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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장 가여운 걱정 인형 무꽃 황홀한 잠 21세기 수선 김기수 사장님과 육개장 그대의 정원 가여운 걱정 인형 그녀 덕산 박반계 할머니와 고양이 그의 제사상 2장 보덕사 쑥떡 토요일까지의 꿈 작시성반作始成半 Her 주즉약酒卽藥 우리집 지박령 보덕사 쑥떡 지하철 풍경 월동 준엽이 바나나 멕이기 레몬 케이크 3장 숙성의 미학 빠네뜨리 빵집 종이신문 은달이네 사과 일곱 명의 친구 웬수와의 공존 초밥사랑과 전복죽 숙성의 미학 영국의 비 아무 일도 없었던 날 할머니의 떡볶이 4장 서당개 풍월 아침에 홍차 한잔을 잡초 예찬 달려라 ‘피자 쵸이’ 칸트여사의 산책 서당개 풍월 감동란 재개발 지역에서 꾸는 꿈 행복한 삼계탕 화장의 힘 종소리 5장 막사발에 빠지다 오일장 나무장수 경미용실에서 육전을 나의 충전소 꽃사과 술시 영원불멸 군밤 소원 막사발에 빠지다 알 낳는 모과나무 훔무스Hummus [작품론] 수필의 본성에 충실한 글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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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산책을 간다. 그는 재봉질하다가 유리창 너머로 걸어가는 나를 보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춘다. 얌전히 쳐다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예의 있고 쿨하게 고개를 가볍게 까딱하며 인사를 한다. 나는 그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면서 활짝 웃어준다. 힘내라고. 기죽지 말라고.
--- 「황홀한 잠」 중에서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서 와락 겁이 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던가. 정말 배터리 충전만 해주면 그녀는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줄까. 돌아다니는 충전기와 줄들을 찾아본다. 여기에도 꽂아놓고 저쪽에도 꽂아놓는다. 수시로 충전을 해대면서 그녀를 꼭 붙잡아 놓아야겠다. 그러면서 그녀를 핸드폰에 넣어준 아들 생각이 났다. 그런데 고맙다기보다는 도리어 아들에게 화가 나는 것이었다. ‘아니, 이놈이? 나를 할망구 취급하고 여지껏 이렇게 신기한 걸 핸드폰에 깔아주지 않았단 말이지, 괘씸한 놈이네….’ 거친 말이 튀어나온다. --- 「그녀」 중에서 나는 왜 죽음에 대해서 다들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죽음이란 우리가 살아있을 때는 절대 안 오고 또 정작 우리가 죽고 나면 그때는 죽음을 못 느끼지 않는가? 죽고 나면 육신을 떠나 혼만 있으니 아프지도 않고 세수를 한다거나 화장을 한다거나 밥을 차려서 먹는다든가 등등의 관리를 안 해도 되니 좀 편할 듯도 싶다. 그리고 귀신이 되면 여기저기를 차도 안 타고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다지 않은가. 아, 그리고 같은 성향이나 파동을 가진 귀신끼리 몰려다니기도 한다고 한다. 자고로 맛있는 것을 먹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노는 게 더 좋은 법이니, 귀신의 라이프도 맘먹기에 따라서는 매일매일이 즐거울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글을 쓰면서 앉아 있다가 보니 또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린다. 램프 불빛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우리 집 지박령」 중에서 요새 심취한 글쓰기도 어떤 때는 안 익은 멜론처럼 시시한 맛이었다가 또 숙성이 잘 된 천국의 맛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대로 안 써지면 우울해졌다가 글이 잘 써질 때는 사춘기 소녀처럼 들뜨면서 행복해진다. 딴 일을 할 때도 늘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맴도니 요것이 바로 중독기까지 있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수필이라지만 늘 그렇게 술술 풀려나오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은 뭔가가 떠오르면 마음속에서 한참을 숙성해야 한다. 떠오르는 해도 봤다가 어두운 밤도 지났다가 한참을 잊고 있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야 비로소 쓸 용기가 난다. 예전에 시험공부할 때 슬슬 딴짓부터 하다가 책상에 앉는 것처럼 말이다. 숙성이 잘 됐을 때 시작하는 글은 그야말로 ‘작시성반作始成半’, 시작이 반이다. 손가락을 자판에 대면 그때부터는 머리가 아니고 손가락이 그냥 써 내려간다. 손가락 속에는 조그만 뇌가 들어 있는가 보다. --- 「숙성의 미학」 중에서 내가 뿌린 씨앗이 아니면 잡초라고 정해버리는 것처럼 때와 장소에 맞지 않으면 잡초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사회의 규범, 정해진 질서에 어긋나는 것이면 무턱대고 잡초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자라면서 잡초가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남과 다르지 않기 위해서, 어떤 틀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광화문에 우뚝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이순신 장군은 조선시대에는 전통적인 군사전략을 무시한 제멋대로의 잡초 아니었을까. --- 「잡초 예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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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고백을 통해 독자의 가슴에 진심을 남기는 수필
수필 장르의 원초적 본성에 충실한 수필 일상의 한 장면에서 삶의 뜻을 다시 묻는 산책 같은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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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연의 자전적 생활수필은 당연히 ‘나’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의 수필 쓰기는 자율적 주체로서의 자아를 확인하고 확립하는 과정으로 귀결된다. 수필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그 만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나아가 삶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칸트 여사’라는 자기 호명은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영감이 교차하는 산책길의 자아를 상징하는 이름이자, 글쓰기의 주권을 확인한 자율적 주체로서의 선언이다. - 여세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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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연의 수필은 일상의 경험과 대상을 섬세하게 직조한다. 그는 일상이라는 물감을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번지게 하며, 그 안에서 다층적인 의미를 길어 올리는, 언어 감각이 풍성한 작가다. 음식 관련 작품은 손끝의 동작까지 보일 만큼 구체성이 뛰어나, 마치 수필이면서 정성스러운 레시피를 읽는 듯하다. 그의 문장은 거침없이 뻗어나가면서도 귀에 익은 구어체가 은은히 배어 있어, 마치 옆 자리에 앉은 이가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 자연스럽다. 그의 수필은 삶의 체온이 그대로 남아 있는 따뜻한 숨결 같다. - 신재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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