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자학의 천재- 왜 안 그려질까- 어떻게 살 것인가, 만화가여- 인공지능과 친해지기- 자학이 풍년이네- 강연을 걷어차다- 질투는 나의 힘- 나는 웹툰이 싫다관계 속에서- 악플을 연구하는 무리들- 어둠의 관종- 만화카페 방문기- 관계의 한계- 들깨이빨 늑대치아- 아름다워서 슬픈 아이돌 덕질- 사인의 쓸모에 대하여살아남기- 만화가의 작업 일기- 만화가의 건강관리- 만화가의 제목 짓기- 만화가의 밥- 만화가의 계약- 만화가의 자신감
|
들개이빨의 다른 상품
|
자학은 일상, 질투는 체질불편한 진심을 웃음으로 승화하다만화가 들개이빨은 자학과 질투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주간 연재 시기의 작업 일기에서는 마감 전날까지 “나 진짜 그림 너무 못 그린다. (…) 스토리도 못 써, 그림도 못 그려. 도대체 만화가로서 내 장점은 뭘까? 역시 재능이 없는 것 같다”라며 자학하고, 『진짜진짜최종』을 쓰면서는 “정신적 기저귀를 끝도 없이 갈아줘야 하는” 습관성 자학자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그러나 이는 잘하고 싶다는 욕망과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교차하는 상태에서 자학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한 것과 다를 바 없다.질투라는 감정에 있어서는 “누군가를 질투하느라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라고 털어놓을 만큼 일가견이 있다. 그는 평생 ‘질투의 노예’로 살아오면서 질투를 다루는 기술에 대해서도 터득했다.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웹툰 플랫폼 메인 화면을 쳐다보지 않는 ‘타조 권법’을 연마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면서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기형도 시의 제목처럼, 질투를 추하다고 평가 절하하기보다 생활의 동력으로 삼는다. 무엇을 부러워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 어디로 향해야 할지도 알게 되듯, 비교에서 시작된 질투가 삶을 움직이는 연료로 쓰이는 것이다.아아, 정말 큰일입니다. 같이 있기 진짜 짜증 나는 인간 중 하나가 습관성 자학자잖아요.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하고 “아니야…… 그런 소리 마…… 너 정도면 괜찮은데 왜……” 따위의 리액션으로 계속 기를 살려줘야 하니까요. 정신적 기저귀를 끝도 없이 갈아줘야 하는 거죠. 죄송해요. 제가 좀 그런 스타일이에요. 면목이 없습니다. _본문에서만화가 들개이빨의 진가는 ‘죽는소리’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로 글을 장악하는 데서 발휘된다. 의도적으로 설계한 개그가 아니라 생활 반경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유머는 스스로를 견디며 장착한 필살기이다.실패에서 출발해 오늘까지불완전한 상태로 굴러가기『진짜진짜최종』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화가 들개이빨의 집요하고도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웹툰 장수’가 되고 난 후 순수한 오락으로 즐길 수 없어 웹툰을 보지 않고, 점잖은 말투로 속을 뒤집는 악플의 유형을 분석해보고, 인공지능이 만든 스토리가 수준 미달인 데 괜한 자신감을 얻고, 쓸데없는 심판관에 빙의해 강연 제안을 걷어찬다는 일화들이 진진하게 이어진다.그는 성공보다 실패를 출발점으로 삼고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산문집은 이루어낸 것 대신 오늘을 어떤 상태로통과했는지 들여다보고 기록한 동시대 창작자의 생생한 ‘상태 보고서’이다.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상태로 똑같은 고민을 거듭하면서 여전히 쓰고 그리는 만화가 들개이빨의 메시지는, 멈추지 않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전해준다.작가의 말아닌 게 아니라 자학도 십수 년을 반복하니 연출력이 조금씩 늘더군요. 저는 느껴요. 요즘 하는 자학이 옛날보다 더 노련하다는 걸요. 그림도 한결 나아졌고요. 그러니까 얼핏 보면 제자리걸음 같지만, 실은 어디로든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또 모르죠. 이대로 가면 죽기 직전쯤엔 자타가 공인하는 자기 비하의 대가가 될 수 있을지도요.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제 만화들도 이 산문집도, 무의미한 것만은 아닐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