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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목차 수필 시혼(詩魂) 서간문 1 서간문 2 서간문 3 서간문 4 서간문 5 재작년 놀던 씨름놀이 개회사 경기에 대한 도의적 관념 단편소설 춘조(春朝) 함박눈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2 만자 (종이책 기준 약 36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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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평범한 가운데서는 물의 정체를 보지 못하며, 습관적 행위에서는 진리를 보다 더 발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어질다고 하는 우리 사람의 일입니다. 그러나 여보십시오. 무엇보다도 밤에 깨어서 하늘을 우러러보십시오. 우리는 낮에 보지 못하던 아름다움을 그곳에서 볼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파릇한 별들은 오히려 깨어 있어서 애처롭게도 기운 있게도 몸을 떨며 영원을 속삭입니다. 어떤 때는 새벽에 저가는 오묘한 달빛이, 애틋한 한 조각, 숭엄한 채운의 다정한 치맛자락을 빌려, 그의 가련한 한두 줄기 눈물을 문지르기도 합니다. 여보십시오, 여러분. 이런 것들은 적은 일이나마, 우리가 대낮에는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던 것들입니다. 다시 한번, 도회의 밝음과 지껄임이 그의 문명으로써 광휘와 세력을 다투며 자랑할 때에도, 저 깊고 어두운 산과 숲의 그늘진 곳에서는 외로운 벌레 한 마리가 그 무슨 슬픔에 겨웠는지 쉼 없이 울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 벌레 한 마리가 오히려 더 많이 우리 사람의 정조답지 않으며, 난들에 말라 찬바람에 여위는 갈대 하나가 오히려 아직도 더 가까운, 우리 사람의 무상과 변전을 서러워하여 주는 살뜰한 노래의 동무가 아니며, 저 넓고 아득한 먼바다의 뛰어노는 물결들이 오히려 더 좋은 우리 사람의 자유를 사랑한다는 계시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잃어버린 고인은 꿈에서 만나고, 높고 맑은 행적의 거룩한 첫 한 방울의 기도의 이슬도 이른 아침 잠자리 위에서 땁니다. 우리는 적막한 가운데서 더욱 사무쳐오는 환희를 경험하는 것이며, 고독의 안에서 더욱 부드러운 동정을 알 수 있는 것이며, 다시 한번 슬픔 가운데서야 보다 더 거룩한 선행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며, 어둠의 거울에 비치어 와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보이며, 삶을 좀 더 멀리한 죽음에 가까운 산마루에 서서야 비로소 사람의 아름다운 빨간 옷이 생명의 봄 언덕에 나부끼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나 마음으로는 일상에 보지도 못하며 느끼지도 못하던 것을, 또는 그들로는 볼 수도 없으며 느낄 수도 없는 밝음을 지워버린 어둠의 골방에서며, 사람에게서는 좀 더 돌아앉은 죽음의 새벽빛을 받는 바라지 위에서야 비로소 보기도 하며 느끼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분명합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몸보다도 마음보다도 더욱 우리에게 각자의 그림자같이 가깝고 각자에게 있는 그림자같이 반듯한 각자의 영혼이 있습니다. 가장 높이 느낄 수도 있고 가장 높이 깨달을 수도 있는 힘, 또는 가장 강하게 진동이 맑게 울려오는 반향과 공명을 항상 잊어버리지 않는 악기, 이는 곧 모든 물건이 가장 가까이 비추어 들어옴을 받는 거울, 그것들이 모두 다 우리 각자의 영혼의 표상이라면 표상일 것입니다. <추천평> "그동안 난해한 고어와 한자에 가로막혀 접근하기 어려웠던 김소월의 산문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복원해낸 결정판이다. 원문의 서정적인 맛은 보존하되 한자를 과감히 걷어내고 표기를 다듬어, 오늘날의 독자들이 소월의 문장을 막힘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정형화된 시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산문의 형식으로 표출된 그의 지성적 사유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산문가 소월의 입체적인 면모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시인의 펜 끝에서 탄생한 정갈한 문장들이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가장 편안한 우리말의 호흡으로 다시 태어났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