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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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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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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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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아리아

- 아리아

- 마지막 시기

- 인벤션

- 말들과 음들 사이에서

- 피아노의 병

참고 문헌
역자 후기

저자 소개 1

역이창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응용언어학 과정을 이수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돌의 연대기』 『죽은 군대의 장군』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광기의 풍토』 『숨겨진 삶』 『마그누스』 『세 여인』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프란츠 카프카의 고독』 『누보 로망, 누보 시네마』 『키에르케고르』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빈센트 반 고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 미셸 슈나이더
1988년부터 1991년까지 프랑스 문화성의 음악 · 무용 분서를 지휘, 감독. 1980년 이후로 여러 편의 소설, 수필을 발표함.『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는 1988년 갈리마르사에서 발간되어 이듬해 Femina Vacaresco상을 받은,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에 대한 전기물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1쪽 | 276g | 125*205*20mm
ISBN13
9788980382200

예스24 리뷰

--- 박상준 laughter@yes24.com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글렌 굴드(1932∼1982)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어느 소설집에서였던 듯싶다. 한여름, 외투에 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낀 채로 큰 생수병 2통과 접이식 의자를 들고 녹음실에 나타났다는 가냘픈 청년의 이미지, 서른 두 살 이후 일체의 연주회를 거부한 채 스튜디오 녹음 작업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만 자신의 청중과 만나고자 했다는 기이한 이 피아니스트의 이력은 좀처럼 클래식 음악에 귀를 열지 못했던 나 같은 작자에게도(나 같은 작자에게는 특히나) 그 낯선 이름만큼이나 다분히 매력적이었다. 이후 음반을 통해 접한 그의 연주는 "이 사람 정말 유별나네"라는 하나의 인상을 내게 더해주었는데, 그건 그의 허밍 소리 때문이었다. 피아노 선율에 따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의 흥얼거림은 몰입의 경지에 다다른 신들린 자의 탄식마냥 불규칙적으로 내뱉어지는데, 깊은 울림을 갖는 그 내면의 소리는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신경을 날서게 했던 바흐 음악에 대한 나의 인상을 순화시켜 주었다.

바흐 음악을 가장 완벽하고도 자유스럽게 해석한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전기가 이번에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프랑스 문화성의 음악·무용부서를 지휘하고 감독했던 경력이 있는 미셸 슈나이저의 이 전기물은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대개의 전기물이 최대한의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여 출생에서 사망까지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하는 데 반해, 이 책은 글렌 굴드의 대표적 연주곡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글렌 굴드는 그의 레코딩 연주 인생의 시작(1955)과 끝(1981)을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한 깊은 인연이 있다)의 구조를 차용하여, 그의 음악적 생을 구성한다.

'아리아'를 맨 앞과 뒤에 두고, 30개의 다양한 변주곡으로 채워진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똑같은 구조의 틀을 지닌 이 평전에는, 마치 온 저작 기간 내내 헤드폰을 쓰고서 <골드베르크>를 들으며 그 느낌을 적어 나간 것 마냥, 생경하지만 리듬감 있는 음악적(?) 글쓰기―지극히 '프랑스적인'―가 펼쳐져 있다. 이 책은 사건의 전개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 전기물이라기보다는 음악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굴드라는 '고독한 인간'의 속살을 만지고, 그 느낌을 적어낸 명상집같이 읽히는데, 저자는 다음 같은 말을 통해 이 평전이 지닌 의미를 설명한다.

"전기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굴드는 누구였을까? 나로선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혹은 그렇다고 말하는 그 누구도 아니었다. …굴드를 들으며, 굴드에 관해 쓰면서 결국 알게 된 것은 나 자신이다. …전기를 쓰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은, 그가 누구인가를 이야기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우리가 누구인가를 찾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통해 굴드의 여러 기행이 세상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의지의 발현이고, 자신의 음악과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자 한 '작업'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짚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좀더 중요한 이 책의 미덕은 드러난 기행에 가려져 쉬 훼손될 우려가 있는 그의 음악과의 소통을 온전히 지켜내고, 그 감동을 내면화하려는 저자의 속 깊은 태도에 놓여 있다. 바흐를 직접 연주한다는 번역자의 역량과 감성이 연주자 '굴드를 향한 저자의 명상'을 고스란히 한국어로 옮겨낼 수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 속으로

그의 태도나 비정상적인 몸짓을 보면서, 정신의학에서 자주 취급되는 상동증을 의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로지 두 손만이 생기에 넘쳐 보일 때가 있다. 몸에서 분리되어 나온 물체와 한 가지로 뒤편에 남아 있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 없이, 지칠 줄 모르는 생명을 부여받은 부분처럼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여러 다른 피아니스트들처럼 그 역시 이 손들을 마치 몸에서 분리된 이해할 수 없는 무엇처럼 바라보았다. 손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피아노에 속해 있었다. 그가 건반 위로 쓰러질 듯 몸을 숙인 모습을 보면 그는 마치 자신과 음악 사이에 더 이상 피아노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며 피아노 속에 자신을 지우고 융해시켜 버리려는 것 같다. '피아노 앞에 앉은 글렌 굴드' 가 아니고,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인 것이다. 피아노가 되는 것. 그것이 잘못 제어되었을 땐 마치 자신의 몸에 탈이 난 것처럼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음색 속에서 자신의 기분의 건반을 되찾아 내고, 눈을 감고 그것을 바라보며, 자신에게만 던질 수 있는 형언할 수 없는 이 남모르는 미소를 짓기도 한다. 간혹 그는 비스듬히 물러앉아 악보대 너머로 바라본다. 빛바랜 금빛 액자 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바닥을 눈으로 헤치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듯하다. 아직 그곳에 없는 누군가를.

--- p.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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