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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 꽃가락지 청혼 7
一 그릇된 줄 알면서도 행하는 게 욕망이다 25 二 걸음마다 버리는 것 41 三 가락지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60 四 개지기 가히 73 五 괭이와 개가 만나면 앞일은 불 보듯 뻔하다 89 六 계집아이, 두 명 105 七 까실함을 녹이는 온기 130 八 갓난쟁이 울음 끊이지 않고 146 九 구곡간장--- p.九曲肝腸)이 녹다 165 十 그대가 없는 겨울 179 十一 귀머거리 216 十二 그리운 모습 그대로 243 十三 괴상한 손님 258 十四 구린내가 나는 이유 280 十五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 300 十六 깊숙이 파고들 뿐 326 十七 가만히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 349 十八 구렁텅이 378 十九 괜찮아, 오라버니니까 389 二十 개꿈이 아니었구나 409 二十一 끊어서 해결될 수만 있다면 436 終 가히 사랑할지어다 450 外傳 一 그래도 그대 잊지 마오 473 外傳 二 각시는 집요했고, 사랑은 집요한 자가 승리한다 492 外傳 三 가지 말라는 말 대신 523 後記 개와 사람과 사랑 5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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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희는 천천히 약속 장소로 걸으며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게 혼쭐이 났는데도 홍가희는 문수진의 애정이 고팠다. 홍미진에게 가는 그 애정 한 줌, 시선 한 번이라도 받기 원했다. 사실 도진을 두고 뭐라고 할 처지가 안 된다. 문수진에게 따뜻한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홍가희도 마찬가지이기에.
타박타박, 탁. 점점 발걸음이 빨라진다. 늦봄의 따스한 바람이 홍가희의 뺨을 간지럽힌다. ‘너무 어려워.’ 왜 문수진은 홍미진만 예뻐할까? 친자식이라서? 왜 홍가희를 그리 미워하는 것일까? 도진에게는 또 왜 그러고? 사람의 관계란 참 어려웠다. 그래서 홍가희는 이제 남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차라리 개를 이해하는 게 훨씬 쉬우리라. 그네들은 늘 솔직했다. 애정에는 애정을, 호의에는 호의가 따라오니. 어찌 싫어할 수 있으랴. 탁탁탁. 걷던 것이 이제는 달리는 것이 되었다. 가쁜 호흡 속에서도 홍가희는 오늘 만날 사람을 떠올렸다. 개가 더 좋다. 사람보다 훨씬 이해하기도 쉽고, 마음도 잘 통한다. 그런데도 딱 한 명. 개만큼이나 혹은 개보다도 더 마음이 잘 통하는 상대가 있다면, “이제 왔느냐?” 2년째 몰래 만나고 있는 최윤호였다.--- p.14~15 “붙지 마.” “안 붙으면 추운데?” “안 얼어 죽어.” 딱딱한 신의 대답에 가히의 눈매가 샐쭉해진다. 그 눈초리에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신이 슬금슬금 일어나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와악!” 가히가 온몸을 던져 신을 덮쳤다. 신이 비명을 지르든 말든 가히는 제 몸으로 그를 꾹꾹 눌렀다. 마치 이불이라도 된 기분이다. 손을 신의 허리에 휘감고 다리로는 움직이지 못하게 얽었다. 그래놓고 축축한 흙바닥을 뒹굴었다. 흙이 묻고 긁히는 통에 신은 정신을 쏙 뺐다. 저리 비키라는 둥 망할 계집애라는 둥 욕설도 간간히 섞였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기운이 쏙 빠졌다. 신이 얌전해지자 가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하지?” “망할 계집애.” “추운 것보다는 낫잖아.” “뭐가 낫다는 거야. 이렇게 따듯하면…….” 그녀의 말이 맞다. 따뜻하다. 추운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그것은 달콤한 독과 같은 것이었다. 신은 가히에게서 전해지는 이 온기가 무서웠다. “떨어질 때 더 춥잖아.”--- p.141 “겨울이다, 가희야.” 눈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최윤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펑펑 내리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아마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이 편치는 않으리라.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인가. 그는 아예 뒤로 드러누웠다. “겨울이 찾아왔다…….” 대답하지 않는 내 님이여. “이제 이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텐데, 쓸쓸해서 어쩔까.” 최윤호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버릇이 될 것만 같다. 이렇게 눈을 감고 홍가희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 하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시시때때 그녀를 잊을 것 같아 최윤호는 무서웠다. 혹여나 조금이라도 그 모습이 흐려질까 두렵다. 잊고 싶지 않다. 잊지 않을 테다. 부스럭. 눈을 감은 채 소매를 뒤진다. 그러자 익숙한 둥근 감촉이 느껴졌다. 옥가락지. 그것을 쥐고 쭈욱 하늘 위로 뻗었다. 다시 눈을 뜨자 잿빛하늘에 가만히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옥가락지가 보인다. “봄이 오면.” 이 옥가락지처럼 맑고 티 없는 봄이 오면. “이제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야.” --- p.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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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같은 친숙한 소재에 참신한 상상력과 생동하는 인물들로 빚어낸 매혹적인 서사
고전 로맨스 속에 펼쳐지는 풍성한 이야기와 다채로운 인물들의 향연! 부모와의 이별, 악랄한 새어머니와 이기적인 이복자매, 처연한 삶을 이어나가는 주인공……. 『가희, 사랑할지어다』는 『콩쥐 팥쥐』 같은 전래동화나 민담에서 보이는 친숙한 소재로 쓰인 소설이다. 작가는 소재에 맞게 고전소설을 읽는 듯한 필치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권선징악’의 평범한 이야기구조와 선과 악이 명확히 나뉘는 캐릭터까지 답습하지 않는다. 작가는 풍성한 이야기와 다채로운 인물을 만들어 서사에 흥미를 불어넣는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짧게 언급된 구아라는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이 소설에서 중요한 소재로 재탄생한다. 구아는 힘이 있는 이웃나라에 진상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 개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국가기관인 ‘구방’이 있다. 구아 못지않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 매를 관리하는 ‘응방’이란 기관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구방과 응방은 권력의 추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세력을 형성한다. 또한 ‘개지기’라는 직업을 설정하여 실제 역사 속에는 없지만, 충분히 있음직한 사건과 인물들을 선보인다. 구방과 응방의 권력의 다툼은 가희에게도 중요한 사건이 된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이야기는 인물과 인물, 사건과 사건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긴장과 흥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인물 또한 이분법적인 구도로 나누지 않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에는 선인도, 악인도 없다. 얼핏 선인으로 보이는 인물도, 악인으로 보이는 인물도 하나같이 자신의 욕망을 꿈꾸는 지극힌 ‘인간다운’ 인간들이다. 정혼자를 되찾으려는 소년, 진실 된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사내, 딸만큼은 자신과 다른 삶을 선물하고 싶은 여인, 권력 그 자체가 되고 싶은 야심가, 가난 때문에 골병에 든 노모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아들 등 선악의 기준으로 쉬이 나눌 수 없는 인물들이 서사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작가는 ‘남녀의 사랑’에 이야기의 중심을 두면서도, 주변 인물들에게도 개성을 불어넣는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독자들에게 긴장과 이완을 선사하는 리듬감 있는 어투는 읽는 재미를 더하고,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매혹적인 이야기로 전개되어 나간다. 등장인물 양반집 규수와 천방지축 개지기, 두 운명을 껴안은 숙명의 여인 홍가희 어머니의 생명을 지우고 태어난 탓에 아버지의 사랑까지 포기해야 했던 비련의 소녀. 사람에게 받은 냉대, 연이은 소통의 단절은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개들과 묘한 인연을 맺어준다. 양반 가문의 자녀이면서도 여비와 다를 바 없는 삶. 하지만 할아버지 대에 맺어진 정혼 약조와 가희 못지않게 가혹한 운명을 짊어진 새어머니 문수진은 그녀의 삶에 예기치 못한 놀라운 반전을 몰고 온다. 진실이 곧 사랑이 되어버린 남자 최윤호 열한 살 때부터 회초리 타작을 감수하면서까지 정혼녀를 찾아나설 만큼 사랑에 올인한 선천적인 ‘사랑꾼’. 현격한 부귀의 차이도 괘념치 않고, 운명의 사랑을 묵묵히 지켜나가는 열혈 순정파이다. 하지만 연인은 의도치 않게 그를 잔인한 시험에 들게 한다. 장밋빛 미래가 가시밭길이 되어버린 상황.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랑이 곧 진실이 되어버린 남자 신 모든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고 나서야 소통을 배우고, 사랑에 눈을 뜨게 된 사내. 냉혹한 세상에 더 냉혹하게 맞섰던 신은 ‘가히’를 만나 새로운 삶을 동경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이미 한 차례 세상을 버렸던 그에게 사랑은 곧 진실이 되어버린 터. 그는 자신의 진실을 지켜나가기로 다짐한다. 생지옥과 다를 바 없는 삶, 오직 딸만이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여인 문수진 꽃과 같았던 젊은 시절, 솔직한 제 감정을 따랐다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든 것은 한순간이었다. 스물도 안 되었던 그 시절, 그녀에게 남은 삶은 그야말로 생지옥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법도에 따르면 여종으로 살아야 하는 딸에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한 줄기 빛이 보인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제 감정에 따를 작정이다. 과묵함 속에 연민과 배려를 숨겨놓은 사내 방오 조선 팔도 최고의 개지기. 있는 듯 없는 듯 과묵한 그는 개들의 특성에 따라 개를 사육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 인간사에 관심을 두지 않고, 개들을 기르는 데 몰두할 것 같은 그에게 어느 날 인연의 과제처럼 사연을 갈 길 없는 소녀와 마음을 열지 않는 소년이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