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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묘비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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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우
창비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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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묘비 세우기
피존
사계
이지의 다카코
심해로부터
캐리어
하비의 책
복된 새해

해설 | 소유정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 소개 1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작소설 『안녕한 내일』(2024), 소설집 『묘비 세우기』(2023), 장편소설 『국자전』(2022)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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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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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73.30MB ?
ISBN13
9788936412616

출판사 리뷰

계속 사랑하고 계속 기억하기 위해
잘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묘비 세우기』 속 등장인물들은 무언가를 잃는다. 동거하던 연인을 갑작스러운 추락 사고로 잃거나(「묘비 세우기」) 오랜 시간 함께 지냈던 배우자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헤어진 약혼자의 사망 소식을 듣기도 한다(「이지의 다카코」). 아주 가깝다고 생각했던 룸메이트가 어느 날 홀연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하면(「하비의 책」) 친했던 친구를 한순간의 선택으로 직장에서 내쫓게 되기도 하고(「피존」) 같은 병을 앓으며 친밀해진 친구의 장례식에 가게 되기도 한다(「캐리어」).

그러나 정은우의 인물들은 함부로 슬픔을 토해내지 않는다. ‘비밀’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깊숙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 「묘비 세우기」의 재언은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하던 중 리프트에 올랐다가 추락하는 변을 당한다. 사실혼 관계였던 연주에게는 그를 제대로 애도할 수 있는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둘만의 ‘호사’는 신상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일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재언은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냉동 탑차에 갇히는 꿈을 계속 꾼다고, 아이스크림은 물론 차가운 음식을 먹기 어렵겠다고 말한다. 연주는 홀로 컵 아이스크림을 먹고 재언의 몫으로 반을 남겨두곤 그 사이에 새 플라스틱 숟가락을 꽂아둔다. 재언은 그런 연주를 보며 ‘묘비를 세운다’고 장난스레 말한다. 재언의 빈자리에는 아이스크림 묘비들만이 남아 있다. 연주는 아이스크림을 녹여 묘비를 허문다. 허공에 대고 재언의 옷을 입어도 좋을지 물으며 자신 앞에 놓인 삶의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지의 다카코」의 다카코 역시 한평생 의지하던 배우자인 미노루의 죽음 앞에 의연해 보이는 자세를 취한다. 피난으로 떠나온 뒤로 다시 가지 않았던 제주에 가 바다를 바라보거나 짧게 기도하는 것으로 그를 배웅한다. 「캐리어」의 지언은 환우였던 경주의 장례식에 가던 길, 돌연 다른 사람들의 몫까지 모아둔 조위금 봉투를 모두 털어 캐리어를 구매하고 평소 입지 않던 밝은 색의 옷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질환의 특성상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음식도 까다롭게 가려 먹던 지언은, 늘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던 경주를 기리며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해버린다.

깊은 묵시 속에서
존엄하게 기록되는 삶


가까운 이들의 죽음 앞에 언뜻 초연해 보이기까지 하는 정은우의 인물들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모습이 “어쩐지 블랙박스나 CCTV를 보는 것”처럼 우리의 삶과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정은우는 지독한 슬픔 속에서도 마음을 감추고 일상을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슬픔”을 세밀하고 따스하게 “재생”(소유정 해설)시킨다. 상실 이후에도 다시 생활로 돌아가 떠난 이의 자리를 정리하고 메우며 하루하루 다르게 다가올 슬픔의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사람들의 ‘현재진행형인 슬픔’을 그려낸다. 생활 곳곳에 스며 있어 눈물이나 통곡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의 얼굴을 묘사하는 정은우의 이야기들은 그 어떠한 위로보다도 진하게 다가온다. 살아가다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슬픔의 모양새를 기꺼이 응시하며 탄탄하게 직조하여 끝내 “존엄하고 귀한 삶”을 어루만지는 작가의 시작이 반갑고 든든하다.

작가의 말

좋게 말하자면 나는 끈기가 좀 있는 편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요령이 없다. 요령이 없는데 좀처럼 포기는 하려고 들지 않는다. 왜일까. 나는 소설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진 않는다. 다만 누군가를 구하려는 이에게 용기를 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그래서 계속 쓰고 싶다. 소설 속 인물들이 계속 살아가듯이. 만사를 일정한 반복이라 여기며 통달한 척하고, 회의와 냉소에 안주하고 싶진 않다.
(…)
만일 이 책에 엔딩 크레디트가 있다면 아마 단편 하나 분량은 족히 나올 것이다. 크레디트에 적을 모든 분에게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애정 표현이다.

2023년 5월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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