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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인구에서 인간으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인구위기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갈 길
이철희
위즈덤하우스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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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학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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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아이가 사라지는 나라

1장 외줄 위에서 중심 잡기
위기의 원인인가? 문제의 결과인가? | 다산의 과거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 출산율이 낮아져서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들 | 파국의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 국가는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 지원 정책은 필요하다 | 근거 없는 공포를 넘어 근거 있는 행동으로 나아가려면

2장 가족과 아이를 원하지 않는 시대
‘우울한 학문’의 시각으로 보는 가족의 변화 | 경제학적으로 결혼이 ‘미친 짓’이 된 이유 | 적게 낳아 공들여 기르는 사회 풍조의 확산 |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은 특별하고 예외적인가?

2부 결혼과 출산을 막아서는 것들

3장 어쩌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나: 저출산의 인구학적 요인 분해
출생아 수를 결정짓는 인구학적 요인: 여성인구, 유배우 비율, 유배우 출산율 | 인구학적 요인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아야 하는 이유 | 여성인구가 줄었고 아이를 많이 낳는 유배우 여성도 급감했다 | 결혼하지 않는 것인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인가? | 결혼하기도, 첫아이를 낳기도 어려워졌다

4장 과열된 교육 경쟁, 지나치게 비싼 주거비, 불평등한 노동시장: 저출산의 경제적 요인
부모와 아이를 모두 피해자로 만드는 교육 경쟁의 폐해 | 사교육비 부담이 커질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증거 | 단칸방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해도 아이 낳을 수 있는 시대의 종언 | 고용과 일자리 질이 떨어질수록 결혼과 출산은 사치재가 된다 | 저출산 문제의 뿌리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확대

5장 여성의 기대에 한참 모자란 성평등, 부모보다 살기 어려워진 자녀 세대: 저출산의 사회적·문화적 요인
한국 여성이 겪는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가 유난히 높다 | 현재 여성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한국 사회의 열악한 현실 | 여성에게 불리한 일자리 여건이 출산율을 낮춘다는 실증적 증거 | 부모보다 못살지도 모른다는 미래 전망이 청년의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 결혼과 출산의 사회규범은 ‘전염’되는가? | 압축적인 성장의 어두운 그림자

3부 저출산 대책의 빛과 그림자

6장 한국의 저출산 대응 정책, 완전한 실패도 괄목할 성공도 아닌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벌어졌을 일들 | 출산지원금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데이터 기반 반박 | 육아휴직급여 인상이 여성의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되었을까? | 아무리 보육료를 지원해도 내가 사는 곳에 보육시설이 없다면

7장 더 잘할 수 있었으나 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성찰
저출산 대책에서 비켜나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 소득 중상위계층에만 집중된 저출산 대응 정책의 효과 | 비혼 출산 지원은 바람직하지만 저출산 대책은 아니다 | 한국은 지난 20년간 중증질환 환자에게 진통제만 처방해왔다 | 저출산 대응에 예산을 쏟아부어왔다는 착각 | 정책 수행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가

4부 아이가 사라지는 나라의 미래

8장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
내가 사는 지역에서 산부인과와 어린이집이 사라지면 생기는 일들 | 학생이 급격히 줄어들면 학교는 어떻게 될까 | 아이들이 소수집단이 되는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것들

9장 사라질지도 모를 미래를 지켜내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 우선이다 |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인구정책 | 저출산 대응 정책,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 출생아 수 급감이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불균형,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완벽한’ 기업, ‘완벽한’ 상사가 필요한 시대 | 다시 만날 새로운 세상

부록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저자 소개 1

Chulhee Lee

시카고대 경제학과에서 수학했고, 동 대학 인구경제학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빙엄턴)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년간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구와 경제’ 과목을 강의하며 연구소와 대학에서 활약하는 많은 인구경제 연구자를 양성했다. 케임브리지대, UCLA, 옥스퍼드대 연구교수,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 방문학자,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 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외국인정책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 국정기획위원회 등 정부위원회 본위원으로 활동했다.
시카고대 경제학과에서 수학했고, 동 대학 인구경제학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빙엄턴)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년간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구와 경제’ 과목을 강의하며 연구소와 대학에서 활약하는 많은 인구경제 연구자를 양성했다. 케임브리지대, UCLA, 옥스퍼드대 연구교수,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 방문학자,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 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외국인정책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 국정기획위원회 등 정부위원회 본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 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다. 《Early-Life Determinants of Health and Human Capital Formation》 《한국의 고령노동》 등의 단독 저서와 다수의 공동 저서를 출간했고, 국내외 학술지에 인구, 건강, 노동, 경제사에 관한 약 10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7년에 학문적 업적이 탁월한 45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한국경제학회 청람학술상을 수상했다. 2024년에 첫 대중 저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를 출간했으며, 이 책으로 2025년 제43회 정진기언론문화상(경제경영 도서 부문)을 받았다.

Chulhee Lee is professor of economic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After receiving his doctoral degree from University of Chicago in 1996, he taught at SUNY Binghamton before he returned to Seoul in 1998. His major research topics are economic status and labor-market behaviors of older persons; and interactions of ecological environment, socioeconomic status, and health over the life 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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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680g | 152*215*25mm
ISBN13
9791175910126

책 속으로

장기적으로 결혼과 출산의 유인을 감소시킨 요인들은 현재의 보편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다수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하는 변화였다. 이러한 사실은 출산율 제고 자체를 궁극의 목표로 설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이 자기의 선호와 여건에 따라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녀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로부터의 해방, 태어나는 아이의 건강과 교육수준 개선, 여성이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공헌할 기회 확대, 예기치 못한 재난의 충격과 노후 빈곤의 불안 해소 등 오늘날 선진 국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어렵게 쌓아온 성취가 출산율을 낮추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이유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을까?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이러한 변화의 일부를 과거로 되돌리는 일이 타당할까?
--- p.37-38

한 사회가 점점 부유해지면서 평균적인 자녀 수가 감소했다는 사실은 이미 앞 장에서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간적 추이가 특정 시점에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아이를 적게 낳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회는 부유할수록 자녀 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발견된다. 방금 소개한 전근대 영국의 사례는 거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한국은 어떨까? 과거의 영국처럼 돈이 있어야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일까? 수량적 증거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림 4-1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이용하여 2002년 이후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분위별 합계출산율을 계산한 결과를 보여준다. 모든 소득분위 여성의 합계출산율 변화가 비슷한 시간적 추이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소득분위 간 출산율 차이는 상당하며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예컨대 지난 20년간 소득 중상위(4분위)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소득 최하위(1분위) 여성 합계출산율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많은 사람이 느끼듯이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여 자녀를 낳는 선택은 어느덧 부유함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 p.128-129

이렇게 추정한 회귀분석 결과는 전년도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1% 늘면 합계출산율이 0. 192~0. 262% 감소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결과의 차이는 어떤 도구변수를 이용했는지에 따라 나타난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는 둘째와 셋째 이상 자녀 출산에 훨씬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교육비가 1% 증가할 때 첫째, 둘째, 셋째 이상 자녀 합계출산율 감소율은 각각 0. 068~0.175%, 0.303~0. 451%, 0. 522~0. 809%로 추정되었다.
이런 효과는 얼마나 큰 것일까? 2007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실질 사교육비는 약 35% 증가하였다. 여기에 회귀분석 결과를 적용하면 이 기간 사교육비 증가로 인해 합계출산율이 6.65~9.57% 감소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합계출산율 감소의 약 5분의 1(15.5~22.3%)을 설명하는 요인임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정확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사교육비 지출 증가에 반영된 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심증을 확인해주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 p.145-146

회귀분석 결과는 다른 국내외 선행 연구가 보여주었듯 주거비 상승의 효과가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주택 매매가 1% 상승은 무주택자의 합계출산율을 3.8% 낮추지만 유주택자의 합계출산율은 6.0%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세가가 1% 증가하면 무주택자의 합계출산율은 4.5% 감소하지만 유주택자의 합계출산율은 1.7% 높아졌다.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은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의 출산율은 낮추지만 ‘자산효과’를 통해 주택 보유자의 출산율은 높이는 것이다. 특히 매매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판단된다.
주거비 변화가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결혼 결정과 출산 결정 모두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 1% 상승은 무주택자의 무배우 혼인율과 유배우 출산율을 각각 0.2%와 2.7% 감소시키고, 유주택자의 무배우 혼인율과 유배우 출산율을 각각 2.5%와 4.0%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전세가 1% 상승은 무주택자의 무배우 혼인율과 유배우 출산율을 각각 0.24%와 2.6% 감소시키고, 유주택자의 무배우 혼인율과 유배우 출산율을 각각 0.4%와 1.8%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르기는 했지만 주거비 상승은 전반적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주택 매매가 1% 상승은 합계출산율을 0.264% 하락시키고, 전세가 1% 상승은 합계출산율을 0.826% 떨어뜨린다고 추정되었다. 무주택자의 출산율에 미친 음(-)의 효과가 유주택자의 출산율에 미친 양(+)의 효과를 압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2023년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은 동 기간 합계출산율 하락의 약 15%를 설명하는 요인이었다.
--- p.157-158

출생성비 감소로 드러나는 남아선호의 퇴조는 여아에 대한 부모의 투자를 늘리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와 이에스더 박사의 연구는 1990년 백말띠 해 도래의 사례를 이용하여 이를 분석하였다. 60년마다 돌아오는 백말띠 해에 태어난 여성은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 때문에 1990년 출생성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출생성비가 130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 결과 역설적으로 1990년 출생성비가 높았던 지역에서는 남아선호가 강하지 않은 부모들만 여아를 낳았다는 추측이 가능해졌다. 분석 결과는 남아선호가 강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여아들은 그렇지 않은 여아들보다 산전 진료, 출생 시 체중, 모유수유, 사교육비 지출 등의 지표로 측정한 부모의 투자를 더 받았음을 보여준다.
--- p.186

오늘날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결정이 자신들의 절대적인 여건보다 부모 세대와 비교한 상대적인 여건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으리라는 가설은 현실과 부합할까? 이 질문에 엄밀하게 답할 수 있는 실증적 증거는 없지만 국가별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 결과는 그럴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그림 5-6은 2010년대와 1980년대 평균 경제성장률의 차이와 2010년대 평균 합계출산율 사이 관계를 보여준다. 앞서 설명했지만 1980년대는 2010년대 청년층의 부모 세대가 청년기를 보낸 때이다. 부모 세대 청년기의 경제성장률보다 자녀 세대 청년기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면 이 변수는 음(-)의 값을 나타낸다.
그림에 나타난 결과는 부모 세대와 비교한 자녀 세대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질수록 자녀 세대의 합계출산율이 감소함을 보인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매우 뚜렷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부모 세대 경제성장률에 비해 자녀 세대의 경제성장률이 낮을수록 자녀 세대의 출산율이 낮아진 것이다.
반면 자녀 세대의 소득이나 경제성장률은 자녀 세대의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10년대에 1인당 소득수준이 높거나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가 같은 기간 유의하게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또한 부모 세대와 비교한 자녀 세대의 1인당 총소득이 높아질수록 자녀 세대의 합계출산율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그러한 양(+)의 관계는 비교적 약하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 p.201-203

그간 저출산 대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없지 않았고 각각의 방안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런데 왜 전반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왜 여전히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여건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먼저 저출산 대응 정책의 실질적인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 다시 말해 정책의 영향권 밖에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정책당국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이제까지 시행되어온 저출산 대응 정책은 실질적으로 ‘소득 중상위계층’에 속하는 ‘결혼한 가구’를 주된 대상으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20년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온 저출산 대응 정책의 핵심 사업인 아동에 대한 현금 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 확대, 보육시설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 육아휴직급여 기간 및 급여 확대 등은 모두 이미 결혼해 있는 부부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근래 들어 비교적 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주택구입자금 지원 정책도 자녀를 출산한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중략)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놓치고 있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정책으로부터의 소외는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없거나 적은 경우이다. 즉 눈에 분명히 보이는 명시적 배제이다. 다른 하나는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원 규모나 성격 때문에 실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경우이다. 즉 실질적 배제이다. (253~254쪽)

비혼 파트너십과 비혼 출산을 법적·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권 신장과 선택의 자유 확대 측면에서 그러하다. 빠른 출생아 수 감소가 초래하는 인구위기의 심각성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자체로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정책을 굳이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태도는 다소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는 해당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하는 데에도,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응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p.270

바람직한 저출산 대응 정책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필자는 이를 청년의 현실을 바꾸고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즉 청년의 현재를 힘들게 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여건들을 바꿈으로써 생애에 대한 전망과 기대를 개선하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를 확대하는 작업이다. 쉽지 않은 과업이다. 한 청년이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을 바꾸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 p.286

현재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인구정책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일까? 필자는 ‘선택의 자유 확대’와 ‘삶의 질 유지’라고 생각한다. 출산율을 높이기에만 매달리기보다 어떤 사람이라도 원하면 자유롭게 자녀를 낳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출생아 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대한 완화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 p.335

출판사 리뷰

한국은 끝나지 않았다!
‘인구’가 아니라 ‘인간’이 우리의 새로운 미래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의 30년 연구를 집대성한
대한민국 초저출산 문제 심층 진단과 제언

뉴스를 비롯해 각종 매체에서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 문제가 너무 많이, 자주 이야기되어서 초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이미 알 만큼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구경제학자인 서울대 이철희 교수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와 담론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아직 사람들이 모르거나 오해하는 내용이 많고, 합리적인 정책 수립에 필요한 믿을 만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두가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이철희 교수는 대학에서 수업을 준비하다가 한국의 출산율 하락의 원인을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알려주는 연구를 찾을 수 없다는 난관에 봉착했다. 2010년 전후만 해도 일반적으로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감소가 출산율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는 믿음이 중론이었는데, 이는 서구의 경험과 연구에 기댄 것이었다. 그런데 이철희 교수가 1년에 걸쳐 새로운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한 작업을 한 결과, 한국에서는 결혼의 감소가 장기적인 출산율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철희 교수는 한국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그 결과 이제 한국의 출산율이 하락한 중요한 원인이 결혼의 감소라는 사실은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에서 인간으로》는 30년 이상 인구경제학을 연구해온, 특히 지난 16년간 한국의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인구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며 독자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연구에 천착해온 이철희 교수의 심층 진단과 제언을 총망라한 책이다. 인구 및 저출산 이슈와 관련된 수많은 책, 보고서, 영상 등이 있지만 《인구에서 인간으로》에는 그것들과는 다른, 고유한 장점이 있다. 첫째, 인구문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엄밀한 방법을 통해 얻은 실증적인 증거와 합리적인 추론에 기초했다. 둘째, 인구문제를 넓게 조망하기 위해 가능한 한 통합적·장기적 시각을 갖고자 노력했다. 셋째, 한국의 일반성과 특수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자 시도했고, 거의 모든 근거를 한국의 고유한 사례와 데이터에서 얻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또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내용을 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어쩌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나? 저출산 대책은 정말로 실패했나?
저출산 현상을 독자적 연구와 데이터에 기반해 실증적이고 근본적으로 분석한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었고 크게 4부로 구분된다. 1부는 이 책의 빌드업(build-up) 역할을 한다. 1장은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이견과 갈등의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던진다. 2장은 선진국이 보편적으로 경험한 장기적인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설명하고 한국의 사례가 얼마나 특수한지 살펴본다.

연구자로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법 역시 국가와 국민이 ‘중심’을 잡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중략) 왜 출생아 수가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렵게 만드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왜 과거의 저출산 대응 정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는지, 어떻게 해야 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지,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무슨 사업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지, 지금처럼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경우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발생할지 등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탄탄한 근거가 제시된다면, 저출산 문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많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59~60쪽)

이런 맥락에서 2부는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 원인을 모색한다. 특히 3장에서는 여성인구, 결혼, 출산 등 각 인구학적 요인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이철희 교수는 2009년부터 매년 출생아 수 변화의 인구학적 요인(나이에 따른 여성인구의 규모, 결혼한 여성의 비율, 결혼한 여성 가운데 나이 혹은 자녀 수 기준 출산율 등)을 분석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해왔다. 그 오랜 연구 끝에 한국의 출생아 수가 장기적으로 감소한 현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실증적 의미를 찾아냈는데, 이는 앞으로 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첫째,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며 결혼한 여성의 비율이 줄어든 것이 1990년대 초 이후 일관되게 중요한 출생아 수 감소 요인이었다. 둘째,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변화가 중기적·단기적으로 출생아 수 변동을 초래한 주된 요인이었다. 셋째, 결혼한 여성의 첫째 출산율 변화가 전체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과 출생아 수를 중기적·단기적으로 변동시킨 핵심 요인이었다. 넷째, 2012~2023년에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결혼한 여성 비율이 감소하는 추이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 특히 첫째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 가임기 여성인구가 감소하는 추세가 심화되면서 나타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결혼이 감소하는 현상 그리고 근래 들어 결혼하고도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 경향이 강화되는 흐름을 제대로 이해한 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4장은 교육비, 주거비, 고용 및 일자리의 질 등 경제적 요인을, 5장은 여성의 변화와 성평등, 세대 간 격차, 이웃과 동료의 영향 등 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다룬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일자리 질 감소로 인한 노동시장과 교육에서의 경쟁 과열, 지역 간 불균형 심화로 인한 집값 상승,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직면하는 가정과 출산의 페널티 등이 어떻게 저출산으로 이어졌는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이어서 3부는 한국의 저출산 대응 정책을 평가한다. 6장은 지난 20년간의 저출산 대책이 과연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7장은 기존 정책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본다. 이 모든 여정을 따라가며 인구감소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비관에 빠지는 대신,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차분히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구위기 대한민국,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아이들이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4부는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의 미래를 내다본다. 8장은 출생아 수가 줄면서 장차 발생할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진단한다. 애초의 인구 규모에 맞춰진 각종 제도와 인프라에 균열이 발생함으로써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전망한다. 태어나는 아이가 급감하면서 분만실이 줄고 보육시설과 학교가 없어지는 미래, 절대적으로 수가 적은 아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적 주체가 사라지는 미래를 그려본다.

그리고 마지막 9장에서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사회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짚는다.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지난 35년간 3분의 1로 줄었으며,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출생아 수는 2072년까지 16만 명으로 감소하리라 예상된다. 이는 2024년 출생아 수의 3분의 2이고,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났던 1971년 출생아 수의 6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정당한 기회도 합당한 처우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미래 모습이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가 진정성과 의지를 품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멀리 내다보는 좋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저출산 문제의 표피를 건드리는 정책을 넘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축소사회가 도래해도 국민 삶의 질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이철희 교수는 ‘아이들이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는 데 필요한 한국 사회의 방향을 함축하여 전달하는 의미로, 제목을 ‘인구에서 인간으로’라고 정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인구위기 앞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를 이루기를 소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이 책이 희망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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