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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Preface
1부 Part 1 밥상 Have you had your rice? 13 사골국 Broth with Bones 16 라면 Ramyeon 20 분홍색 돈까스 The pink pork cutlet 24 닭집의 추억 The Fried Chicken Place 28 비빔밥 Bibimbap 30 김金 Seaweed Kim 34 보리 Barley 38 2부 Part 2 육개장 Yukgaejang 45 울면 Ulmyeon 48 떡 Tteok, Rice Cake 50 밥 그리고 국 Rice and Soup 54 죽 Rice Gruel 56 콩나물 Bean Sprouts 58 전 이야기 Pancakes 60 김치 동족 The Kimchi Family 64 계란 후라이 A Fried Egg 67 3부 Part 3 떡국 Tteokguk 73 잡채 Japchae 75 미역국 Seaweed Soup 77 100원 떡볶이 100 Won Tteokbokki 80 1000원 김밥 1,000 won Kimbap 82 삼계탕 Samgyetang 84 엄마의 손 Mother’s Hands 86 밥에서 빵으로의 이민 From rice to bread 90 해설 / 한국의 음식과 그 미각의 역사철학적 의미_김종회 96 |
Jieun Kia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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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조지은 작가가 이번에는 ‘밥상’이란 제목을 가진, 우리 문학사 또는 세계 문학사에 전례가 없는 특이한 시집을 출간하였다. 모두 25편의 시가 국·영문으로 함께 수록된 이 시집은, 그 제재(題材)가 한국 음식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야말로 K-푸드 시집이다.
미상불 음식은 하나의 민족 또는 언어문화권의 문화적 특성을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미각적 재료다. 다시 말하면 거기에 민족문화와 민족성의 특징적 성격이 잠복해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이와 같은 기발한 발상을 하고, 또 근거 자료를 확인하면서 압축적인 언어로 시화(詩化)에 이르렀는지 놀라운 형국이다. 더욱이 저 먼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 시집의 맹아(萌芽)를 도모한 일은, 곧 상거(相距)가 먼 두 문화 사이의 소통과 교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음식에 반영된 삶의 국면과 성격 1부에 실린 시 8편은 음식이 어떻게 생명이나 소망과 같은 순방향의 인식과 상관되어 있으며, 또 어떻게 가족애와 사랑의 긍정적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밥상」에서 ‘우리는 밥심으로 살아야 하는겨’라는 엄마의 밥 인사, 「사골국」에 나타난 ‘엄마의 믿음’ 그리고 「라면」이 말하는 ‘아빠의 묵직한 소리’ 등이 그에 대한 증빙이다. 「닭집의 추억」에 펼쳐진 가족사(家族事)의 한 장면, 「비빔밥」이 일러주는 화합의 의미, 「김」에 결부된 사랑의 정신 등은 이 시인의 시 세계를 다채롭게 구성한다. 「분홍색 돈까스」나 「보리」 같은 시에서, 시인은 음식에도 얼굴과 표정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어투와 논리가 자연스러워서 특별히 토를 달 여지가 없다. 2부에 실린 시 9편 또한 1부의 경우에 비추어 큰 변별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여기에서는 음식에 반영된 삶의 여러 국면과 성격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음식이 가진 상징적 의미, 이를 부각하는 중의법적 표현, 음식을 통한 세상사의 함축, 한국인의 심성에 대한 통찰 등이 시의 문면(文面)에 투영되었다. 「육개장」의 강력한 상징성, 「울면」의 두 어의(語義), 「떡」의 역사성 등이 특히 빛난다. 「밥 그리고 국」과 「죽」은 우리의 삶 의식과 문화의 근원을, 「콩나물」은 신산(辛酸)한 삶의 그림자를 담았다. 사정은 「전 이야기」나 「김치 동족」 그리고 「계란 후라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함축적이고 또 때로는 해학적이면서 우리 인생의 교훈을 담보하는 이 시적 글쓰기는, 쉬워 보여도 쉽지 않고 부드러워 보여도 부드럽기만 한 경우가 아니다. 역사 과정에 결부된 음식의 얼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모여서 사회·시대·역사가 되고 우리는 그 역사 과정의 궁극적 가치와 힘을 후대에 전하려 한다. 이 시인은 이 대목에서 음식의 저력과 역할을 간파했다. 온갖 역사와 도덕 교과서가 수행하지 못한 단정적이고 직접적이며 효율적인 통어(通語)의 방식이 이 시집의 3부 가운데 있다. 「떡국」은 우리 전통사회에서 이어진 새해의 지표로, 「잡채」는 위로하는 자들의 축제로, 「미역국」은 삶의 어려움 가운데 공여되는 새 기력으로 기능한다. 「100원 떡볶이」는 평화와 협상을, 「1000원 김밥」은 맵고 추운 삶에 온기와 기쁨을, 「삼계탕」은 신랑 신부 화촉의 궁합을 이끌어 온다. 그런가 하면 「엄마의 손」은 이 모든 일의 근원을 환기하고, 「밥에서 빵으로의 이민」은 삶의 영역에 극단적인 변화가 와도 여전히 소중한 음식 그리고 ‘어머니의 반찬통’을 소환한다. 문학평론가 김종회 교수는 “조지은의 음식에 관한 시들은, 참으로 여러 심층적 의미망을 두르고 있다. 이때의 음식은 말 못 하는 묵언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는 입을 열어 너무도 많은 말을 하고 있는 터이다. 그 말의 자장(磁場)이 미치는 권역은 넓고 또 웅숭깊다. 왜 남부럽지 않은 지위와 명성을 가진 이 시인이 이토록 애써 다양다기한 음식의 시를 창작했는지 질문하자면, 여러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오른쪽으로 나설 것은, 시인의 모국어 사랑과 나라 사랑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그는 이 명료한 당위적 명제를 음식이라는 자재(資材)를 통해 형용하는, 새롭고도 효과적이며 쉽사리 공감을 불러오는 시적 성취에 도달한 것이다”라고 평한다.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조지은 시인의 K-푸드 시집을 읽으며, 한국어와 한국음식문화의 깊고 아름다운 미학에 흠뻑 빠져보길 기대한다. 시인의 말 Preface 엄마는 오십이 다 된 딸을 위해서 오늘도 밥을 지으러 일어나십니다. 어제 시장에서 사온 꽈리 고추를 멸치와 같이 달달하게 볶으십니다. 며칠 전 “이번에는 고추가 안 맵네”하며 방심하고 먹다 저는 입에서 불이나서 죽을 뻔 했습니다. 엄마는 매의 눈으로 배신을 때릴 만한 고추를 찾으십니다. 클래식 FM 에서는 모차르트가 울려퍼집니다. 모차르트와 함께 물엿과 참깨를 입은 멸치의 고소함과 달콤함이 부엌을 채워 나갑니다. 모차르트와 함께 엄마의 칼 소리가 조용한 아침을 깨웁니다. 딱… 따따닥‥ 딱… 따다… 따다다닥‥ 순식간에 하얀 쌀밥 그리고 두부와 콩나물이 들어간 칼칼한 김칫국이 완성됩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 새벽에 쪽파 강회까지… 엄마, 너무 힘든 것 아냐?” 저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그게 힘들면 어떻게 살어.” 쪽파를 돌돌말며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언제나 반가운 콩나물. 그리고 엄마가 50년 실험 끝에 성공한 딱딱하지 않은 콩자반이 식탁위에 올랐습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너 오기만 눈 빠지게 기다렸어, 얘들이.” 누굴까요? 엄마의 김치들입니다. 배추김치와 나박김치. 나박김치가 큰 딸이 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는 것이 엄마의 말입니다. “아빠가- 너 이거 좋아한다고. 너 온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이거 담그라고 항상 그랬는데.” 지글지글 두부도 부치시고, 호박이며 가지도 부치시고, 부엌에 갓 짜온 들기름 냄새와 참기름 냄새가 10분만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단번에 날려 버립니다. “엄마, 밥 줘. 배고파.” 엄마의 가장 행복한 모습을 봅니다. 50년동안 변치 않는 그 미소와 여유와 흐뭇함을 봅니다. “열심히 했는데, 뭐가 없네.” “없긴 뭐가 없어! 엄마 상다리가 부서질 것 같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유학시절 가장 싼 감자칩을 사서 먹으며 엄마밥을 회상했습니다. 엄마밥에 대한 기억이 힘들었던 마음을 보듬어 주었습니다. 이젠 영국에서 산 시간이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 만큼 깁니다. 그렇지만, 우리말은 제겐 항상 집밥 같습니다. 늘 그리운 엄마밥 같습니다. 엄마밥이 생각나고, 엄마가 생각나고, 고향이 생각날 때 끄적였던 시들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정든 고향. 작별한 사람들. 그렇지만, 제 맘 속에는 언제나 따뜻한 밥 한 공기처럼 늘 살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엄마에게 이 시집을 바칩니다. 엄마밥에 대한 기억은 제가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힘입니다. My mother still rises each morning to cook for a visiting daughter? even if that daughter is now nearly fifty. Today, she is stir-frying shishito peppers with anchovies in a sweet glaze to make a dish like the one she picked up at the market yesterday. A few days ago, I burned my mouth on one of those peppers, so now my mum is scanning each one with eagle eyes, searching for the traitorous one that might betray us. Music plays softly on the radio. As the kitchen fills with the nutty sweetness of syrup glaze and toasted sesame, Mozart’s melodies are joined by the rhythm of her knife on the chopping board: Thud. Ta-tat-thud. Tat-ta. Ta-ta-ta-tat. In no time, a bowl of white rice and spicy kimchi soup with tofu and bean sprouts appears on the table. “I can’t believe you even made spring onion rolls at this hour?Mum, isn’t this too much?” I say. “If that’s too much, how do you expect to survive life?” she replies, gently rolling the greens in her hands. She adds the ever-welcome bean sprouts, then a dish of her soy-glazed black beans, their tenderness perfected over years of trial and error. Is that the end of it? Of course not. “We’ve been waiting for you,” she says. “Who’s ‘we’?” I ask. She gestures to the kimchi. “The baechu kimchi and nabak kimchi. They’ve been waiting for you to come home. Your father always said, ‘She loves nabak kimchi?make sure you have it ready when she visits.” She pan-fries tofu, courgette, and aubergine. The lively smell of freshly pressed perilla oil and sesame oil fills the kitchen. “Mum, I’m hungry. Feed me.” And there it is?her happiest face. The same gentle, content smile. “I worked hard, but the table still looks empty,” she says. But the table is groaning under all the food. During the hardest years of studying abroad, I would sit by the Thames with chips and ketchup, remembering her food. Those memories comforted me. They held my tired heart. Now, I have lived as long in the UK as I did in Korea. English has become my home language. But Korean will always feel like Mum’s food: missed, yearned for, never forgotten. These poems were written in moments when I missed her cooking, her presence, my hometown. A hometown now changed. People I’v had to say goodbye to. But in my heart, they live on?like a warm bowl of rice, always there. I dedicate this book to my beloved mother. The memory of her meals is the strength that carries me through each day. - April 2025, 조지은 Jieun Kia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