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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입술절벽아파트박쥐난이 있는 방반딧불이해바라기불새처럼룹알할리 사막지렁이의 질주야간 도로 공사잉어가죽 구두심해어깃털 베개의 말씀먹감나무 옷장제2부폼페이벌레수렵시대오르간파이프선인장카니발식 사랑오늘도 기다리다침대겹개미지옥아귀해바라기 소리뱀의 허물로 만든 달속수무책빈 병 저글러절벽아파트―주소제3부절벽아파트―지금새장 속의 검독수리낙타가죽 슬리퍼요하네스버그등이 되는 밤빙하를 달리는 여자꼬리뼈백야번데기 통조림탯줄을 태우며검은바람까마귀흰뱀 풍경달의 유적지잠과 알야광별부서지는 난간 위에서이름자루제4부차마고도반송우편함생일외벽방절벽아파트―입구흔적기관반쪼가리 시울금자작박물관에게 듣다겨울 노을흔적해설|이재원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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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의 시는 아프고 쓸쓸하다. 부재와 소멸과 상실로 삶이 ‘절벽’이 되어버린 세계에서“침묵에 들러붙어”(「박쥐난이 있는 방」) 살아가는 존재들의 비탄에 잠긴 목소리가 가슴에 사무친다. “세상 모든 정오들로 만든 암캐”의 처절한 죽음을 목격한 이후 “마음에 없는 말과, 말 없는 마음”을 갖게 된 시인은 “뱃가죽이 찢어지는 소리로 울 수 있었다”(「해바라기」)고 말한다. “무너진 뼈, 찢겨나간 꿈들”이 쌓인 “폐허 속”(「폼페이 벌레」) 침묵의 세계, “뭘 써도/아무것도 쓰지 않은/텅 빈 밤”(「아귀」)이 되는 세계에서 시인은 “바벨탑보다 높은 내/안의 외벽”과 “내벽”을 돌며 “텅 빈 입으로 적막을/물고”(「절벽아파트」)서, “아직 한 음도 낸 적 없는” 심해어와 “이미 잃어버린 말”을 “상상”(「심해어」)하며 실존의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나는 많이 죽고 싶다, 봄이 그렇듯, 벌거벗은 나무에 핀 벚꽃과 배꽃이 그렇듯, 너무 많이 죽어 펄럭이고 싶다, 파도치고 싶다, 세상 모든 재와 모래를 자궁에 품고, 잿더미의 해일도 일으켜보자, 죽음보다 더 많이 죽어보자, 살과 소음, 그런 거 말고, 삶과 소식들, 그런 건 더더욱 말고, 소금과 술로밖에 쓸 수 없는 시를 쓰고 싶다, 너무 많이 죽어, 늘 증발해버리는 시, 그 시를 주술처럼 중얼거리며 죽고 싶다, 아주 자주, 아주 많이, 보석들 대신 비석들을 갖고 싶다, 비석들도 죽이고 죽고 싶다, 비석들 위로, 너무 많이 죽은 시들을 밤하늘처럼, 피와 황금의 사막처럼 펼치자, 나는 많이 죽고 싶다, 잿가루보다 무수히(「불새처럼」 전문)삶의 고통을 견디는 침묵만 있을 뿐, “허공조차 없는”(「해바라기 소리」) 텅 빈 세계에서 시인은 “좀 많이 죽은 채/너무 홀로 어둠속에 있”(「깃털 베개의 말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노래가 사라”(「오르간파이프선인장」)져버린 그 세계에도 “침묵에/물 줄 시간”이 존재하며, “침묵과 죽음 사이”에서도 “까맣게 시든 채 돋아나는 이파리”가 있다. 시인에게 침묵은 “이것만이 생존법”(「박쥐난이 있는 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침묵은 그동안 망각되어 있던 부재와 상실의 시간을 고요히 응시하게 함으로써 “서걱거리는 어둠만 있”을 뿐인 “개미지옥 같은 방”(「개미지옥」), “아무도/나조차 없는 암흑 속”(「절벽아파트―주소」)의 세계에 출구를 만들고, 우리는 시인의 깊은 침묵 속에서 희미하지만 절실한 삶의 숨소리를 듣는다. 내 인생 단 한권의 책/속수무책/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척 내밀어 펼쳐줄 책/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진흙 참호 속/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단 한권/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찌그러진 양철시계엔/바늘 대신/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속수무책」 전문)상실의 아픔을 홀로 견디는 자에게 가장 아득한 존재는 ‘너’일 것이다. 그러나 김경후의 시에서 ‘너’는 ‘나’에게 상실이자 미지이며,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너와 나 사이”에는 “건너가도 건넌 건 아무것도 없”고, “무너질 때까지 서 있어도 너도 나도 없는/다리”(「오늘도 기다리다」)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혹시라도 ‘너’와의 사랑이 가능하다면, 곧 “갯벌지렁이 같은 너를/개흙 같은 내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먹는 일”이거나 “너를 씹고 너와 뒤섞이며/개흙 속에 썩고 녹아버리는 일”(「카니발식 사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나는 너의 등이 되”고 “등뼈가 되”(「등이 되는 밤」)는 밤이 있다. ‘나’와 ‘너’는 영원히 포개어질 수 없으나, ‘너’를 갈망하는 애절한 마음을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다.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백만겹 주름진 절벽일 뿐/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겹 주름진 지느러미/네게 닿고 싶다고/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노을 끝자락/강바닥에 끌리는 소리/네가 아니라/네게 가는 나의 말들만 사랑하는 동안//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소리/검은 수의 갈아입는/노을의 검은 숨소리//피가 말이 될 수 없을 때/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백만겹 주름진 절벽일 뿐(「입술」 전문)시인은 “나는 많이 죽고 싶다”(「불새처럼」)고 거듭 외친다. 그러나 그 말에 깃든 뜻은 삶의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라 ‘없음’으로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열망이다. 그것은 곧 삶에 대한 의지이자 자유에 대한 꿈이다. 어디에도 닿을 수 있는 무한한 자유인 곳, 시인은 이제 “죽은 것을 잃지 않”고 “잃은 것을 잊지 않기”(「침대」)로 다짐하며, “오랫동안 짓밟힐 글자들”(「야간 도로 공사」)과 “잡고 싶을수록 허옇게 부서져버리는 말들”(「수렵시대」)을 가다듬어 ‘텅 빈 적막’ 속에서 ‘텅 빈 마음’으로 ‘텅 빈 백지’인 ‘시’를 꿈꾼다. 시인이 삶의 고통과 슬픔, “불가능한 사랑만 가능한”(「절벽아파트―지금」) 절망 속에서도 오롯이 꿈꾸는 것은 “담뱃불이 백지에 옮겨붙”듯 “랭보보다 빠르고 뜨겁게 써내려가는/한편의 시”(「흔적기관」)이다.바늘 점자판을/핥아 먹고/자라는 시//누가 쓰든 보기 싫어/차라리 내가 눈멀어버린 시//낚싯줄에 꿰여/물 밖에서 퍼덕이는/아가미는 읊어줄지//이십년 동안 쓰지 못한 글자들은/돌을 매달아/오십년 동안 파묻어버릴 것//끝까지 상처만을 더듬고/다듬을 시//어느덧 그 상처가 내 몸을 뒤덮는/문신이 되기를,/아멘//아무것도 저주하지 못하는 것을/저주하는/피 묻은 시(「반쪼가리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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