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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프롤로그_ 엄마의 자리
두 번째 프롤로그_ 나와 당신의 이야기 첫 번째 책장_ 엄마도 아이였어 1.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2. 들키고 싶은 돌멩이 3. 할머니에게 가는 두 가지 길 4. 끝마다 시립니다 5. 마음이 마음에게 하는 일 6. 어린 나는 울고 있었다 7. 그곳에 가면 오래된 내가 있다 8. 아버지라는 남자 poem_ ‘나’의 깊이가 ‘너’의 깊이다 두 번째 책장_ 아내가 되기까지 1. 어쩌다 순애보 2. 당신을 사랑하기로 했다 3. 그 후로 오래오래 4. 농부의 아내로 산다는 것 5. 너무나 다른 별 6. 나의 부러움, 그의 외로움 7. 나를 오해하다 8. 흐린 날, 내 마음의 지도 poem_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세 번째 책장_ 엄마도 울고 싶다 1. 육아서에서 길을 잃다 2. 모두 퇴근하면 엄마는 출근한다 3. 내 안의 오랜 소녀 4. 어디 울 곳이 없었다 5. 시간을 먹고 아이는 자란다 6. 꽃을 외우다, 꽃을 배우다 7.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8. 아이의 말 poem_ 해는 짧고 삶은 그립다 네 번째 책장_ 엄마의 봄날 1. 실패해도 인생은 계속된다 2. 관성의 법칙 3. 책 ‘익는’ 중 4.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5. 나에게 이르는 여행 6. 누구나 사랑받고 싶다 7. 꽃을 꺾지 않다 8. 보는 아이에서 읽는 어른으로 poem_ 지나간 날들, 지나가지 않은 날들 에필로그_ 다만 오늘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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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를 먹기 좋게 잘라주면 껍질을 엄마가 깠다고 울고, 이불을 덮어주면 이불이 구겨졌다고 우는, 모든 것이 엄마 탓인 시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아이를 안아주지 못했다. ‘미운 네 살’을 보내며 이유 없이 떼를 쓰는 첫째와 밤낮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둘째 모두를 헤아리기에 내 그릇이 너무 작았다.
--- p.37 어느 날, 남편에게 너무 힘들다고, 육아의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남편은 다들 그만큼 삶의 짐이 있다고, 견딜 수 있는 고난이라고, 힘들다는 말 자체가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거라고,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말자고 했다. 그도 나만큼 육아에 묶여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막막했다. --- p.83 아빠는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의 차선이다. 아이들은 산책을 하면 서로 엄마 손을 잡겠다고, 식당에 가면 엄마 옆에 앉겠다고 싸운다. 셋이 한 방에서 잠들고 일어나는 것이 당연해 아빠는 늘 내쫓긴다. 아빠가 녹초가 되도록 비행기를 태워 주고 숨바꼭질하며 놀아줘도, 밤이 되면 엄마를 찾는다. 첫째가 아빠 침대에 누워 “이 냄새는 뭐지?” 물었다. 베갯잇을 아무리 빨아도 이제 베개 그 자체가 된 안드로스테론 홀아비 냄새는 7년 동안 혼자 지낸 쓸쓸함의 분비물일까. --- p.102 아이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떼를 썼다. 뽀로로 숟가락을 찾겠다고, 스스로 물을 따르겠다고, 분홍 드레스만 입겠다고, 아침부터 울었다. 육아서는 그럴 때 따뜻하게 달래 주라고 한다.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해 보는 경험이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고, 그것이 곧 세상을 사는 데 꼭 필요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정말이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나를 완전히 쏟아 붓는 일이었다. --- p.128 엄마가 되면 버려야 할 것이 많다. 질끈 묶은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얼룩덜룩한 티셔츠, 무릎 나온 바지, 갈 곳이 없으니 화장을 할 필요도 옷을 살 필요도 없다. 아이가 눈을 뜨면 하루가 시작되고, 아이를 재우며 엄마도 잠든다. 엄마라는 이름의 여자들은 모두 한 일이다. --- p.165 출근 시간 지하철을 탔다가 넋을 잃었다. 안고 있는 아이가 무거웠던 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저 세계에서 완전 밀려난 서러움이었을까. 내가 이방인 같았다. --- p.177 엄마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내가 나를 누구보다 혹독하게 대했다. 그런데 모성이 여성 모두의 것은 아니었다. 책을 보며 숨을 쉬었다. 엄마도 그럴 때가 있다. 웬디를 꿈꾸는 착한 엄마와 앤처럼 살고 싶은 소녀가 싸웠다. 글 안에서 모성을 끌어안고, 모성을 발로 차며 조금씩 넓어졌다. --- p.199 이제 남편, 아이와 함께 간다. 짐은 무겁고 발걸음은 더디다. 그때 아이가 손을 내밀고, 남편이 뒤에서 밀어 준다. 굳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금 서 있는 이 계곡이, 폭포가, 꽃밭이 아름다워 정상을 보지 못 해도 괜찮다. 카프카가 말했다. “일상, 그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이다.” --- p.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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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장』의 ‘엄마’는 내 아이가 부르는 말이다. 나는 저자의 남편이라는 말이다. ‘남편’이라는 말답게 결혼 초반 나는 철저히 남의 편을 들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시골에 내려온 나는 회복 후 이타적 삶을 살았다. 도시에서 살다가 결혼 후 시골에 정착한 아내의 어려움을 대수롭지 않은 푸념으로 받아들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다름’을 받아들일 줄 몰랐다.
둘의 대화가 중간에 끊기고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내는 자신만의 책장에 들어갔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고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오면 지친 몸으로 책장을 넘겼다. 소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조용한 시골 마을, 밤늦은 시간에 문밖으로 그녀가 웃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아침, 잠을 못 자 피곤할 것 같은데도 아내의 얼굴은 조금 밝고, 가벼워 보였다. 아내는 책속에 나오는 수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세상을 배우고, 자기 내면의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이들을 더 이상 재워주지 않아도 될 시기가 되자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엄마의 책장』이다. 여기에는 보통 사람들이 겪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픔과 기쁨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아내는 나에게 짐이었다.(나는 큰 짐이었다.) 그런데 책이 나온 시점부터 아내는 나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어려움은 글로 풀어내고, 나의 푸념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그녀의 책장이 고마웠다. 지금은 아득한 우리들의 못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귀하고, 일상을 견디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귀하다. 오늘도 엄마의 책장을 넘긴다. - 안효원(『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