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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ㆍ서울은 걷고 있는 나를 또 걷게 할 수는 없지사랑행복가슴 선반옛집신발 모양 어둠이름 없는 그 나무비눗방울 하우스가을 기차손톱달굴다리가 있는 마을도서관에 갔다가서울밑줄 그으며 죽을 쑨다행간의 산책20번 플랫폼높은 봄 버스흉터흉한 꿈을 꾸다 깬 저녁고장난 센서어떤 면접제2부ㆍ런던은 외로움부 장관이 임명되는 당신의 나라사흘째 가는 비가 와서이을 수 없는 길페컴트래펄가광장의 무하마드 알리가로등 아래플랫 세븐의 선인장식은 굴뚝 위의 지빠귀일인용 전기밥솥알뜰한 이별런던은 제국의 수도저 많은 플라타너스 잎들김종삼과 시인의 아내창문의 발견표정 할례런던의 다락방 농사제3부ㆍ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외할머니의 허무남항진에 잔교를 짓고오리바위 십리바위주문진, 조금 먼 곳강문에 비가 오면안목을 사랑한다면묵호뜻도 모르고 읽는 책속초대관령 너머불멸의 동명극장철다리의 일사근진해변의 밤쓸쓸함과의 우정임당동 장칼국숫집 광고해설|송종원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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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在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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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던 창밖의 먼 과수원도 그날의 사랑도이제는 소리만 있는 거야 해변의 밤이야”삶의 쓸쓸함을 살뜰히 돌보는 따스한 시편들그리운 바다와 함께 펼쳐지는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따뜻하고 진솔한 언어로 독보적인 서정시 세계를 펼쳐온 심재휘 시인의 신작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가 출간되었다. 2019년 제1회 김종철문학상 수상작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문학동네 2018)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존재의 비애와 고독을 담담한 문체로 담아낸다. 서울, 런던, 강릉을 각각 배경으로 해 3부로 구성된 시집은 쓸쓸한 일상과 그리운 고향의 바다를 차분히 그려내며 “조용히 오래 스며드는 울림”(전동균 추천사)을 전한다. 고즈넉한 정서로 엮인 단정한 시편들은 위로를 줄 뿐 아니라 환한 사랑의 감각을 일깨워준다.심재휘의 시에는 삶에 대한 연민의 정서와 적멸에 가까운 외로움이 담겨 있다. 시인은 서울과 런던, 그리고 고향인 강릉을 오가며 소멸해가는 풍경들의 자취를 더듬어가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고향을 떠나와 “헛것들만 남은 몸”(「알뜰한 이별」)이 되어 살아가는 외로움은 더욱 깊어만 가지만, 시인은 “내가 돌볼 수밖에 없는 그저 쓸쓸한 쓸쓸함”을 벗 삼아 달래며 적막한 도시의 거리를 걷는다. “봄 햇살이 데리고 왔던 쓸쓸함”(「쓸쓸함과의 우정」)이 자신의 내면에 들어오던 유년의 순간을 기억하고 먼 바다의 빛깔과 냄새를 떠올리며 과거의 바다와 현재의 도시를 잇는다.시인은 생의 쓸쓸함에만 머물지 않고 사랑의 풍경을 그려내기도 한다. 쇠물닭 한마리가 다른 쇠물닭에게 다가가는 장면을 꾸밈없는 언어로 서술하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한가운데로”(「사랑」) 나아가는 사랑의 환희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전한다. “가슴 언저리에 선반을 달고 그곳에/당신을 위한 차 한잔을 얹어드리”(「가슴 선반」)는 다정하고 순박한 마음으로 삶의 불안과 슬픔 속에서도 빛나는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려 한다. 때로는 “맹물 마시듯/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 하고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행복」) 한다는 마음의 여유를 생각하고, 덧없는 삶일지라도 “하루쯤 더 살아보라고 걸음 앞에” 내리는 “신발 모양의 두툼한 어둠”(「신발 모양 어둠」) 속에서 한줌 불빛을 발견하기도 한다.생의 기쁨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는 시인의 의지는 역설적으로 지극한 그리움 속에서 가장 또렷이 드러난다. 유년의 바다, 추억 속의 강릉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이지만 “옛집은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서 시인은 “모두 데리고 올 수 없어서 거기인 것들”(「옛집」)에게 슬픔이 아니라 고마움을 담아 인사를 전한다. 그렇게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가 지닌 그리움은 과거에 대한 향수에만 머물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환희, 이곳과 저곳을 오가며 시간을 이어가는 인생의 경이로움을 담아내는 데까지 나아간다. 시집의 마지막에 이르러 “어쩌다 장칼국수 식당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옛집에 “당당히” 들어가 “장칼국수 한그릇이요”(「임당동 장칼국숫집 광고」) 나직하게 외치는 시인의 목소리는 적적하기보다 정겹게 들려온다. 시인이 마련한 고향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우리도 저마다 간직해온 먼 바다, 오랜 그리움을 따스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시인의 말잠들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의 역사는 내일의 것이지만 나는 아직 잠들지 않은 나의 것이고 내가 뱉은 시들은 시집의 것이라고. 그러면 창밖의 저 하현은 누구의 것입니까? 모로 누워서 한쪽 어깨가 아픈 사람의 것입니까? 우리의 것입니까? 아직은 시가 되기 전의 그저 하현일 뿐입니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갔습니다.2022년 1월심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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