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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
1. 독일인 베스트 100 2. 환상적인 여름, 전혜린이 그린 우울한 겨울 3. 내 차 몰고 가는 외국 여행 4.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5. 소리에 민감하다 6. 자두나무가 안쪽으로 옮겨진 까닭은? 7. 남녀가 같이 하는 목욕탕 8. FKK, 일상에서 접하는 누드 9. 독일 섹스 산업의 역사, 베아테 우제 10. 비행기는 날고 있는 동안만 돈을 번다 11. 뒤부터 읽는 두 자리 숫자 12. 보드카 고르바초프 13. 독일연방은행 메부스 박사의 한국 견문록 2부 시스템이 차이를 만든다 1. 학력평가 쇼크, 구겨진 자존심 2. 변화하는 독일 대학 3. 운전 잘하는 독일 사람들 4. 독일 사람들이 유일하게 빠른 곳, 아우토반 5. 흩어져 산다 6. 아파도, 늙어도, 일자리가 없어도 걱정이 없는 나라 7. 저녁 8시면 숨죽이는 도심 8. 아는 만큼 싸게 탄다 3부 유럽과 독일, 독일과 유럽 1. 마인 강은 흐른다, 프랑크푸르트 2. 유럽 12개국의 중앙은행, ECB 3. 유로, 오리로, 위로, 에우로 그리고 EYPΩ 4. 바젤Ⅱ의 바젤이라는 곳 4부 통일 후유증을 앓고 있는 독일 경제 1. 기로에 선 독일 경제 2. 독일 경제의 아킬레스건, 동독지역 3. 너무도 많이 들어간 통일 비용, 왜? 1동독마르크를 1DM으로 교환해 주다 4~5년 내에 서독 수준으로 임금을 올린다 동독에 두고 온 재산을 찾을 수 있다? 그대로 옮겨 심은 사회보장제도 균일한 생활수준을 지향하는 재정균형제도 빚만 남긴 동독 기업 매각 환상이 크면 현실은 더 힘든 법 4. 내가 경험한 독일 통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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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머무르는 동안 가능하면 그 나라를 좀 더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것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나라에 대한 일종의 예의라고도 생각했다. 한 나라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이 그 나라의 제도, 삶의 양태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가진 독일에 대한 애정의 많은 부분은 독일을 좀 더 알려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여기 실은 글들은 독일을 좀 더 이해하고자 내 나름대로 애썼던 흔적이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한국이 ‘2005년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 등을 계기로 올해 독일에서는 한국의 해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진다고 한다. 독일에 한국을 알리는 것만큼 이 책이 우리도 독일을 좀 더 알게 되는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6년 독일 월드컵도 독일을 좀 더 이해하고 보면 흥미가 배가될 것이다.
--- 저자 서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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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일주 여행 중에 독일에 머무는 하루가 마침 일요일이라면 제대로 된 쇼핑은 포기해야 한다. 독일의 상점들은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평일에도 저녁 8시가 넘으면 백화점이건 동네 가게이건 모두 문을 닫는다. 독일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상점의 영업시간이 법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 p.162 '저녁 8시면 숨죽이는 도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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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 그러나 이해할수록 한국과 가까운 나라’
독일의 느리게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 철저한 질서의식과 우직함 등은 ‘빨리 빨리’와 융통성으로 충만한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온 사람들을 힘겹게 한다. 그러나 일단 그들의 제도를 이해하고 그들의 생활을 관철하는 질서만 지켜준다면 독일은 편안한 사회이다. 이해할수록 좋아질 구석이 많은 나라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에 의해 분단된 나라, 1,000만 명의 난민을 껴안고 경제기적을 이룬 나라, 서독 시절 6,300만 명이라는 인구가 골고루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며 살 수 있음을 보여준 나라, 평화적인 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나라, 독일은 여러 점에서 한국과 각별한 관계의 나라이다. ‘옳다 그르다’ ‘싫다 좋다’ 하기 전에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독일을 보고 경험한다면 이 나라는 좀 더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 현대사를 같이 한 독일 ― 분단 그리고 라인 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 1960년대 초 가난한 한국에 돈을 빌려줄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우리와 같은 분단국인 서독에 돈을 빌리려 대사를 파견해서 미국의 방해를 무릅쓰고 1억 4,000만 마르크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당시 서독이 필요로 한 간호사와 광부를 보내주고 그들의 봉급을 담보로 잡혔던 것이다. 낯선 땅 서독에 도착한 간호사들은 시골병원에 뿔뿔이 흩어졌다. 말도 통하지 않는 간호사들에게 처음 맡겨진 일은 병들어 죽은 사람의 시신을 닦는 일이었다. 어린 간호사들은 울면서 거즈에 알코올을 묻혀 딱딱하게 굳어버린 시체를 이리저리 굴리며 닦았다. 남자 광부들은 지하 1,000미터 이상의 깊은 땅 속에서 뜨거운 지열을 받으며 일했다. 하루 8시간 일하는 서독 광부들에 비해 열 몇 시간을 더 깊은 지하에서 석탄 캐내는 일을 했다. 서독 방송과 신문들은 대단한 민족이라며 가난한 한국에서 온 간호사와 광부에게 찬사를 보냈다. “세상에 어쩌면 저렇게 억척스럽게 일할 수 있을까?”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코리안 엔젤’이었다. □ 독일에서의 생활은 또 다른 삶을 알게 되는 즐거움 잘 보존된 옛것과 자연환경,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비된 쾌적한 마을, 가식 없이 있는 대로 살아도 누가 뭐라지 않는 분위기,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있는 공원과 산책로,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북적거리는 축제장에서도 지켜지는 질서…. 독일에서의 생활은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이다. 독일에서의 삶은 한국에서보다 한두 박자 느리게 돌아간다. 독일 생활에 적응하는 일의 반 이상이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부모는 습관적으로 ‘빨리 해라’ ‘빨리 와라’ ‘빨리 먹어라’ 하고 자녀들에게 요구한다. 그러나 독일 국민은 ‘천천히, 천천히(langsam)’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 독일 사람들이 자신들을 느리다고 흉보면 대응하는 말이 ‘느리지만 확실하다(Langsam aber Sicher)’는 표현이다. 독일 사람들은 강박관념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소음에 관한 한 개 짖는 소리도 규제할 정도이다. 예를 들면 셰퍼드가 종일 주택가에서 계속 짖는 것을 방치하는 주인은 고소될 수 있다. 이 판결에서는 ‘짖는 시간은 아침 8시에서 오후 1시, 오후 3시에서 7시까지, 계속해서 최고 10분간, 전체 최고 30분까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 남녀가 같이 하는 목욕탕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저가항공사’의 싼 요금, 뒤부터 읽는 두 자리 숫자, 1층과 0층, 저절로 잠기는 현관문, 앞으로 기울어지는 창문, 점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백화점 등 독일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일들을 소개한다. □ 시스템이 차이를 만든다 독일 사람들은 운전을 잘한다. 잽싸게 끼어드는 등의 요령을 잘 부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을 잘 지키면서 운전한다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이 운전을 ‘잘’하는 데에는 교차로에서의 우선권 체계, 알기 쉽게 체계적으로 세워진 표지판, 신호 등 제도적인 여건이 잘 구비되어 있고 면허시험과 그 시험을 위한 교육과정에서 도로에서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위한 태도를 중점적으로 교육시킨 데도 원인이 있다. 또 하나는 법규를 어기면 예외 없이 벌칙이 가해진다는 학습효과도 큰 역할을 했다. 즉, 위반할 경우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평소의 경험일 것이다. 독일 도로에는 우리식 개념의 교통경찰이 없다. 하지만 주요 신호등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거리 곳곳에 고정 혹은 이동식 속도측정계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위반을 하면 선명한 사진과 함께 고지서가 날아온다. 주정차 위반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딱지가 붙는다. 복지국가 하면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국가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모토로 했던 영국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독일은 이미 100년도 훨씬 전인 1880년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시대에서 시작된 오래되고 잘 정비된 사회보장제도를 가지고 있다. 1883년에 의료보험, 1884년에 사고보험, 1889년에 노동능력 상실에 대한 보험 형식으로 연금보험이 도입되었다. 1927년에는 실업보험이 도입되었고, 1995년부터 수발보험이 시행되었다. 독일 어디를 가나 계층 간에 큰 차이 없이 골고루 잘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역 간 소득균형을 맞추는 ‘재정균등화 제도’와 함께 이런 사회보장제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 통합 유럽 경제의 중심, 독일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이들 국가들이 2004년 5월에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독일은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중심적인 위치는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독일은 덴마크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등 아홉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를 기준으로 볼 때 서쪽 프랑스나 네덜란드 쪽으로는 두 시간여, 북쪽 덴마크로는 다섯 시간 정도, 남쪽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방향으로는 네 시간여 차를 몰고 가면 국경을 넘을 수 있다. 독일 도시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프랑크푸르트이다. 프랑크푸르트는 차범근 선수가 뛰었고 지금은 그 아들인 차두리가 뛰고 있는 아인트라하트 축구팀이 있는 곳으로, 유럽중앙은행, 독일연방은행이 있는 금융 중심지이다. 또한 교역의 중심지로 우리나라 삼성 유럽본부, 현대자동차 유럽본부 등 55개사가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프랑크푸르트와 그 인근에 두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주요 메쎄로는 출판물, 자동차, 소비재, 조명기구 메쎄 등을 들 수 있다. 세계 최대규모의 북페어는 10월에 열리는데 2004년의 경우 독일에서 2,748개, 외국 101개국에서 3,890개 출판업자가 참여하고 출판관련 전문가를 포함한 관람객이 27만 명을 넘었다. 이 북페어에서는 해마다 주빈국을 선정하여 그 나라에 대한 행사를 북페어가 열리는 메쎄뿐 아니라 그 전부터 독일 전역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미 금년 3월 라이프치히를 시작으로 60명의 한국 작가들이 독일 전역을 돌며 낭독회를 열고 있다. 이 낭독회는 10월에 쾰른, 마인츠, 본을 거쳐 북페어가 열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은 세계 제2의 국제통화 유로화의 발권은행이며 유로화를 사용하는 12개 나라의 통화정책을 관장한다. ECB가 부여받은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로지역에서의 물가안정이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연방은행과 함께 도이체방크 등 독일 주요 은행의 본점이 위치하여 유럽에서는 런던에 버금가는 금융도시로서 위상을 다져 왔다. 여기에 더하여 유럽중앙은행이 자리 잡게 됨으로써 유로씨티(Eurocity)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덤도 얻게 되었다. 특히 금융 전문가인 필자는 이 책에서 유럽 국가들의 단일통화 도입 과정, 독일에서 마르크화(DM)와의 결별, 유로화 발행 등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 통일 후유증을 앓고 있는 독일 경제를 타산지석으로 독일 평균성장률이 1990~1991년에 통독 붐으로 일시 5%를 넘기도 하였지만(이상은 서독 기준) 이후 1999년까지 통일 독일의 연평균성장률은 1.4%로 떨어졌다. 2000년 2.9%로 일시 높아졌던 성장률은 2001년 0.8%, 2002년의 0.1%로 떨어진 데 이어 2003년에는 0.1%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그러다 2004년에야 겨우 1.7%로 회복되었다. 이러한 성장 둔화와 함께 고용사정도 크게 나빠졌다. 1990년 일시적인 통독 붐이 꺼진 후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지면서 실업자가 계속 늘어났고 2003~2004년에는 440만 명에 실업률도 10.5%로 뛰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1년 이상의 장기실업자 비율이 50%에 달하고, 동독의 실업률이 18.4%로 서독의 8.5%보다 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2004년). 성장이 부진하다 보니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고 실업 증가 등으로 사회보장비용 지출이 많아지면서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났다. GDP 대비 재정적자의 비율이 2002년에는 3.7%, 2003년에는 3.8%, 2004년에는 3.9%를 기록하여 EU ‘안정 및 성장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에서 정한 상한선 3%를 3년 연속 상회하였다. 이와 같은 독일 경제의 점차적인 성장력 둔화나 최근의 부진은 근본적으로 그간 독일 사회에 누적되어온 여러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데에 기인한다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세계 최고수준의 인건비, 관대한 사회복지제도, 높은 세율, 관료적 규제 등이 주로 거론된다. 특히 이들 문제는 통독과 함께 종전 서독의 사회복지제도가 동독에도 그대로 이식된 가운데 동독지역 경제가 부진을 겪으면서 심화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통일비용 문제는 우리가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난관이다. 동독지역 경제는 왜 이처럼 어려움에 빠져들었고 서독지역은 왜 그 많은 부담을 안고 가게 되었는가? 통일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 것이 불가피했는지 아니면 적게 들 수도 있었는데 무언가 잘못 되었는지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통해 통일이 반드시 그런 큰 부작용을 낳지 않을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어느 나라도 대신 풀어줄 수 없기에 우리는 앞서 이룩한 통독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