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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1. 재미없는(?) 사회학 2. 사회학의 숨은 위기 - 글쓰기 3. 글쓰기 문화, 한국 vs. 선진국 Ⅱ 왜 사회학에서 글쓰기가 퇴조하는가? 1. 지식 미디어·플랫폼의 변화 2. 논문 중심주의 3. 학문 세계의 관료주의 및 권력관계 Ⅲ 사회학은 글쓰기다! 1. ‘호모 스크리벤스’(Homo Scribens) 2. 글쓰기의 마법 3. 에크리튀르 4. ‘이야기’의 힘 Ⅳ 사회학과 모·국어 1. 근대사회와 자국어(自國語) 2. 한국어로 학문하기 3. 한국사회학과 언어자본 Ⅴ 사회학적 글쓰기를 위하여 1. 사회학의 대중성·현장성 강화 2. 사회학의 인문성·예술성 회복 3. 글쓰기의 자유와 책임 Ⅵ 나가며 미주 참고문헌 색인 |
JUN, SANG-IN,全相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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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늘었지만, 사회학은 사라졌다
저자가 보기에 오늘날 사회학은 양적으로는 풍요롭다. 논문은 넘쳐나고, 학술지는 끊임없이 발간된다. 그러나 그 풍요 속에서 사회학의 사회적 존재감은 오히려 희미해졌다. 사회학자 외에 누가 사회학 논문을 읽는가. 사회에 대해 말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사회학의 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역설의 핵심에 저자는 논문 중심주의를 놓는다. 사회학은 지식을 생산하는 다양한 글쓰기 형식 가운데 논문을 사실상 유일한 ‘정당한 형식’으로 만들어왔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은 컸다. 논문은 표준화와 검증이라는 장점을 제공했지만, 글쓰기는 점점 조심스러워졌고, 주어는 사라졌으며, 문장은 추상적 개념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독자는 상정되지 않았고, 오직 동료 평가자만이 존재하는 글쓰기 문화가 굳어졌다. 그 결과 사회학 글쓰기는 명료함과 설득력을 잃어갔다. 이는 지식의 깊이 때문이 아니라, 글쓰기 방식 자체가 독자와의 소통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반복해서 지적한다. 사회학은 본래 ‘이야기’였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현실 진단을 지적과 한탄으로 끝내지 않고 사회학의 기원부터 되짚는 데에 있다. 고전 사회학자들은 뛰어난 문장가였고, 사회학은 원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학문이었다는 것을 되새긴다. 토크빌,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 짐멜은 모두 사회학자이자 소위 글쟁이였다. 그들의 글은 현대 기준으로 보아도 읽을 수 있고, 설득력이 있으며, 여전히 살아 있다. 저자는 학문적 엄밀성과 대중성을 대립항으로 놓는 통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다. 명료한 글쓰기는 사고의 얕음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고의 깊이를 시험하는 조건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글쓰기의 위기는 학문의 위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식 미디어와 플랫폼의 변화, 학문 세계의 관료화, 평가 시스템의 압박 등 구조적 요인을 꼼꼼히 짚어낸다. 특히 논문 생산을 중심으로 구동하는 학계의 구조가 어떻게 문체를 특정화하고 사고 방식을 고착화시켰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는 사고를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오류를 숨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방어 기제로 전락한다. 주체 없는 문장, 수동태, 추상명사의 남용은 우연이 아니라 학자 세계가 만들어낸 하나의 습관이다. AI 시대에 왜 다시 글쓰기인가 이 책이 현재적 의미를 갖는 이유는, 생성형 AI와 영상 중심 미디어가 지배하는 시대에 정면으로 맞서 글쓰기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술 변화 자체를 도덕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속도와 요약, 자동화가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의 사고는 어떤 방식으로 남을 것인가 질문할 뿐이다. 글쓰기는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구성하고, 논리를 책임지고, 타인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다. 사회학이 글쓰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사회에 대해 책임 있게 말하기를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의 회복은 단순한 문체 개선이 아니라, 학문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요구다. 사회학은 다시 읽힐 수 있는가 『글쓰기 사회학, 사회학 글쓰기』는 해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학이 다시 사회와 연결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사회학 그 자체다. 그렇다고 사회학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학문 글쓰기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자, 글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모든 지식인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사회학은 과연 다시 읽힐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이 책이 보여주듯, ‘다시 쓰는’ 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