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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_ 해와 달, 그 중간에 서서
1부. 교사와 부모는 왜 다르게 말할까: 다중 우주 속 두 행성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우리 -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싫어한대요.” 해의 언어, 달의 언어 - “우리 아이가 문제아라는 말씀인가요?” 하나의 지구, 서로 다른 좌표 - “아이가 어제 발표 기회가 없었다고 하네요.” 2부. 오해는 어떻게 쌓이고 폭발하는가: 일식과 월식, 그림자의 시간 작은 오해가 큰 갈등이 되기까지 - “아이가 요즘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네요.” 서운함과 억울함 사이 - “왜 이렇게 전화 통화 하기가 어렵나요?” 빛이 가려지는 순간: 교실 속 일식과 월식 - “선생님, 우리 아이 숙제는 꼭 좀 챙겨 주세요. 집에서는 도통 안 하려고만 해서요.” 3부. 가까워질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거리: 신뢰를 위한 거리와 궤도 조율 건강한 거리의 힘 - “선생님, 우리 아이한테 아빠처럼 대해주세요.” 시간 차가 만드는 오해 - “선생님, 며칠 전에 있었던 그 일 말인데요. 왜 그때 바로 연락 안 주셨어요?” 감정의 조수 간만과 교사의 파도타기 - “선생님 아직 결혼 안 하셨죠?” 4부. 관계가 무너졌을 때, 감정으로 회복하기: 궤도 이탈과 소행성 복구 미션 한 마디의 무게 - “선생님 말씀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녹음을 좀 시켰습니다.” 궤도를 이탈한 부모와 책임의 경계 - “선생님, 저희 아이는 왕의 DNA를 가지고 있어요.” 부모의 얼굴, 달의 위상 - “선생님, 부모 입장은 전혀 배려 안 하시네요.” 5부. 아이를 중심에 둘 때 비로소 궤도가 맞춰진다: 아이를 중심에 둔 우주 우연한 정렬, 뜻밖의 충돌 - “선생님, 아이의 식습관까지 신경 써주셔서 정말 든든합니다.” 교사의 흑점 - “선생님도 힘드시죠?” 낮과 밤이 이어질 때 아이는 자란다 - “선생님, 감사합니다.” 닫는 글_ 교육의 품격은 신뢰에서 시작된다 |
李漢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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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낮을 밝히는 태양처럼 다수의 아이를 공평하게 비추려 한다. 교실 안에서 일정한 질서와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성과 기준을 앞세운다. 반면 부모는 밤하늘의 달처럼 단 한 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비춘다. 감정과 공감으로 자녀를 품는다. 서로 다른 속성의 두 존재가 아이를 중심으로 마주 서게 되니, 충돌이 생기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 p.8 오랫동안 나는 학교에서는 교사로서, 집에서는 아이를 둔 부모로서 양쪽의 말과 감정을 오가며 살아왔다. 사실 고백하자면, 필요에 따라 양쪽을 오가는 모순된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었다. 교사로 있을 때는 학부모의 민원을 억지스럽다고 느꼈고, 집에서는 내 아이의 선생님을 향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 p.7 부모는 학교에서 귀가한 아이의 행동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그 원인을 담임교사의 태도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의 심리적 변화가 꼭 교사의 감정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새로운 환경, 친구 관계, 개인적인 심리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 p.27 반면에 부모는 달에서 온다. 달은 밤을 지키는 존재다. 고요하고 은은한 빛으로 어둠 속에서 아이를 어루만진다. 때로는 기울고, 때로는 가득 찬다. 감정의 기복과 변화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달의 언어는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보호적이다. 부모는 그런 달의 속성을 닮았다. --- p.40 이 말은 해에서 온 교사의 방식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설명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까지는 함께 전해지지 못했다. 아무리 교사의 말이 사실일지라도, 그 말이 곧장 내 아이가 문제아로 낙인찍힌 듯한 불편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교사의 관찰 기록이 정교할수록 오히려 부모는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 p.42 사실, 교사는 교실에서의 관찰을 정리해 전달하는 것보다 아이와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부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은 바로 부모다. 교사는 부모가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학교 입학 전, 유아 때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계기로 심리적 흔들림을 겪었는지 알 수 없다. --- p.48 이 상황은 교사와 부모가 아이를 서로 다른 좌표에 놓을 때 같은 행동을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수 엄마는 지수를 중심에 두고 지수가 교실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수업에 참여하는지를 관찰했다. 그리고 지수의 태도를 ‘관심과 적극성의 좌표’에 놓고 해석했다. 반면에 교사는 지수 한 명이 아닌 교실 전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 p.58 아이는 교사와 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중력 속에서 자란다. 중력이 과하면 질식하고, 부족하면 떠밀린다.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 안에 놓인 아이가 너무 끌리지도, 너무 밀려나지도 않도록 균형 있는 힘이 필요하다. 아이를 향한 마음은 중심으로 모이고 있지만, 그 마음의 무게는 방향마다 다르다. --- p.62 교사와 부모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건, 많은 경우 말의 내용 때문이 아니다. 그 말이 전하는 분위기와 감정이 문제일 때가 훨씬 많다. 부모는 걱정하는 마음에 말을 꺼냈지만, 교사는 비판처럼 들을 수 있다. 반대로 교사는 단순히 상황을 설명했는데, 부모는 무관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 p.79 이 피로는 한순간에 폭발하기보다 조금씩 스며든다. 마치 단단히 조여진 나사가 아주 느리게 풀리듯, 감정은 조용히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관계의 틈을 넓힌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들어진다. 교사는 “저 학부모 또 저렇게 반응하네. 그럴 줄 알았어”라고, 부모는 “역시 선생님은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 p.82 문제는 이 억울함이 교사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변명처럼 들릴까 봐 한두 번 참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교사는 점점 ‘설명’ 대신 ‘차단’을 택한다. 아예 연락을 최소화하거나, 감정이 섞일 수 있는 소통을 피하는 식이다. 억울함을 피하려다 관계 자체를 피하게 되는 것이다. --- p.96 부모가 할 일을 교사에게 전가하면 교사는 설명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거절하면 무책임한 교사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렵고, 받아들이자니 불가능한 요구를 약속해야 하는 셈이 된다. 어느 쪽으로든 답이 없는 막다른 길 앞에서 교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 p.111 교사가 부모의 친구나 가족처럼 행동하는 순간, 필요한 경계가 무너지고 교사의 말은 전문적 조언이 아니라 개인적 의견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반대로 부모가 교사와 지나치게 거리를 두면, ‘학교 일은 선생님이 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무관심이나 불신으로 흐르기 쉽다. 적정한 거리는 교사의 안전뿐 아니라 부모의 안심, 그리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 --- p.129 교사는 교실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즉각 판단하고 처리한다. 아이들끼리 말다툼을 하거나,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준비물이 없어서 곤란해하는 순간마다 교사는 그때그때 결정을 내리고 상황을 수습한다. 교실은 늘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는 공간이기에, 즉시성은 교사에게 거의 반사적인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 p.143 그러나 오은영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의사의 전문성은 교육이 아니라 치료에 있다. 오은영이 앉아 있는 공간은 한 아이와 부모만을 위한 진료실이다. 카메라가 켜져 있어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의료 전문가다. 반면에 교사가 서 있는 공간은 교실이다. 20명, 30명이 동시에 웃고 떠들고 울고 싸운다. --- p.167 교사에게도 스피노자의 통찰은 유효하다. 부모의 말에 상처받는 순간, 그 감정을 억누르려 애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 말의 이면에 어떤 불안과 절박함이 있는지를 들여다볼 때 교사가 느낀 부정적 감정도 조금씩 다른 빛깔로 바뀔 수 있다. --- p.175 교사가 지켜야 할 선은 분명하다. 그것은 모든 아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공정성, 교육적 전문성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 그리고 교사의 몫과 부모의 몫을 구분하는 책임의 경계다. 교실은 특정 아이만의 무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배우고 자라는 공동체다. 부모의 불안이 아무리 크더라도, 교사가 특정 아이에게만 특별 대우를 하게 만드는 순간 교실의 균형은 깨진다. --- p.209 둘째, 불안을 요구로 바꾸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불안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은 누구나 가진다. 그러나 그 불안을 곧장 “우리 아이만 더 챙겨 달라”는 요구로 바꿀 때, 교사의 선은 흔들린다. 교사는 모든 아이의 교사이지, 특정 아이의 개인 교사가 아니다. --- p.210 결국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해와 달이 함께 만드는 우주의 질서와 같다. 낮과 밤이 이어져 하루를 이루듯, 교사와 부모의 조화가 이어질 때 아이의 성장은 더 깊고 단단해진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빛을 내지만, 그 빛이 이어질 때 아이는 가장 건강하게 자란다. 이것이 교사와 부모가 함께 지켜야 할 약속이자, 아이에게 물려줄 가장 큰 선물이다. --- p.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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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왜 그렇게 차갑게 말할까?” vs “학부모님은 왜 내 진심을 몰라줄까?”
저자는 교사를 ‘해’, 부모를 ‘달’에 비유한다. 해는 만물을 공평하게 비추며 낮의 질서를 만들고, 달은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한 존재를 비추며 감정을 어루만진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오해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삶의 궤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낯선 언어와 다른 논리가 충돌하고, 오해는 불신을 낳으며, 커진 불신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 책은 단순히 교권과 학부모의 권리를 따지는 지침서가 아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비난의 언어’를 ‘협력의 언어’로 바꾸는 구체적인 소통의 기술을 담은 심리학적 처방전이다. 학부모 상담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운 교사, 담임 선생님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학부모, 그리고 아이를 위해 진정한 ‘원팀’이 되고 싶은 모든 교육 주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은 총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부모와 교사의 본질적 차이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2부는 그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가 어떻게 갈등으로 증폭되는지를 상담과 실제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3부는 관계의 거리와 속도에 주목하며, 4부는 궤도를 이탈한 관계를 회복할 단서를 탐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아이의 성장을 중심에 둔 교사와 부모의 조화를 당부하며 응원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우리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타인이 아니라, 아이라는 우주를 함께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