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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1부│비소설(非小說)꽃무늬를 새기다현대시작법물고기가 아니다천렵투명신파 소설7월 이야기내일 여름, 두번째 천변에서숨은 신상견례민음사 세계문학전집바벨 아파트의미가 변하지 않는 문장들내면에 사막을 들인 자의 은유 위로 EC 002가 떨어질 때천사가 입던 옷 팝니다디자이너유실된 여름으로 만든 전집일기예보테디베어밝은 방치킨 런2부│조리 부조리 비조리 간편 조리장르작가주의소설책비소설모던 소설 타임스연연(戀戀)비소설(非小說)적 망상의 보관함이 멸망한 인류의 마지막 유품으로 습득될 때혀의 아포리아연행(演行)부당거래소설책의 쓰임3부│미소설(未小說)시인은 독사의 머리를 밟고소설적 얼음에스키모문학 연구자액자식 구성경종생년월일점화(點火)밤의 징조와 유령들멜로드라마북토크지우개를 잃고 소설가는 쓰네소설가 코스프레탈고소설가독자와 목차서평가우리 모두는 비상시국이었다해설 레이어드 모노포니 - 조강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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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초과하는 비상(非常)한 세계,“사실 시는 사기가 아니라 겹치기야”시집의 중심을 관통하는 핵심 기제인 ‘레이어드(layered)’의 감각은 이 시집을 ‘경험하는 지층’으로 변모시킨다. 여기서 겹침은 현실에 접근하는 방식이자 시집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다. 서로 다른 시간,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발화의 층위가 하나의 장면에 포개지며, 단일한 진실로는 포착할 수 없는 세계의 무게를 드러낸다.1부 ‘비소설(非小說)’에서 시인은 소설이 되지 못한 세계의 파편들을 정밀하게 관찰한다. 「현대시작법」에서 짐승의 뼈를 갈아 물고기를 잡으려는 인디언의 행위와 “대책 없는 소설가의 미끼”를 대조하며 언어의 진실을 탐구하고, 「바벨 아파트」에서는 “상상력이 있던 자리에 자본이라는 이름이 내걸”린 풍경을 통해 소설적 근거를 잃어가는 현대의 공간을 포착한다. 또한 「투명」에서 묘사되는 “금이 간 세계 속/ 금이 간 사람들”은 부서진 채로 현재를 버텨내는 존재들을 가시화한다.장기가 뼈를 입고 뼈가 피부를 입고 피부가 옷을 입고 옷이 나를 입고그러니까 나레이어드룩(layered look)으로 완성됐지_「비소설(非小說)적 망상의 보관함이 멸망한 인류의 마지막 유품으로 습득될 때」2부 ‘조리 부조리 비조리 간편 조리’는 자본의 시스템과 속도가 시의 형식을 어떻게 변주하는지 보여준다. 시집의 핵심인 장시 「비소설(非小說)적 망상의 보관함이 멸망한 인류의 마지막 유품으로 습득될 때」는 이 지점에 배치되어 현실의 파열음을 쏟아낸다. 시인은 인간을 “장기가 뼈를 입고 뼈가 피부를 입고 피부가 옷을 입고 옷이 나를 입”은 존재, 즉 “레이어드룩(layered look)으로 완성”된 존재로 명명한다. 이 거대한 보관함 속에는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 계엄령의 기억, 당근마켓 사기꾼의 사연 등이 층층이 쌓여 있다. 이어지는 「소설책의 쓰임」은 소설책이 ‘방탄복’이나 ‘벌레 잡기’처럼 세속적이고 실용적인 도구로 사용되는 목록을 나열하면서, 고정된 예술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소설의 물성이 지닌 뜻밖의 활력과 아이러니를 보여준다.3부 ‘미소설(未小說)’은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감정들 즉 “아직 소설이 되지 못한” 날것의 상태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소설적 얼음」과 「에스키모」에서 시인은 아직 이야기로 굳지 않은 정동, 말이 되기 직전의 감각을 붙든다. “당신이 사랑 대신 얼음을 주었더라면”이라는 가정은 감정을 완결하기보다 차가움과 열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긴장을 유지하게 한다. 특히 「우리 모두는 비상시국이었다」는 2024년 12월의 역사적 사건을 직접 호명하며 우리가 딛고 선 현실이 결코 계엄을 푼 적 없는 팽팽한 긴장 상태임을 상기시킨다.비상시국을 통과하는 ‘레이어드 모노포니’,다성적 혼란을 견지하는 발화의 조건여름의 초록이 검정이 될 때까지검정의 내부가 한없는 투명의 겹침이 될 때까지젖음의 모노포니는 내일에만 들리는 신청곡 같은 것가능성이라는 말, 이따금 슬픔으로 향하는 강가에서당신의 어깨를 만진다수북하게 쌓인 우주의 먼지를 툭툭떨어보는 것이다_「내일 여름, 두번째 천변에서」해설에서 조강석 평론가는 기혁의 시가 보여주는 이 복잡한 층위를 ‘레이어드 모노포니’라는 개념으로 포착해냈다. 수많은 현실의 잡음과 이질적인 정보들이 겹겹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인의 치열한 언어적 조율을 거쳐 결국 하나의 명료한 선율로 수렴된다는 것이다.이 모든 겹침의 끝에서 『소설책』이 도달하는 지점은 다성적인 혼란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그 혼란에 함몰되지 않는 발화의 상태다. 소설보다 더 기묘한 현실, 매일같이 업데이트되는 비정한 뉴스들 속에서 시인은 “우리 모두는 비상시국이었다”라고 선언한다. 『소설책』이라는 반어적인 제목 아래에서 소설과 비소설과 미소설은 선택지라기보다 동시에 작동하는 조건이 된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는 하나의 양식으로 환원되지 않고, 투명한 거울 대신 불투명한 층위를 겹쳐 입은 상태로만 지속된다. 이 시집은 그러한 조건을 해소하기보다 끝까지 견지한다. 결론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체류의 상태를 유지하며, 완결된 해답 대신 우리가 딛고 선 현실의 지층이 얼마나 위태롭고 복합적인지 드러낸다. 겹겹이 쌓인 아이러니와 슬픔 속에서 솟아나는 시집의 문장들은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현실의 국면들을 다시 가시화한다. 픽션의 형식을 경유하지만 현실을 해석하거나 봉합하고, 불안정한 상태는 끝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그 불안정성 자체가 이 시집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발화의 조건이다.소설 속 시인처럼분열의 안락에 취해본다“술이든, 시든, 덕이든, 당신 마음대로”결말을 상실한 분리기(分離器)로서의 세계가보들레르의 두 눈을 후려칠 때진실은 거대한 숙취의 쓰임새이다-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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