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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 Martin du G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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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두 눈은 눈물로 가득했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나 곧 라셀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에 라셀의 목걸이를 만졌기에 그의 손에는 아직도 그 호박의 향기가 남아 있었다! 그는 자기 가슴에 그녀 어깨의 둥근 육체를 느꼈고, 입술에 그녀의 미지근한 결을 느꼈다! … 어찌나 격렬한 충격이었던지 그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두 손을 펼쳐서 의자의 손잡이를 꽉 쥔 채 의자 등에 얼굴을 대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라셀이 한말이 생각났다. '나는 자살하려고 생각했었어 ….' 그래, 끝장내는 거다 … . 자살, 이렇게 끔찍한 고통에서 빠져나갈 수 이는 유일한 길이다 …. 계획하지 않은 자살, 거의 동의 없는 자살, 올무에 걸린 듯 심하게 죄어오는 이 고통이 절정에 이르기 전에 어떻게든 도망가기 위한 자살! 갑자기 그는 소스라쳤다. 벌떡 일어섰다. 오는 것을 보지 못했던 한 사나이가 그의 팔을 건드렸던 것이다. 그는 반사적인 행동으로 그 사나이를 밀치고 주먹으로 한 대 갈길 뻔했다. "아니 왜 그러시오?" 하고 그 사내가 말했다. 그 사내는 개찰하는 늙은이였다. "저 … 파리 행 기차는?" 하고 앙투안느가 더듬거렸다. "삼번 선이요." 앙투안느는 몽유벙자 같은 눈으로 그 사나이를 응시했다. 그리고 맥없이 걸어서 홀 쪽으로 갔다. "시간은 넉넉해요, 기차가 아직 편성되지 않았으니까!" 하고 그 사나이가 소리쳤다. 앙투안느가 노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문에 부딪치자 그 노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서 힘깨나 쓰는 척하는군!" 하고 그는 투덜거렸다. --- pp.199-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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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앙가주망 소설, 톨스토이의 뒤를 이을 유일한 20세기 작가
알베르 까뮈는 『티보 가의 사람들』을 최초의 앙가주망 소설로 정의하며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의혹의 작품이며, 실망 속에서 집요하게 추구하는 이성의 작품이며, 널리 알려진 무지에 대한 작품이며, 인간 이외에는 어떤 다른 미래도 갖고 있지 않은, 인간에 대한 도박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말은 톨스토이가 죽은 뒤로 그 어느 작가에게도 돌리기 어려웠던 단어, 곧 선(善)이다.>
까뮈가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비교 속에서 마르탱 뒤 가르를 톨스토이 쪽에 세운 것은 정확한 지적이었다. 당시 소설계를 풍미하던 분위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둡고 심미적인 스타일이었다. 따라서 힘찬 서사로 인간의 선과 윤리의 추구를 호소하던 마르탱 뒤 가르는 당대의 참여적 지식인들에게 외면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이 작가를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으로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후 프랑스의 문예 부흥을 주도한 앙드레 지드는 마르탱 뒤 가르에 대한 당대의 몰이해를 꾸짖으며 다음과 같이 예견하고 있다. <오늘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작가가 마르탱 뒤 가르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마르탱 뒤 가르만이 2년 후에 진정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르탱 뒤 가르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불운한 작가였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관심은 이제 그가 망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가 소설에서 다루었던 문제들이 21세기의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화두로 남아 있다는 것. 신과 인간, 예술과 이념에 대한 작가의 고찰들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인간 본원의 갈등을 그린 것이다. 또한 동시대인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던 마르탱 뒤 가르의 현대성은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마르탱 뒤 가르의 독창적인 스타일은 시네마토그래피, 대화 소설, 상호 텍스트, 현실과 허구의 콜라주 기법 등을 아우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 기법의 집적소가 되었다. 이에 작가는, 알베르 까뮈에게서 <영원한 현대인으로 남을 작가>라는 칭송을, 앙드레 지드에게서는 <20년 후에야 진정한 평가를 받을 작가>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 작품 『티보 가의 사람들』은 시대보다 앞선 기획과 메시지로 20세기 소설사의 웅장한 서곡을 울린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옮긴이 정지영 서울대 교수는 10여 년 간 오직 이 한 작품 『티보 가의 사람들』번역에만 매달렸다. 이것 외에 그의 저서라고는 두산동아 출판사에서 나온 『프라임 불한 사전』이 전부이다. 사전 편찬 작업 역시 이 대작을 번역하면서 부딪쳤던 한계를 극복하려 한 산물이다. 대학원 시절 마르탱 뒤 가르에 매료된 역자는 이후 프랑스에 있는 마르탱 뒤 가르 센터를 여러 차례 오가며 정확한 번역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다양한 스타일과 역사적 지식을 정확히 재현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역자는 『티보 가』의 번역으로 한국의 번역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음을 자부한다. 이번에 출간된 『티보 가의 사람들』은 프랑스 니스에 있는 마르탱 뒤 가르 센터에 일본어, 중국어 판본과 나란히 전시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