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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집, 자극적인 관계, 그럴듯한 직업, 젊고 건강한 몸……현실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 우리의 초상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부업으로 여행서를 편집하는 카를로는 소설가를 지망하는 40대 남성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카를로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자신의 꿈을 성취하고 싶어하지만 끝까지 제대로 된 책 한 권도 완성하지 못한다. 결국 아버지의 도움으로 직장을 구하고, 여동생이 마련한 자리에서 만난 마르게리타와 한눈에 사랑에 빠져 열정적인 연애 끝에 결혼한다. 카를로는 평온한 일상에 녹아들었음에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구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 밀라노에 온 제자 소피아에게서 자신이 꿈꾸었던 젊음과 아름다움, 재능을 본 카를로는 그녀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새로운 육체가 그녀의 결혼생활에서 무엇을 앗아갈 것인가? 어쩌면 그녀는 그 육체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 일이 그들의 감정에 놀랍고도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지도 몰랐다. (…) 그는 수줍어했고, 그녀는 그가 자신의 무언가를 발견하게끔 이끌 수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녀를 향한 그의 욕망을 통해서 가능했다. 연인 관계가 되거나 혼인서약을 하거나 대출로 집을 사기 전처럼 원초적인 형태로 그녀를 갈망함으로써 가능했다. (176p)마르게리타는 남편 카를로의 외도를 의심하지만, 자신 역시 다리가 불편해 방문한 물리치료실에서 치료사 안드레아에게 끌린다. 젊고 건강한 안드레아 역시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르게리타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 일탈로 인해 카를로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혼생활에 집중하기로 결심하자 마르게리타의 열정은 집으로 옮겨간다.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는 그녀는 마음에 드는 집이 매물로 나오자 바로 눈독을 들이고, 마르게리타 부부의 예산을 훨씬 웃도는 가격이지만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한평생 속임수와 거짓말 같은 손쉬운 방법을 택해온 마르게리타는 해결책을 찾는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집주인의 신뢰를 얻은 후, 가격이 높아 거래하려는 손님이 없다는 거짓말로 줄다리기를 이어가다 결국 그 집의 소유자가 된다. 서로 다른 곳을 향한 카를로와 마르게리타 두 사람의 욕망은 계속해서 뻗어나가다가 마르게리타의 어머니 안나의 임종을 앞둔 시점에서야 멈춘다.카를로와 마르게리타 부부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일 수 있는 번듯한 집, 배우자가 아닌 연인과 누리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꿈을 좇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삶, 젊고 건강한 몸은 조금만 노력하면 거머쥘 수 있는 대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르코 미시롤리는 이것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평온함을 권태로 착각하고 일탈을 욕망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이 아닌, 현실로부터 도망치려는 비겁한 일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꼬집는다.자신에 대한 충실함과 상대방과의 신의,어떤 삶을 선택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카를로는 작가로서 실패하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 신세다. 여행서 편집자는 임시직이었고 결혼을 기대하고 있었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과거의 자신은 빛났으나,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토록 원했던 소피아와의 관계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해 수습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견디며 변명만 늘어놓는 처지가 되었다. 카를로에게 소피아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작가로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주눅들어 있던 카를로에게 소피아와의 외도는 온전한 자신의 성취이자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는 방법이었다. 카를로는 마르게리타와 결혼생활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은 결코 배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다.그는 아내와도, 애인과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애인은 얼마나 잘못된 말인가. 배신은 또 얼마나 잘못된 말인가. 무엇을 배신한다는 걸까?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일시적인 기쁨을 취하고 어쩌면 일시적인 기쁨을 주기도 하는 것이 무엇을 앗아간다는 말인가. (125p)반면, 개에게 물려 다친 안드레아를 치료해주다가 정욕에 휩싸여 그와 육체적 관계를 맺은 마르게리타는 속임수로 상황을 모면한다. 안드레아를 병원에 입원시킨 후, 가족들에게 자신의 치료사가 다쳐 도왔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소피아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카를로에 대한 복수의 수단이 아닌, 순수한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서 안드레아를 인식한다. 안드레아를 통해 “젊고 탐스럽고 행복한” 자신을 느낀 마르게리타는 그와의 관계가 결혼생활에 활력이 되었으며, 오히려 카를로에게 충실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여긴다.카를로와 마르게리타는 행복을 위해 자신에게 충실할지, 상대에 대한 신의를 지킬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안정적인 현재를 지키기 위해 인내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은 우리 안에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스스로에게 충실하면서 상대에게 신의를 지키는 일이 과연 이율배반적인지 되묻는다. 자신의 결핍을 외부에서 채우려는 일시적 충동이 오히려 우리를 속박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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