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우리,라는 울타리를 무심히 밟고
여여시
쏠트라인 2026.01.30.
가격
13,000
5 12,350
YES포인트?
260원 (2%)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변경
배송비?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분야의 이벤트

여여시

책소개

목차

여는 말

│ 신은숙

13월엔
낙산대교에서
구름의 음계를 듣고 싶다면 운계사
안간힘을 쓰다
귀래貴來

■ 엽편소설
나방

│ 이서화

꽂들의 시간
오후 세 시, 귤의 소란
부드러움에 홀리다
구름의 출처
넉걷이

■ 엽편소설
병실, 404호

│ 이 경

꽃들은 제가 필 차례를 안다
눈의 나라
왜?
아름다운 길에 대한 믿음


■ 엽편소설
갠지스강

│ 이채민

발에 대한 명상
수국의 기일
돌아간다
바람과 별과 고흐
701호 그녀의 여름

■ 엽편소설
음압병실

│ 김금용

관객 2
관객 1
날내 나는 아리랑
해파리 시계
생물시계

■ 엽편소설
당신에게 갈 수 없는 이유

│ 김유자

물고기는 바늘로 찔러도 아프지 않다는데
Clair de lune
홍해파리
아오테아로아
몇 개는 불이 나가고 몇 개는 깜빡이고

■ 엽편소설
다 카포Da capo

│ 김지헌

노동요를 듣는 아침
단풍 조문객
싸목싸목
무연고자 김경철씨
절필

■ 엽편소설
윤슬

│ 김추인

어느 첼리스트의 기도
내 안에 누군가 있다
시간의 옷
2050 백서를 엿보다
암흑물질,

■ 엽편소설
로망스ROMANCE

│ 박미산

삼 년
대서
네 눈이 흘러내린다

오동도와 까멜리아

■ 엽편소설
8월의 불협화음

저자 소개 1

이서화, 이경, 이채민, 김금용, 김유자, 김지헌, 김추인, 박미산, 신은숙

여여시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6쪽 | 212g | 128*190*8mm
ISBN13
9791192139913

책 속으로

11월엔

신은숙

눈송이에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1월
물고기가 뛰노는 2월
아무것도 한결같지 않은 3월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잠드는 4월
오래전에 죽은 이를 생각하는 5월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는 6월

천막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7월
옥수수가 은빛 물결을 이루어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8월

검은 나비와 작은 밤나무의 9월
큰 바람의 달, 잎이 떨어지는 10월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11월

침묵의 달
늑대가 달리는 12월*

늑대의 등에 올라
시간의 지평선을 건너
아득해진 계절 너머에서
마침내
그대를 꺼내 읽는
13월

* 아메리카 인디언의 말

꽃들의 시간

이서화

집은 문 안쪽과
문 바깥으로 서 있다

옛날엔 집안으로 들이는 꽃들이 없었다 꽃은 봄에 나왔다가 여름을 지나고 다시 가을이 되면 문 닫고 겨울로 들어갔다

계절은 꽃의 문이었다가
안쪽과 바깥이었다

꽃은 집과 가장 가까운 곳, 눈길이 많이 머무는 곳에 심었다

채송화 봉숭아 분꽃 백일홍은 마치 문고리같이 댓돌같이 집에 바짝 붙어 있는 사물 같았다 그중 분꽃은 여름 오후의 시간을 알리는 시계 같았다

오후 4시 꽃,
분꽃은 저녁 쌀을 씻어 안치는 시간이었다

봉숭아가 가리키는 시간은 첫눈을 예보하는 시간, 백일홍은 말 그대로 석 달을 가리키는 꽃, 채송화는 쨍쨍 땡볕을 털어먹는 꽃, 장마 기간을 피하는 시간이었다

꽃은 집 바깥에 절기들의 기간을 알리는 시계 역할을 한다



이 경

생은 한 조각도 버릴 곳이 없다

살은 살대로 뼈는 뼈대로 가죽은 가죽대로

긴 창자는 창자대로 쉬는 날 없이

등허리가 긴 소처럼 살아온 몸이네

몸보다 더 멀리 가는 울음이네

오늘도 산청山晴에 한차례 비 다녀가시고

산허리에 내려꽂히는 무지개

풀은 풀대로 꽃은 꽃대로

곱씹어 볼수록

고통의 달디단 즙액이 흘러넘치나니

수국의 기일

이채민

부정맥 같은
불규칙한 바로크의 곡들이
쉼 없이 연주되는 날

고개를 들면 절망이 높아질까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내 안은 이미 부서짐으로 충만합니다
돌려 세울 수 없는 후회로 가득합니다

보이지 않는 천 개의 손을 빌려
기도하던 당신에게
야멸차게 휘두른 내 입술의 칼날에
내가 베이고

어디로 서야 할지 방향을 잃고 나는 뭉개지고 있는데

당신 닮은 둥근 수국이 따라옵니다
처음으로 옮겨 적는 수국은 나를 업어 키운 숙모입니다

수국의 둥근 심장을 받아 안고
오래 걸으면
구겨진 내가 바르게 펴질까요
목이 메는 은총을 만날까요

8월 꽃무릇보다 외롭던 당신을
나는 아직
고쳐 읽지 않았는데

나 대신
묵상에 잠긴 수국이 지천입니다

고개를 들 수 없는 이유입니다

관객 2

김금용

벽이 단단하게 나를 밀어낸다
나를 묶어두고 풍경을 잡아당겨
푸른 잎새로 붉고 노란 낙엽으로 나를 위로하지만
온기가 없는 벽은
너의 부드럽고 살내나는 피부처럼 포근하지 않아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쳐도
너에게로 달려갈 틈을 주지 않는다
견고한 차가움은,
참혹한 무게는,

초록 비상등은 어디서나 빛나지만
어디까지나 안내등일 뿐,
장식처럼 늘 반짝이는 종이별일 뿐,
밖에 도사린 어둠은 다시 벽이다

침묵은 또 하나의 폭력이어서
구토가 내장을 긁으며 올라온다
명치 밑에 숨겨진 빗장을 열겠다고
분명 그 아래에 비상벨이 있다고
으르렁거리지만,
꿈조차
벽을 긁다가 발톱 밑 털이 다 빠져나간
쇠잔한 늙은 사자 한 마리,
웅크린 채
날이 밝도록 벽을 씹고 있다

홍해파리

김유자

거기 있잖아 거기 물색

물색이라니
푸르기도 녹색이기도 붉기도 한 바다
두 손으로 떠 올리면 투명한

물속에서 네가 헤엄치고 있을 때
나는 공원묘지를 산책하고 있었다
묘 앞에는 생화와 조화

조화의 마음은 홍해파리 같아서
물색은 신 같아서
거기 있잖아 죽지 않고

영원을 갈구하는 사람은 홍해파리로 태어날 것

그런데 있잖아
생물학적으로 죽지 않는 홍해파리가
무언가에게 먹히거나 질병으로 죽기도 한다더라
그건 영원을 끊으려
거대한 이빨 아래 스스로 몸 누이거나
자신에게 균을 퍼트리는 생각 같아서 그만,

천천히 묘지를 빠져나온다
있잖아

홍해는 붉은색 아니고 푸르더라
홍해파리는 해파리 아닌 히드라

나의 피 속으로 헤엄쳐와서 점점
너는 어려지고 있다

노동요를 듣는 아침

김지헌

시린 겨울
새벽을 물고 오던 새 떼
오늘도 숫눈 위에 보란 듯 발자국 남기며
거실 통창에 똥을 갈기곤
일장 훈시하듯 다녀갔다

저 하찮은 것들이!!
못 본 척 무시했는데
말갛게 귀를 씻는 이 느낌은 뭐지?

뼈대만 남은 겨울 나목 사이
조각난 하늘만으로도 기꺼이 가계를 이어가겠다고
겨울 쪽파 몇 포기 혹한 속 연두 종아리 드러냈다
눈이 확 떠지는 이 마음은 뭘까

손바닥에서 심장으로 전해지는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길고양이 미미가 깊이 잠든 채
살아 있다고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있다
심장이 아파오는 이 느낌은 뭘까

미완성 문장을 밤새 붙든 채
이미 죽은 말[言] 한마디 내려놓지 못하는
이 대책 없음의 대책은 뭘까

어느 첼리스트의 기도
─ homo symbious*

김추인

탄야 테츨라프**가
꺼먹꺼먹 그을은 산불 지나간 자리
토막진, 탄 삭정이들 사이에서
첼로를 켜고 있다

선율이 삭정이처럼 토막토막 끊어지는 듯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그녀는 아무 기교 없이 탄 삭정이를 툭툭 끊어내듯
현을 켠다
고통받는 세상을 위한 헌사이지 싶다

아무 반주자도 청중도 없는 험지를
위무하는 첼로 선율
아득히 먼 곳에선 휘릭 휘릭
날카로운 번개 불빛만 땅에 꽂히는 시간이다

허허 공중엔 지상을 내려다보는 수리 한 마리 뿐

탄야의 첼로는
화마가 쓸고간 숲의 뿌리들에게
일어나라! 일어나라!
상처받은 자연과 교감하려 한다

그녀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접지에 서서
무심인 듯 숲의 비애를 쓰다듬고 있다

* 호모 심비우스; 더불어 사는 인간
** 독일의 첼리스트, 아티스트

네 눈이 흘러내린다

박미산


성에 낀 거울에 손바닥 자국이 있다
어제 분명 지웠는데

이 시대에 없는 낭만을 얘기하는
너의 얼굴은 붉은 동백꽃이다
모가지가 금방이라도 툭 꺾일 것 같은,

이제 겨우 한낮인데
사람 향기는 잦아들고
알코올로 젖은 너는 지금부터 짐승의 시간

화장실 거울 앞에서
너를 바라보는 너
네 눈이 흘러내린다

두 발로 서 있지 못하던 너
직유로 너 버리는 시를 쓰는 사이
동백꽃 피우기 전에 속수무책 먼 길을 갔다

네가 남긴 손바닥 자국이
파지 쌓이듯 날마다 깊어지고
보내지 못한 낭만적인 문장들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은 채로 있다

--- 본문 중에서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2,350
1 1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