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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쉼표
김옥순 교육 시집
김옥순
쉬는시간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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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꽃 필 때가 너에게 봄

만손초
꽃 필 때가 너에게 봄
고슴도치에게
손님
맛있는 벌
내게는 너무 큰 것
하늘
매점
운동회에서
엄마 별이 간절하게 빛나는 이유
가을 오후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세상의 중심
너의 이름은
사월의 비가

2부 세상 가득 넉넉한 그늘이 되어

핫초코 한 방울
김옥순전
이상한 어머니께
선물
김 선생이 아이에게
김밥을 먹으며
코로나19 속에서, 꽃이 지다
옥순이 딸
색동 보따리
물Lee 선생님
가시
보물
첫물
코로나19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꽃마리

3부 그래도 엄마가 좋다

엄마의 손
엄마의 틀니
마지막 이별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 수염을 자르며
너를 보면 엄마가 다시 그리워져
그래도 엄마가 좋다
엄마의 꽃동산
아침 풍경
포기
엄마의 땅
아름다운 치매
기린초
어느 재두루미의 사랑
떨어진 동백꽃처럼

4부 부칠 수 없어 별이 되는 편지

겨울 해
오월의 연가
바람
나의 노래
상사화
재미난 우연
헤이그, 이준 평화 기념관을 나오며
장미에게
편지
아침으로 가는 길
고향 친구
고비
고구마
삼월의 눈
풍경

시인의 자전적 산문

나는 정원사였다

저자 소개 1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서 태어났다. 1986년부터 현재까지 영양여자고등학교에서 사십 년간 재직 중이다. 2022년 2월 《영남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영양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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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76g | 142*210*10mm
ISBN13
9791199541658

책 속으로

그렇게 버린 화분에서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피었다
향긋하고 고운
난초꽃이 피었다

너무 미안해서 낯이 붉어졌다
버려도 버려지지 않고
꽃을 피운 아이
목마를까 가끔 물만 주었는데
버려지지 않고 꿈을 키웠다

버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중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
김 선생에게 돌아와 더 큰 가시가 되었다
아이에게 말했다
그런 뜻은 아니었지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고

마침내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귀신처럼
가시가 사라졌다
--- 「가시」 중에서

아부지만큼 나이 먹어
그때를 떠올린다
끝없는 농사일에 지쳐
돌아눕기도 힘드셨던 울 아부지
그때는 몰랐다
아부지 어깨보다
네 손이 약손이라는 칭찬에 신났지만
이불 속에서 꼼지락꼼지락
제 손가락 아픈 줄만 알았다
--- 「그때는 몰랐다」 중에서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어여쁜 신부 되어
인생의 새 터 일구었네
올망졸망 오 남매 낳아
조용할 날 없이 살았지만
고단하다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가꾸어
튼튼하고 넉넉한
엄마의 성 이루었네

이제 몸져누운
일인용 병상
발 디딜 일도 발 디딜 곳도 없어
우리 엄마는 공중 부양 중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아픈 몸 뉘었네
세상에 다 내어놓고
돌아누울 곳 없는
그곳만이 오직 엄마의 땅
--- 「엄마의 땅」 중에서

초여름 햇살이 눈부셔
바위틈에 살짝 숨었는데
지나가던 바람이 살랑살랑

간지러워
터져 버린
샛노란 웃음
--- 「기린초」 중에서

하늘 꼭대기에서
몸을 던졌다

무한 공간

휘휘 날아
내려앉은
가장 낮은 자리
잠시 앉았다
찰나에 사라지는
삼월의 눈은
잊혀진 사랑처럼
허망하다
--- 「삼월의 눈」 중에서

그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죽도록 충성했건만
자신을 버린
주인을 그리는가
하늘보다 가혹한
인간의 법칙 앞에
모든 걸 맡긴 채

비는 쏟아지는데
번개 같은 네 발로도
달릴 수 없는
본능이 갇힌 곳에서
자유로운 한숨만이
철망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 「풍경」 중에서

출판사 리뷰

꽃 같은 산골 아이들과
함께했던 사십 년.
웃을 일도 많았지만
울 때도 있었다.
이제 돌아보며
생각해 보니
그 모두가 내겐
사랑이었다.

2025년 겨울
김옥순

추천평

시인은 스스로 “정원사”라고 고백한다. 온갖 꽃들이 자라는 꽃밭, 그 꽃들을 어루만지며 다듬어 키우는 “정원사”는 ‘교사’의 다른 이름으로 걸맞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날/햇살 소복소복 내리 쌓이던/시골집 토담에 기대앉아/친구에게”(「김옥순전傳」) “나는 커서 선생님이 될 거야”라고 속삭이듯, 그러나 다부지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던 시인은 그예 농촌 벽지의 교사로 평생을 살았다. 앳된 초임 교사가 어느덧 한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을 거쳐 퇴임에 이르렀다.

그동안 시인은 숱한 꽃들을 가꾸어 세상 밖으로 떠나보냈다. 개중에는 “온몸의 가시를 수시로 세우”(「고슴도치에게」)던 꽃도 있었고 “늦게 피는 꽃”(「꽃 필 때가 너에게 봄」)도 있었다. 멀리 영양으로 홀씨가 되어 날아온 “서울 촌놈” “대구 촌놈”(「세상의 중심」)들이 있었고 “버려도 버려지지 않고/꽃을 피운 아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들이 있었다.

시인은 온갖 꽃들이 피고 지는 교정에서 시심詩心을 잃지 않는 정원사로 꽃들의 길을 열어 주는 호미질을 하며 어쩌면 스스로 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틈틈이 정원 일기처럼 써 온 시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많은 순간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무엇’은 정작 자신을 위한 것이기가 십상이다. 시인의 웃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밝은 웃음을 피울 수 있단 말인가! - 피재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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