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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멍충한
한승재
열린책들 20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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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검은 산
지옥의 시스템
직립 보행자 협회
한물가버린 이름
비둘기 파티 1
비둘기 파티 2
자살에 의한 타살
사후의 인생

에필로그
불필요할 수도 있는 독후감

저자 소개

저자 : 한승재
비공인 소설가. 젊은 건축가. 유명 건축 회사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일하다 열린책들과 출판 계약이 된 무렵(시기만 일치) 과감하게 퇴사했다. 전 직장 동료들과 [푸하하하 프렌즈(FHHH)]라는 건축 설계 사무소를 열어 재미있게 건축 일을 하고 있다. 2014 김해 건축 대상 수상, 2015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27인에 선정되었다. 수시로 머릿속에 밀려들어 오는 이상한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 모으고 있다. 자비 출판한 책을 길거리에서 팔아 보기도 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28g | 128*188*20mm
ISBN13
9788932916972

책 속으로

나는 버스 단말기에 열쇠를 찍고 불필요할 정도로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는 일종의 몹쓸 버릇을 그만두고, 최대한 무심하게 목적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동안의 걱정과 노력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듯 대기업이라는 목적지에 한 자리를 얻게 되었다. 내 이력이나 학벌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현실의 기쁜 일이 비현실 세계의 뽀얀 속살보다 훨씬 더 기쁘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버스 정류장이나 할아버지의 검은 산 이야기는 어릴 적 아팠던 기억처럼 굳어진 채로 남게 되었다.
---「검은 산」중에서

인간은 신체적으로 성공했으나 사자나 거미, 혹은 구더기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인간은 우월한 지능과 손가락과 직립 보행 능력을 가졌으니 다른 짐승들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눕고 싶은 곳에 누울 수 없고,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잘 수 없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해야 옳은 것이다. 진정 이토록 불행한 생물이 과거에도 있었을까? 혹은 미래에도 존재할까?
---「직립 보행자 협회」중에서

나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가끔은 큰 결함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인정한다. 나는 또 다른 고민의 늪에 빠져 버렸지. 이름이란 어쨌든 상념을 쫓는 초라한 뒷모습일 수밖에 없음을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어떤 의미로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어. 이 세상 모든 이름은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떠한 오마주로 굳게 자리하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은 이름은 없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물가버린 이름」중에서

[비둘기 파티]라는 전대미문의 바보 쇼, 그것은 성공적인 아이디어였다. 사람들은 미스터 도넛과 예비역 병장 출신 연예인들을 향해 모두 꼴 보기 싫은 녀석들이라고 욕하면서도 그들이 만들어 내는 바보짓에 배꼽이 빠지도록 나뒹굴고는 했으니 말이다. 비둘기를 수만 마리나 죽여 버린 희대의 멍충이들만 모아 놨으니 오죽 하겠는가? 사람들은 처음엔 이 몹쓸 녀석들이 방송에 나오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비둘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이 비둘기를 쫓아내는 걸 보면서 [쓸모없는 녀석들도 사람 웃기는 데에는 재주가 있구나] 하며 만족해했다.
---「비둘기 파티 2」중에서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아 열심히 사는 듯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죽은 채로 열심히 살고 있다네. 나는 이 세계에서 깨어나게 된 자네가 또다시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형과 함께 도시에서 일하는 건 신중히 고민해 보길 바라네.」
거울같이 빛나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는 나와 요세프의 모습이 서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한 명의 과거와 한 명의 미래가 함께 서 있었다.

---「사후의 인생」중에서

출판사 리뷰

언더그라운드에서 팔던 미등단 작가의 소설집
개성 있는 작품 세계 인정받아 정식 출판
인간의 아이러니를 아이러니한 문체로 그려낸 소설집 『엄청멍충한』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일반적인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인 한승재의 작품이다. 작가가 자비로 ‘언더그라운드’ 출판을 해서 직접 길거리와 자신이 아는 동네 서점에 내다 놓고 판매하다가 열린책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열린책들은 흥미로운 착상, 흡인력 있는 전개,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신선한 문체, 인간의 본성에 관한 독특한 관찰, 은근한 유머와 풍자 등이 어우러진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사 정식 출판을 통해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했다.
작가의 본업은 건축가다. 2014년 김해 건축상을 수상하고, 2015년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주목 받는 젊은 건축가 27인에 선정될 만큼 본업을 충실히 하고 있지만, “수시로 머릿속에 밀려드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감당할 수 없어 배설하듯 글을 썼다”고 말한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어디쯤
작가의 분신이 건넨 기묘한 이야기들
수록된 8편의 단편은 모두 독립된 이야기들이지만 하나의 설정 속에 느슨하게 묶여 있다. 작가가 ‘니안(niian)’이라는 국적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인물을 만났는데, 그 인물이 “버리듯이” 작가에게 건네준 파일 속에 이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니안’은 작가의 분신이라는 게 짐작되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낯설고 기이한 이야기들과 독자 사이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작품 속의 공간은 많은 것이 허용되는 공간이 되고, 등장인물들은 현실적, 실존적 특성이 탈색되면서 환상성을 띤다. 독자는 작품 속의 어리석은 인간 군상을 나의 문제가 아닌 듯이 받아들이게 된다.

무지한 인간, 대책 없는 군중 심리
역발상을 통해 본 인간의 아이러니
[검은 산]은 버스에서 실수로 교통 카드 대신 열쇠를 단말기에 대고 내린 학생이 겪는 판타지를 그린다. 우연히 현실의 이면을 발견하고 그 말랑말랑한 속살에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가는 주인공. 판타지의 실체를 확인하려 한 욕심의 대가는?
[지옥의 시스템]은 ‘인간 전체가 올라탄 러닝 머신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눈앞의 욕심을 좇아 멈출 수 없는 행보를 계속하게 된 군중의 어리석은 심리가 그려진다.
[직립 보행자 협회]는 인류 진화의 말로를 탐구한다. 독특한 신체 변화와 함께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드러눕는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재앙 혹은 축복이라는 의견 아래 팽팽한 논쟁이 시작된다. 육체와 영혼의 진화에 관한 역설이 흥미롭다.
[사후의 인생]은 비상한 시력을 지녀 달까지 볼 수 있지만, ‘죽은 채’로 살고 있는 사내와의 만남을 그린다. 거울과 거울 사이에 반사된 수많은 내 모습은 나의 과거일까, 미래일까?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가 역발상을 통해 극명하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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