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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스밸리의 황동규 시인
2.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신경림 시인 3. 열음사와 최하림 시인 4. 후포 방파제의 김명인 시인 5. 시도예전의 정진규 시인 6. 학고재의 황지우 시인 7. 황구지천의 최두석 시인 8. 철둑집의 이시영 시인 9. 양지리조트와 라자로마을 사이의 조창환 시인 10. 수원 삼환까뮤에서의 한때, 이윤택 시인 11. 들꽃세상과 월문리 사이의 송기원 시인 12. 평해 달밤의 임영조 시인 13. 해청과 아버지 사이의 고형렬 시인 14. 병점과 돌모루 사이의 홍신선 시인 15. 수련과 말 사이에서 자웅 동체를 꿈꾸는 채호기 시인 16. 해직의 먼 길 돌아온 도종환 시인 17. 혈육에 대한 부채와 미혹 사이의 이재무 시인 18. 역사적 책무와 침묵 사이의 김명수 시인 19. 가난의 사회학과 사각형의 기억 사이의 송찬호 시인 20. 침묵과 그늘, 혹은 섬과 육지 사이의 장석남 시인 21. 문의마을과 장미골 사이의 고은 시인 22. 욕망과 회저 사이의 최승호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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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은 오후 4시 공연인데도 입추의 여지가 없다. 암전 후에 흐린 빛으로 무대가 밝아오면 뚱뚱하고 못생긴 여배우 양희경이 푹 퍼진 몸으로 양은 쟁반에 노란 물주전자와 물수건을 받쳐들고 무대 중앙에 나타난다. 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노크한다.
"손님, 들어가도 될 게라우? 예, 그럼 실례하겄수만이라우."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숙객과 마주선다. 양희경의 모노드라마, '늙은 창녀의 노래'가 시작된 것이다. 약간 돋아올린 무대 앞으로 철로가 보이고 역무원이 칸델라 불을 들고 지나간다. 밤이다. 나는 숨을 죽이고 양희경의 처연한 눈빛을 응시한다. "오메, 여태까장 그렇게 서 계셨던 게라우? 하기사 손님 맘을 알 것 같구만이라우. 코딱지만한 방도 그렇고, 썩은 냄시가 진동하는 이부자리도 그렇고, 무신 정내미가 붙을 거이요? 됩데 만정이 떨어졌겄지라우. 그래도 우짤 것이요? 짐밤 새신담서 밤새도록 서 있을 수만은 없응께 그만 이쪽으로 앉으시오. 아매도 이쪽이 명색은 아랫목일 거이요." 양희경은 물쟁반을 옆으로 밀어놓는다. 나는 마른침을 꼴깍 넘긴다. 양희경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선을 옮기며 연기한다. 관객들이 싸구려 여인숙에 투숙한 손님이 된다. "참, 손님. 주제넘게 손님에게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디, 괜찮겠능게라우? 뭣이냐고라우? 글씨요. 벨건 아니구만이라우. 그래도 손님 얼굴을 봉께 멜갑시 궁금해지느만이라우. 뭣이냐면, 그랑께, 왜 하필이면 손님이 나같이 나이 묵은 여자를 찾는다요? 찾으면 안 딘다는 것이 아니고라우, 젊은 이쁜 아가씨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나이 묵은 여자를 찾응께 한번 해본 소리여라우." 양희경은 늙은 창녀였다. 그녀의 앞가슴이 훤하게 노출되어 조명을 받아 빛나지만 극의 분위기가 성적 충동을 불러오지 못하게 한다. 그녀의 연기는 탁월하다. 나는 관객 속에 앉아 있는 송기원 시인을 찾는다. 이미 몇 차례 보았을 연극을 송기원 시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pp.140~1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