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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쉬고 : 몸을 쭈-욱 펼쳐
우리가 등을 쓰다듬는 이유 반짝이지 않는 크리스마스 다행이야, 곤충보다 천천히 할머니가 되어서 사각사각 중1 수학 성적이 의미하는 것 명랑하고 게으르게 집안일 하기 빵빵해지고 싶은 건 마음이었는데 경건한 방앗간 늪, 물결, 초록 엄마의 두 집 살림 신과 혀 내쉬며 : 나뭇잎 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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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라도 더 뻗기 위한 사람의 몸짓은 세계를 확장하는 일과 같다. 힘을 손가락 끝까지 보내려면 몸과 마음의 기운을 한 방향으로 모두 집중시켜야만 한다. 나는 그 풍성한 가지 끝에서 위로를 얻었다. 끄트머리에 맺힌 갖은 애씀을 알아보았을 때 비로소 펼 수 있겠다 싶었다."
---p.10 「몸을 쭈-욱 펼쳐」 중에서 "허술하고 나른하고 완벽하지 않은 엄마이지만 그런 자책감에 무너지지 않으면 엄마도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언젠가 이 작은 둥지를 벗어나 자기들의 둥지를 만들어나갈 때쯤 이 날들의 풍경과 나눈 이야기가 작지만 튼튼한 가지가 될 것이다." ---p.19 「우리가 등을 쓰다듬는 이유」 중에서 "'울지 않는 아이'는 울지 '못하는' 아이, 어른의 무게를 일찌감치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그렇게 자라서 울지 못하는 어른이 되면 어딘가 어두운 곳에서 혼자 눈물을 훔치거나 뒤틀린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하게 된다. 울지 못했던 아이가 자라서 우는 법을 모르는 어른이 되었다면 이들에게만 선물을 주는 산타 할아버지도 분명 있을 것 같다." ---p.27 「반짝이지 않는 크리스마스」 중에서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을 수용하지 못하고 벌벌 떨며 외면하는 거야말로 이미 쪼그라들고, 바람이 빠져버린 '노화된' 마음이 아닐까. 우아함과 건강함이란 옷으로 가리지 말고 나이 들어가는 몸을 마주하고 싶다. 탄력 있는 탱탱한 마음으로 주름을 맞이하고 싶다." ---p.65 「빵빵해지고 싶은 건 마음이었는데」 중에서 "매끄럽게 잘 다듬어지고 자신이 의도한 부분을 뚜렷이 보여주는 글보다는 그렇지 않은 글이 좋다. 맨들맨들한 앞면 말고 잎사귀의 뒷면처럼 까슬까슬한 글 말이다. 뒷면은 속살처럼 연하고 투명한 작은 솜털이 가시같이 돋아나 있다. 그러니까 머물 수 있는 곳은 바로 뒷면이다." ---p.85 「엄마의 두 집 살림」 중에서 "무엇을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라 가리고자 하는 글쓰기. 쓰고 싶은 무엇을 쓰려는 게 아니라 쓰고 싶지 않은 무엇을 외면하기 위해 쓰는 글.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은 그렇게 썼다가 지워버리려고 했던 이야기, 얼룩덜룩한 흔적이다." ---p.95 「나뭇잎 아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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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하루를 갉아먹으며, 뭉툭해진 마음을 깎으며 읽는 이 없이도 쓰는 사람이 여기 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변하는 역할극 속에서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능숙한 실무자로, 집에서는 아이들의 보호자로, 그리고 부모님 앞에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자식으로. 24시간이 모자라게 종종거리며 살아가지만, 문득 거울을 보면 낯선 타인이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여기, 경남 합천의 시골 마을에서 그 낯선 기분을 외면하지 않고 매일 연필을 깎는 여자가 있다. '사각사각'을 쓴 이지원은 자신을 ‘부엉이 엄마’라 부른다. 모두가 잠든 새벽,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희미해지는 자신을 붙잡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합천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이지원 작가가 쓴 '사각사각'엔 여러 목소리가 흐른다. 아이 셋을 돌보는 동안 주고받은 이야기 속엔 여리고 작은 아이 목소리와 허술하고 나른하지만 아이들이 제 힘으로 행복을 일굴 수 있도록 북돋는 ‘돌보는 목소리’가 있다. 합천에서 글방을 꾸리며 천천히 독립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려는 ‘느린 목소리’ 곁엔 사회적 약속과 강요된 역할로 인해 오랫동안 접어두었던 기억과 시간을 펼쳐보려 ‘애쓰는 목소리’가 있다. '사각사각'은 매일 같이 무언가를 읽고 또 무언가를 쓰며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자신의 목소리를 제 힘으로 찾아 나선 발걸음이며, 구겨지고 덮어두었던 몸과 마음을 한껏 펼쳐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애씀의 기록이다. 납작한 일상에 ‘나’라는 공간을 일으켜 세우는 글쓰기 저자는 말한다. “사회적 약속과 신념은 입체적 존재인 우리가 공간을 누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한쪽 면으로만 규정짓고 절대 뒷면은 보이지 않도록.”이 책은 세상이 요구하는 ‘앞면’의 삶 뒤편에 숨겨진, 거칠고 투박하지만 진실한 ‘뒷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8점짜리 수학 성적표를 받아온 딸에게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은 점수와 상관없다”고 명랑하게 말해주고, 반질반질한 모델하우스 같은 부엌 대신 책과 과자 봉지가 뒹구는 식탁에서 ‘게으른 청소’의 미학을 찾는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납작하게 눌린 일상에 면을 세워 입체적인 ‘나’의 공간을 만드는 건축술과도 같다. 사각사각, 꿈이 자라는 소리 저자가 운영하는 시골 글방 ‘사각’은 ‘생각할 사(思)’와 ‘깨달을 각(覺)’을 쓴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사각사각’이 잎 뒤쪽에 사는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는 소리라는 걸 상상할 수 있다. 동시에 무언가를 쓰기 위해 연필을 깎는 소리이면서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거나 조심스레 나아가는 소리다. 또한 ‘사각사각’은 머뭇거리는 몸짓이자 닿지 못한 자리에 닿으려는 발돋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세상 곳곳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이자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사각사각’은 무엇보다 네모난(사각)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거창한 성공담이나 아이 교육과 돌봄에 관한 지침서가 아니다. 그저 흔들리고, 망설이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사각거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