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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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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
헨리 그룬왈드 저 / 공경희 역
사과나무 200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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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역공경희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습니다. 소설, 비소설, 아동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좋은 책들을 번역하며 현재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쉘던의 『시간의 모래밭』으로 데뷔한 후, 『호밀밭의 파수꾼』, 『비밀의 화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파이 이야기』, 『우리는 사랑일까』, 『마시멜로 이야기』, 『타샤의 정원』, 『엔조』 등이 있으며, 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를 썼습니다.
저자 : 헨리 그룬왈드
<타임>지 편집장, 오스트리아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 저서로는 『어던 사람의 미국』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153*224*20mm
ISBN13
9788987162324

책 속으로

원시의 바다에서 작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물감이 바다 위에 풀려 있는 듯하다. 생명체의 시각 기관이 태양을 찾아 헤매고, 결국 그 생명체는 빛이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볼 것 같은 예감은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빛을 향해 가는 것은 모든 생물의 본능이며, 보려고 하는 마음은 포기할 수 없는 의지인 것을.

나는 바닷가에 서서 눈에 대해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 '본다'라는 기적의 과정을 시작한 단세포 생물에 대해 생각한다. 나 역시 보고 싶다. 넘실대는 파도며 모래 사장, 조가비, 해초, 해변으로 밀려드는 쓰레기까지도. 내 눈 역시 똑같은 충동, 똑같이 보려는 의지로 활기를 띤다. 하지만 내 눈은 작동되지 않는다. 적어도 완전히 작동되지는 않는다. 질병으로 인해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커튼을 드리웠달까 안개가 끼였달까……. 뿌연것 너머로 주위 풍경이 떠오른다. 허리를 굽혀 모래사장을 내려다봐도 돌인지 조가비인지, 동전인지 유리조각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버려진 신문을 줍는다 해도 읽지 못할 것이다. 평생 필자이자 편집자로 살면서 '읽는다는' 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자연스런 나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내 존재는 인쇄된 글자에 휩싸여 있는 듯했다. 한데 이제는 아니다.
눈이 흐려지기 전까지, 나는 말 그대로 눈을 의식하지 못했다. 가끔 안경을 새로 맞추거나, 다른 사람이 내 눈에서 티끌을 빼줄 때를 제외하면 눈이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줄곧 눈을 의식하며 생활한다. 머릿속에 지구본 두 개가 들어 있는 상상을 한다. 지구본 위에 섬세한 혈관이 지나가는 그림을 떠올리려 애쓴다. 깨질 듯 약하면서도 강한 눈의 위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낭만적인 싯귀뿐만 아니라 의학에서도, 심장은 생명의 중심에 있다. 심장이 멈추면 생명도 멎는다. 시력을 잃는다고 해서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눈에 인간의 진수가 담겨 있다고 믿었다.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어떤 것을 좋아할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 받을지를 봄으로써 결정한다.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지낸 몇 년 동안, 나는 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시력이 슬금슬금 저하되기 전까지는 보는 걸 당연시했지만, 요 몇 해 사이에는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대단한 선물임을 배우게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계 속에서 살면서 신체의 부자유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히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시력을 잃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통찰력을 얻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 본문 중에서

시력 때문에 인감힘 쓰다보니 시간이 없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맛보게 된다.영광이 시디는 아테네 앞으로 몸이 떠느느 그리스인들과 동족의식이 느켜지기도 하고, 지혜를 얻는 대신 눈을 내준 오딘과 도 동감하게 도니다......(중략) 나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반만보는 것이, 인간의 조건으로 보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징인 듯싶다고..

--- p.159 마지막 부분

나는 맹인은 되고 싶지 않지만, 눈이 흐려지기 이전에 만끽했던 '보는 모험'의 추억에 매달리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보는 것'을 예술로 생각하지 않고 평이한 행위로 본다. 다이아몬드 세공사나 배의 선장, 조류 탐사자, 별을 보는 사람들, 글을 교정하는 사람들, 화가들은 눈을 훈련시켜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까지도 정확하게 볼 줄 안다.

하지만 보통 살마들은 봐야 할 것을 보지 않고 표면적으로만 눈을 이용한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눈이 불편해지면서 나를 둘러싼 현실이 점점 뿌옇게 변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게 어떤 것이었는지, 어떻게 볼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게 뭔지 계속 반추해야 했다.

--- pp.61-62

출판사 리뷰

《타임》지 편집장을 지낸 저자의 삶에 대한 통찰 에세이.
'황반변성'이란 병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지만, 마음의 눈은 밝아지고 삶의 통찰력을 얻어가는 과정을 가슴 뭉클하게 전개하고 있다.

어느날 헨리 그룬왈드는 물을 컵에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흘리자 새로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이 시력을 상실하는 징후임을 그땐 몰랐다. 사실 그룬왈드는 황반 변성증이란 병의 초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 책에서 그룬왈드는 장애로 접어드는 경험을 세밀히 적고 있다. 앞이 뿌옇게 보이고 매일 심신이 겪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으며, 시력을 복구하는데 의학이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것을 발견해나갔다. 눈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진화 단계를 거쳤으며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시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공부해나갔다. 그림 감상을 좋아했던 저자는 눈이 흐려진 뒤에도 미술관 나들이를 했다. 그러다가 드가와 모네가 만년에 안질환을 앓아 그들 화풍이 흐릿해진것도 알게 되었다. 그 자신이 사물을 볼때처럼.

그는 기자들의 원고 심부름을 하는 사환으로 《타임》사에 입사해서 20년 동안 근무했고, 《타임》사 총 책임 편집인까지 되었다. 그런 그에게 읽기와 쓰기는 기쁨의 원천이자 생명줄이나 다름 없었다. 저널리스트에게 읽거나 쓰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그럴 때마다 그는 육신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나갔다. 사물을 보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그는 내면을 보는데 매달렸다. 그럴때면 머리에 그림이 떠오르곤 했다― 더운 여름날 산딸기를 따는 어린 시절, 이국적인 바에서 드라이마티니를 마시면서 아가씨와 시시덕거리는 젊은 시절, 잡지를 만드는데 힘을 쏟느라 20시간 내리 눈 한번 붙이지 못하는 편집자 시절…… 그리고 누군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다음날 내가 볼 수 없다면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보려 하지 않고 익숙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겠다"고. 그는 볼 수 있다는것이 정말로 대단한 선물임을 배우게 됐고, 한편으로는 한계 속에서 살면서 신체의 부자유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이 책은 단순히 '보는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산다는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시력을 잃는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통찰력을 얻어가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개한 뛰어난 명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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