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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의 소설로 일상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다내면의 불안과 관계의 균열을 포착하는 최정화의 섬세한 감각최정화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의 평온했던 일상이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한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불안한 내면을 다스리지 못하고 균열된 관계를 해소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그들은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한가지 생각에 끝없이 골몰하기도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관계의 삐걱거림을 회복하지 못해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가사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자가 안주인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주인공(「구두」),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를 불안해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닉하지만 여전히 악몽을 꾸는 아내(「오가닉 코튼 베이브」), 한때는 완전무결한 존재였으나 사고로 앞니 여섯개를 잃고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을 무시하게 된 여자(「틀니」), 계약으로 맺어진 애인관계가 친구들에게 들통날까봐 노심초사하는 남자와 그 의심을 일축시키기 위해 감쪽같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여자(「홍로」), 임신한 십대 딸아이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워하는 아빠(「타투」), 인테리어 소품으로 산 하이데거의 책을 읽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내(「파란 책」), 좁은 집에 사는 이웃이 신경 쓰여 집을 바꿔주려고 갖은 궁리를 하는 소심한 남자(「집이 넓어지고 있어」) 등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열등감이나 죄책감, 피해의식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조금씩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강경석 해설). 하지만 이 면면에는 어딘지 나와 닮은, 혹은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내가 너무 쉽게 과거의 불행을 잊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더 낫거나 덜한 것이 있을까. 그때 원했던 것과 지금 원하는 것, 그때 충족되지 못했던 것과 지금 충족되지 못한 것이 있을 뿐이다. 평수는 작더라도 내 집 한칸 마련한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던 시절이 있었고, 아이가 병치레를 할 때는 그저 아무 탈 없이 완쾌하는 것이 유일한 소망인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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