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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의 공부
정승혜
아트레이크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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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5

│1│ 들어가며 10
│2│ 일본군 통역 고이즈미 데이조[小泉貞造] 12
│3│ 시대적 배경과 구한말 일본인의 한국어 학습
3.1. 시대적 배경 24
3.2. 일본의 한어(韓語) 학습의 역사 26
3.3. 고이즈미 데이조의 한국어 공부 44
│4│ 고이즈미 데이조의 한국어 학습 과정과 장서(藏書)
4.1.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의 고이즈미 데이조 장서 개요 47
4.2. 판본 50
4.3. 필사본 69
4.3.1. 제1기(23세(1893년)- , 부산 체재 시절) 76
4.3.2. 제2기(26세(1896년)-33세(1903년), 전남 나주 체재 시절) 94
4.3.3. 제3기(34세(1904년)-62세(1932년), 퇴임) 193
│5│ 나가며 207

참고문헌 208

저자 소개 1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고려대학교에서 조선시대 외국어 교재인 〈첩해신어〉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3년부터 현재까지 수원여자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헌과 해석, 국어사학회, 국제역학서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목간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통역과 통역의 역사에 관심이 많으며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2022년 8월부터 1년간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명학과의 초청으로 미국에 머물면서 하버드 옌칭도서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밀정의 공부』를 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152*225*20mm
ISBN13
9791194329039

책 속으로

고이즈미 데이조[小泉貞造]는 누구인가. 우리가 익히 들어본 이름이 아니고 구한말 한국에 들어와 살았던 일본인 군통역관 중의 한 사람이다. 『경성시민명감(京城市民名鑑)』(1922:251-252)』에 고이즈미 데이조의 사진과 행적이 보인다. 그는 1880년(메이지[明治] 3년) 1월 11일에 태어나 동경의 국민영학회, 메이지 대학 등에서 공부하고, 1893년 8월에 유학생의 신분으로 조선에 왔다. 1903년에 부친의 병환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해인 1904년 2월 러일 전쟁이 일어나자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군대에 들어가 조선주차군 사령부 부속으로 임명되어, 육군 통역관이 되었다.
--- p.15

1881년(명치14)에 간행된 『교린수지』는 1883년(명치16) 다시 교정을 거쳐 간행되었는데, 하버드대 옌칭도서관 소장본은 1883년의 『재간교린수지(再刊交隣須知)』로, 4권 4책의 연활자본이다. 이 책의 권말에 고이즈미 데이조의 장서인인 ‘橋本彰美之印’[주문방인]이 찍혀있어 고이즈미가 소장했던 책임을 보여준다. 허경진(2001:5)은 이 책이 그가 장서인을 찍은 첫 번째 책이라 하였으나, 그 이전에 간행된 『남훈태평가』에도 장서인이 있어서 어느 책을 먼저 소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당시 일본어 학습의 기초교재로 『교린수지』를 많이 이용했던 사정을 감안하면 문법서인 『재간교린수지』를 먼저 소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이즈미는 1894년 9월 15일부터 이 책을 필사하여 12월 14일에 마쳤다.
--- p.57

1893년 8월에 유학생의 신분으로 조선에 들어온 고이즈미 데이조는 부산에서 거주하면서 한국의 아동들을 가르치며 한어(韓語), 즉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가 쓴 책의 필사기를 참고하면, 이 시기에 그는 주로 초량 왜관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며, 하시모토 아키요시[橋本
彰美]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 p.76

고이즈미 데이조는 1897년 목포항의 개항과 함께 일제강점기 전라남도의 경제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던 남평, 즉 나주에 기거하면서 한가로이 떠도는 듯했으나, 그의 퇴임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계림팔도(조선)를 돌아다니며 각 지역의 상황을 철저히 탐문하고자(鷄林八道を跋涉して, 各地の情勢を探大いになすおらんとしたか)’ 하는 목적으로 그곳에 간 것임이 틀림없다. 부산에서 굳이 연고도 없는 전라도 남평까지 갈 이유가 없었으므로 당시 일제의 조선 침략을 위한 치밀한 계획 속에서 움직인 것으로 생각한다.
--- p.96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의 일환으로 민요 채집을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가 1912년경에 시행한 「이요·이언 및 통속적 서적 등 조사(俚謠·俚諺及通俗的讀物等調査)」였다. 이것이 한일합방 직후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성과로서 그 의의를 지닌다면, 『한어유취』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개인에 의해 채록된 결과물이라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한일합방 직전인 19세기 말 조선에 거주하던 일본인이 조선어를 정리하면서 당시에 사용하던 방언과 지역에서 부르던 민요를 여과 없이 채록함으로써 19세기 말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고이즈미 데이조의 이러한 기록들이 단순한 개인적 취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실시하게 될 기초자료 수집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본다. 고이즈미 데이조와 같은 일본인들이 이미 조선 곳곳에서 이러한 작업을 진행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 p.150

학조권(學組權)은 본래 교육 및 조직의 주도권, 또는 이에 참여할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에서 학조권은 일본인 무관 등 식민 지배 집단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으로 변질되었다. 일본인 무관들은 학교, 사회단체, 청소년 조직 등을 군사적 논리에 따라 통제하고 지도하면서, 조선인의 교육 자율성, 자주적 조직 형성과 무관 양성은 강력히 억압하였다. 반면, 일본인 무관의 학조권 실현은 지배자의 조직권 강화를 의미하였고, 이는 식민지 조선 사회 전 영역의 군사동원, 황국신민화 사상 주입과 맞물려 강력히 추진되었다.

--- p.198

출판사 리뷰

고이즈미 데이조가 필사한 조선의 고전들

이 책의 핵심은 하버드대학교 옌칭도서관에서 발견된 자료, 즉 고이즈미 데이조가 직접 필사한 조선의 고전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 원문과 현대역의 병기: 필사본에 쓰인 구한말 시대의 한자와 고어를 저자(정승혜)가 섬세하게 현대어로 번역하여 원문과 함께 소개한다. 독자는 과거의 언어와 현재의 글 사이에서 생생한 역사적 증언을 발견할 수 있다.
- 탐구의 범위: 고이즈미 데이조가 한국어를 학습한 과정, 그가 수집한 장서 목록,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시대적 상황을 폭넓게 다룬다.
- 소개된 자료: 현대에 널리 알려진 고전문학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설화와 시가 등이 제시되어, 그가 통역관으로서 조선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면밀히 되짚어본다.

언어와 지식의 힘, 그리고 역사적 성찰

『밀정의 공부』는 밀정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깊이 있는 학문적 탐구로 풀어낸다. 구한말 격동의 시대에 활동한 일본인이 남긴 흔적을 통해, 독자는 당시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으며, 언어와 지식이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얼마나 중요한 정치적, 문화적 기능을 지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근대 한국의 역사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1차 사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성찰의 기회를 선사한다.

구한말 역사의 증언과 한국어 학습의 흔적

하버드대학교 옌칭도서관에 잠들어 있던 자료들이 구한말의 숨겨진 역사를 생생하게 드러내었다. 이 역사의 중심에는 구한말 일본 조선주차군 사령부 육군 통역관을 지낸 고이즈미 데이조(小泉貞造)가 있다. 그는 약 10년간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어를 학습한다는 명분 아래 조선의 문화, 정치 상황 등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겼다. 이 기록들은 그가 단순한 통역관이 아닌, 일제의 밀정(密偵)으로서 활동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고이즈미 데이조의 기록, 『밀정의 공부』로 재탄생하다

정승혜 저자의 『밀정의 공부』는 고이즈미 데이조가 군 통역관이 되기 전 한국에 머물며 공부했던 내용을 시대순으로 정리하여 소개한 귀한 자료집이다. 이 책의 학문적 깊이는 저자가 직접 구한말 국한문 혼용체 또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언어로 된 원자료들을 직접 번역하여 독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근대 이전의 한국어 학습과 통역의 역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바탕으로 이 번역 작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밀정의 공부』는 단순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학문적 성취를 이루어낸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증언

『밀정의 공부』는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역사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근대 한국의 역사를 탐구하는 이들에게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1차 사료(史料)로서 활용되어 새로운 학문적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밀정의 시선을 통해 기록된 역사의 이면을 탐구하고, 구한말 근대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통로가 되어준다.

추천평

“진짜 재밌어.” 고이즈미 데이조를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느낌을 정승혜 선생은 이렇게 전해 왔다. 먼 이국에서 보내온 메시지 속에는 평소 잘 내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서지학자이자 자타 공인 한국 최고의 사역원 역관 전문가 정승혜 선생의 호기심 가득한 흥분이 들어 있었다. 그로부터 만 4년이 지나 문득 이 책의 완성을 알리며 추천의 글을 부탁받고는 보내온 글을 묵묵히 읽었다. 한 권의 책이 시대의 잔해 속에서 묵묵히 남아, 말 없는 증언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밀정의 공부』는 바로 그런 책이다. 고이즈미 데이조라는 한 일본인 군통역관의 필사본과 장서(藏書)를 따라가며, 저자는 구한말 조선에서 일본이 어떻게 한국어를 학습하고, 그 언어 학습이 어떤 목적─즉 침략과 정보 수집이라는 명백한 의도─아래 이루어졌는지를 집요하고도 치밀하게 밝혀낸다. 오랜 시간 사역원 역관의 삶을 고구해 온 정승혜 선생의 시선은 본래 통역관이었던 고이즈미의 이력에 머물러 있었으리라. 하지만 고이즈미가 필사한 『교린수지』·『효경언해』·『일한통화』·『한어유취』 등 다수의 문헌은 단순한 학습 흔적이 아니라, 제국주의가 언어를 도구로 삼아 조선을 이해하고 통제하려 했던 실증적 자료였음이 이 책을 쓰는 과정에 하나씩하나씩 소리없이 하지만 생생히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고이즈미의 장서인이 찍힌 가장 오래된 책인 『남훈태평가』를 비롯한 다수의 필사본·경판본 분석을 통해, 그의 학습 경로와 관심사가 어떠한 정보망(諜報網)의 성격을 띠었는지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1893년, 명문 메이지 대학을 졸업한 전도양양한 일본의 한 젊은이가 왜 약관의 나이에 아직 세계사에 눈 뜨지 못한 조선을 방문하여 한반도 남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낯선 언어 조선어 자료를 찾아 필사를 하며 조선어를 익히고 다녔을까. 이 책은 단순한 문헌 고증을 넘어, "언어를 배운다는 행위"가 어떤 정치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조선의 시조·가사·민요·고전소설까지 필사하며 언어의 결을 익혀 간 일본인 통역관의 행적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이해하기보다 먼저 ‘관리하기 위한’ 지식을 축적해 나간 과정 그 자체다. 저자는 그 흔적들을 촘촘히 복원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질문?“누가 어떤 목적으로 우리 언어를 공부했는가”?를 다시 묻는다.

『밀정의 공부』는 방대한 사료와 오랫동안 역관을 탐색해 온 전문가의 섬세한 분석을 통해, 한 개인의 필사본을 제국주의의 거대 구조 속으로 정확히 위치시키는 보기 드문 연구서다. 동시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또렷한 경고를 건넨다. 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지식은 언제든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어 학습서나 고서 연구, 근대 지식사, 한일 관계사, 식민지 연구 그리고 언어와 정치의 암묵적 관계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자신 있게 권한다. 조용하지만 너무도 명확한 목소리로, 우리 근대의 그림자를 다시 읽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 김양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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