
ISBN13
9788961385664

책 속으로

여객기가 김포에 도착한 것은 해질녘. 그네는 동작동 강언덕에서 택시를 돌려 보냈다. 떠나기 전, 다시는 녹을 일 없어 보일만큼 꽁꽁 얼어붙었던 한강이 몸을 풀었다. 강물 깊은 곳에서부터 얼음이 풀리고, 겨우내 두껍게 얼었던 얼음이 깨어져 유빙은 강폭을 메우며끝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성엣장은 그렇게 흘러가면서 녹아가고 강물은 얼음덩이를 말없이 받아 안고 흘러갔다. 넘실넘실 흘러가는 얼음덩이, 길고 긴 겨울, 얼음에 갇혀 죽은 것 같았던 강물은 때가 되면 제 몸을 풀어 저렇게 너울너울 흘러간다. 자신이 치쌓은 감옥에서 수치심으로 단단하게 다져졌던 성벽도 허물어질 때가 있을까. 죄, 쌓이고 쌓여라! 세상에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헛되이 저지른 것이 죄라면 죄야, 한껏 불어나라, 목구멍에 찰 때까지 불어나라! 가득 차서 더 들어갈 자리가 없을 때, 터지라, 폭발하라, 폭발하라! 죄도 자산이 될 수 있는 삶이 있음에, 이 세상은 한번 살아볼 만한 곳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존재의 심연에 시퍼렇게 살아있던 자아, 헛되고 헛된 것에 매달렸던 그 시퍼런 자아.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 정연희 단편 「아이누 아이누」 중에서

그는 호적도 성도 이름도 없어 어디를 가든 사회적 인간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 쇠봉을 몸종처럼 부리던 강 부잣집 두 아들이 군에 입대할 때도 그는 족보가 없어 징집호출을 받지 않았다. 지리산 속의 산청군 삼장면의 여승 암자에서 절머슴으로 살고 있지만 어떤 기록에도 없는 사람이었다. 살아도 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현실에 의외로 절망하지 않았다. 절망하기보다 웃도는 기분은 완벽한 자유스럼에의 희열이었다. 울창한 숲속의 수만 그루 나무 중의 한 그루 나무가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대지와 물과 하늘을 누비는 생명 있는 모든 만물 중의 하나일 뿐으로 세상에 태어나 원천의 자유를 누리는, 자연의 한 부분인 자신은 오히려 진정 복받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무는 땅속에 박혀있어 그곳에서만 삶을 다하고 산동물은 자유롭되 말을 하지 못하며, 불공 올리려 찾아오는 수많은 중생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제도권에 기인된 인생극으로 다난하고 고달퍼 보였다.
--- 김지연 단편 「이승의 한 생」 중에서

아들아, 떠나기 전에 쓴다.
나는 지금 천천히 소멸해 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소멸해 가는 것을 슬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이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기억들, 이른 봄 대지를 물들이는 연둣빛 신록, 여름날 소나기에 씻긴 갈맷빛 산자락, 초추의 양광, 소나무 숲에 이는 바람 소리, 주택가의 오래된 아스팔트, 나귀가 방울을 딸랑거리며 돌아오는 호젓한 산길, 발가락을 간질이며 빠져나가는 바닷가 모래의 감촉, 따뜻한 바닷물에 몸을 적시는 순간의 행복감…. 이것들은 내 몸이 간직한 오래된 기억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것들이 내 몸에서 천천히 소멸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기억은 사라져가고, 그 빈 곳을 공허가 채우고 있다. 젊은 날에 읽었던 명작들, 그 속에 깃든 불멸의 영혼들, 「이방인」에서 뫼르소오로 하여금 아랍인을 쏘게 했던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 도스토에프스키의 주인공들이 고뇌하며 배회하던 러시아의 우울한 도시들, 인생을 커피 스푼으로 되질해 나누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어른거리는 T.S 엘리어트의 「황무지」, 에밀리 브론테의 사철 바람 부는 「폭풍의 언덕」, 윌리엄 포크너의 가상의 도시 요크나파토파 군의 「가문 9월」, 카프카가 「변신」에서 묘사한 기괴한 현실, 고래들이 거친 숨을 내뿜는 「백경」의 위험한 바다…. 그것들 또한 내 몸에 들어온 오래된 기억들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 기억들이 내 몸에서 점차 소멸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소멸해 간다는 것…, 망각의 밤이 찾아오리라는 것…, 그것을 더욱 견고한 어둠이 휩싸리라는 것…, 아들아, 떠나기 전에 이렇게 쓴다. 나는 그 예감들이 두려운 것이다.
--- 김신운 장편 「구름 관찰자」 중에서

공주께 올립니다.
아! 금강산, 무변 광대의 장엄과 천태만상의 경승이 정녕 천상이었소. 열흘 만에 금강을 보았다 함은 털끝으로 태산을 움직였다 함이요, 비로봉에 오르고 천선대에서 하늘을 보고 구룡폭포에서 물 마시고 해금강에 발 디뎠다 하여 금강을 아는 체하는 것은, 두 눈 감고 천상의 신비를 보았다고 우기는 것이리오.

어느 문장가가 감히 필설로 형상할 수 있으리오. 침묵으로 천의무봉의 위용을 느끼며 심연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엄숙과 묵비로 금강을 맞아야 하리오.

세상에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조화가 스며 있는 금강의 절세 풍광은 부처님 열반의 광엄이 아니면 천선의 태초 가름이더이다. 속기 있는 자가 밟아서는 아니 되고, 가슴이 옹졸한 자 발 디딜 곳 아니며, 신필이 아닌 자 논해서 아니 되고, 천지조화 모르는 자 비유해서 아니 될 것이오. 나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차마 금강산을 보았다 말할 수 없어 그저 금강의 내음을 맡았노라는 티끌 견문을 전할 따름이오.

밤새 바다를 가르며 남으로 달려와 배를 멈추고 바라보니 동터 오르는 햇살로 사위가 고즈넉했소. 마을 너머로 아슴아슴 산자락이 펼쳐졌는데, 눈 덮인 수정봉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구름이 휘감은 바리봉이 스님네 공양 그릇 엎어 놓은 듯하더이다. 옆으로 천불산이 깎아지른 듯 솟아 있고, 된 바람은 뱃전을 사정없이 때리더이다. 선상에서 숨을 가다듬으며 문득 구름에 가린 흰 산자락이 미림공주처럼 보여 그리움이 북받쳤소.
--- 김홍신 장편 「대발해」 중에서

나는 화분을 들고 밑을 확인했다. 정수리가 움푹 들어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그 화로가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제실 관리인 말처럼, 전방도 아닌 이 평화로운 시골에서 철모를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이게 너 애비다.”라고 하던 할아버지 말이 환청처럼 들렸다. 그때 할아버지는 이 말을 하고서 세차게 담뱃대를 빨아대었다. 왜 그랬을까? 아들의 유품이라 생각했다면 고이 보관했을 텐데, 왜 뜨거운 불을 담는 화로로 사용했을까. 할아버지의 심정을 알 길이 없다. 부모보다 앞서 세상을 뜬 자식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아니면 죽은 자식에게 뜨거운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을까? 새삼스레 할아버지의 그런 행동에 대해 깊은 의문이 들었다.
--- 김호운 단편 「아버지의 녹슨 철모」 중에서

한강 하류에 위치한 밤섬은, 강물이 하류로 내려오면서 유속이 느려져서 생긴 삼각주이다. 이끼와 풀만이 늪에서 자란다고 한다. 물가에는 회갈색 수피로 운치를 더한 사스레피나무가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있고, 죽었기에 차라리 신령스럽고 의연한 주목이 쓰러져 있다. 심재가 유난히 붉은 주목의 그루터기에는 타락한 독버섯이 요염을 자랑한다. 늪의 신비한 기운은 섬 전체를 촉촉하게 덮고 있는 이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달밤에는 바늘같이 긴 씨방을 가진 바늘꽃이랑 촛대처럼 하얀 꽃이 달린 촛대승마가 젖처럼 흐르는 달빛에 목욕을 하리라. 새들의 둥지가 있고…… 그리고 무엇이 있을까.

나는 사철 푸른 이끼로 덮여있는 밤섬을 바라본다. 한 밤중에 강가에 매어있는 작은 배를 훔쳐 노 저어 가볼거나, 헤엄쳐 가볼거나. 밤섬엔 철새가 날아오고 희귀식물이 자란다. 늪에 발이 빠지지 않을 만큼 몸무게가 가벼운 외계인이 살고 있단다. 풍선처럼 바람에 휩쓸려 다닐까, 아니면 수수깡 같은 배를 전갈처럼 땅에 깔고 기어 다닐까. 지구에 불시착한 부상당한 외계인은 착한 인간의 도움을 기다릴 거야. 나는 그 물체가 지렁이의 배설물을 먹고, 도마뱀 같은 네 다리에 물갈퀴가 달렸고, 외각 뿔에 외눈박이라 해도 만나고 싶다. 외계인은 어린 왕자처럼, 길들여진 나무에게 열심히 물을 주겠지. 다람쥐처럼 겁이 많고 눈물이 헤프지나 않은지…….

나는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 밖에서 밤섬의 낙원을 그린다. 내 접근을 제지하는 방해물은 강물인가, 출입금지의 팻말인가, 아니면 밤섬으로 향한 덜 자란 염원인가. 나는 왜 금단만을 탐하는가.
--- 김영두 장편 「벚꽃이 진다 해도」 중에서

…세월이 정상의 커다란 암벽을 쪼아 이렇게 많은 돌들을 아래로 흘려 내렸을 것이다. 다시 세월은 이 돌들을 계곡을 따라 흐르게 하고 영강의 질 좋은 오석이 되게 하고 삼강, 낙동강의 조약돌이거나 모래이다가 하구의 티끌로 사라지게 할 것이다. 모두는 과거 속에 살지 말아야 했다. 지난 기억을 못 잊어 한으로 키우며 살아가는 건 허망한 노릇이다. 아쉬운 대로 아래로아래로 흘러보내야 했다. 그녀 할머니가 새재의 솔잎 스치는 쓸쓸한 겨울바람 소리를 못 잊어 한 것은, 그래서 더욱 부당하고 딱하다. 나는 무엇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이곳을 헤매는가.

혜국사로 오르는 갈림목쯤에서부터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구웅 구웅. 눈 온 밤. 산이 우는 소리처럼 징소리는 발바닥과 다리를 타고 나를 울린다. 지심을 울리는 듯한 그 소리는 가슴까지 공명시키더니 이제 내 정신마저 들먹인다.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숨이 목까지 차오를 때서야 나는 여궁폭포에 닿는다.

너무 높아 아득한 여궁폭포의 물줄기는 무성한 나무 사이를 뚫고 깎아지른 암벽의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그 거대한 물줄기는 곧장 검푸르게 소용돌이쳐 깊이를 알 수 없는 소를 만든다. 소용돌이치는 파랑소 가장자리의 조그마한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뽀얀 계란같이 동그랗게 응집된 불빛은 그들을 감싸고 있는 듯 침범해 드는 어둠을 완고하게 밀어내고 있다. 소리는 그러나 그것뿐이 아니다. 높은 하늘에서 부서져 내리는 폭포의 광포한 물줄기는 천지를 진동하듯 포효한다. 그 폭포음을 뚫고 징소리가 울려온다.
--- 강해원 단편 「이화령」 중에서

햇살이 깨진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오랜만에 나온 햇살은 무릎 높이로 쌓인 눈을 무대 삼아 맘껏 조명을 비추고 있다. 서로 쏘아대는 레이저 빛의 산란. 법당 앞 목련 가지 끝에 매달린 살찐 물방울이 추락을 두려워하듯 머뭇거린다. 홀로 예불을 드리고 나오던 나는 법당문에 기대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물방울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방울의 윤회는 짧다. 자라난 물방울이 몸을 떨군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물이 들이찬다. 몸을 부풀린 물은 금방 살이 오르고 또 떨어져 내리고. 왜 다른 지점이 아닌 그 자리로 물이 모이는 걸까. 미리 나 있는 길을 따라가는 게 쉽다는 걸 물길도 아는 것인가.

아직 길을 만들지 못한 나의 삶. 정확한 궤도를 모르는 나의 길, 나의 기도, 나의 수행도 저렇게 차오르는 물처럼 언젠가는 길을 만들까. 업을 쌓을 틈 없이 금세 커지는 물방울이라 그런가, 속까지 투명하고 영롱하다. 그렇게 맑게 고였다 지는 물방울이, 그들의 짧은 한살이가 몹시 부럽다. 문득 당신의 소리가 들린다.

그 자리로 물이 흘러들어 모이는 것이 업 아닐까요. 그렇게 물방울 맺힌 곳에서 움이 트고 싹을 밀어내는 것도 나무의 인연이고 쌓인 업 아니겠습니까. 또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한살이가 과연 짧고 맑기만 할까요.

나는 피식 웃는다. 나도 모르게 아직도 이렇게 당신에게로 마음이 흐른다. 저 물방울처럼 금방 툭 떨어져 내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을 흩트리기 위해 법당을 나선다. 추녀에서 낙수가 떨어지며 고무신 위로 튀어 오른다. 만세를 부르는 아이들 같다.

--- 강해원 단편 「곁불」 중에서

추천평

(사)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에서 새로운 작품집 「141작가 문장, 필사책」을 펴냅니다. 이번 작품집은 좀 색다르고 낯섭니다. 작가들이 자기 작품 가운데 중요한 문장을 제시하고, 독자들이 그 문장을 필사로 옮겨 쓰는 책입니다. 보통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째로 옮겨 쓰는 독자들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작가들이 먼저 자기 작품에서 기억할 만한 문장을 발췌하여 필사토록 배려하는 책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 김호운 (소설가,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141작가 문장, 필사책」은 읽는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쓰는 행위를 통해 문학을 더 깊이 체험하게 합니다.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독자는 작가의 호흡과 감정의 결을 느끼고, 자신의 삶과 겹쳐 사유하며 문학을 한층 더 가깝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

141명의 작가가 남긴 문장은 곧 우리 문학의 얼굴이자 목소리입니다. 한 줄 한 줄이 시대의 기억이고, 독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이며, 앞으로도 꺼지지 않을 문학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 김영두 (소설가, (사)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회장)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8,000
1 1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