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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체리 조에게 009 본문 각인과 소실 019 모험과 동경 051 다정과 믿음 083 잔류와 간직 119 비문 체리 조의 답장 157 편집장으로부터 199 작가의 말 243 미주 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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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강력하고도 아찔한 소실이 나를 알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 그곳을 지배했다. 우리 사이에는 전율이 일었고 천사가 다녀갔으며, 다만 입을 맞춰버릴 도리뿐 없었다. 화살이 날아가는 동안, 나는 침묵의 마지막을 완벽하게 기리며 새로운 상실에 힘없이 승복해 버렸다.
---「26쪽, 각인과 소실」중에서 내 희망의 지반은 오직 너의 다정이다. 설령 열차가 오지 않아 내가 이 자리에 얼어붙어 영원히 바다의 일부가 된다 하더라도, 나는 기다릴 것이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믿음이자, 모험의 끝이니까. ---「78쪽, 모험과 동경」중에서 재윤이 몰고 온 첫눈은 일종의 분수령이 아닐까. 그와 함께 본 눈은 고요하고, 빛나며, 온 세상을 순백으로 물들이는 가장 강력한 계절로의 신호탄이었다. 재윤의 까만 머리칼이 겨울과 잘 어울렸다. 그의 온기가 빛을 발하는 계절, 겨울은 재윤의 시간이자 배경이었다. 나도 그곳에 가고 싶었다. ---「111쪽, 다정과 믿음」중에서 하지만 발을 딛으려다 몇 번 넘어진 뒤에는 다음 걸음이 두려워졌고, 끝내 걸음마를 떼지 못한 나는 결국 과거로 후퇴했다. 그것은 일종의 도피였다. 나는 항상 도망칠 곳을 찾았고, 과거로 쫓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추억을 은신처로 삼았다. ---「144쪽, 잔류와 간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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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렴풋하고도 생생한 아름다움이 영원할 수 있도록
여기 그들의 글을 소개할 때의 설렘이 아직 살아 있다. 책 199쪽부터 시작되는 40쪽 가량의 주석에서 나는 지난날을 나름대로 지난하도록 길게 풀어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그들의 글을 소개해야 하는 시점이 왔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왠지 새롭게 말하고 싶어진다. 어떤 말이 독자의 환심을 살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글과 글 사이에 있음을 강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 모든 시간과 기록의 교두보가 유인도는 아닐까,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경험을 했으며 목적한 바를 이루었을까? 누군가의 기억이 온전히 보관되길 바라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상처 입고 또 회복했을까? “서정의 해상도”는 위 질문에 관한 답을 담은 네 편의 단편소설이다. '모험과 동경,' '다정과 믿음,' '잔류와 간직,' 그리고 '각인과 소실'은 모두 바닷가에서 끝을 맺는다. 우리는 바다로부터 느껴지는 것을 온전히 설명하는 데 언제나 실패해 왔다. 그것이 쓸어가는 기억이란 모래톱에 앉아, 수평선에서 느껴지는 바는 또 무얼지 밝히려다 밤을 지새곤 했다. 이제 그간의 나날과 앞뒤로 은하처럼 이어진 생의 시간이 한 권의 책에 담긴다. 어쩌면 우리가 밝히려던 것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바다에 당도하는 주인공들은 제각기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 깨달은 모습이다. 골몰한 질문의 답을 찾은 사람처럼, 왠지 그 눈빛의 총명함이 그려지는 문장으로 제각기 다른 시간 같은 공간을 그려낸다. 그 모두는 별개의 경로를 지니고 있다. 보관도시를 향해 가는 길, 열차가 도착하는 때 또한 모두 다르다. 하지만 넷이 깨달은 바를 나는 하나로 종합할 수 있다. 그건 사랑이다. 그리고 이 말은 영원히 진부하지 않다. 글들은 사랑을 표하고, 사이를 잇는 것 또한 결국에는 사랑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복되는 것을 지루해하는 우리를 위해 비슷한 말들이 있다. 사랑과 사랑 사이에 서정이 있다고 말해도 될까?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까. 우리는 사랑한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서정으로 엮고, 그걸 밝히려는 모두의 시도를 해상도라 명했다. 아주 낭만적인, 서정의 해상도로. 1. 전언호, 각인과 소실 저녁을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 28쪽 예민한 젊음의 '나'는 '그녀' 앞에 소실되는 첫사랑의 기억에 당황한다. 그녀의 방에 있는 리시안셔스를 보고 첫사랑의 기억을 연상할 때, '나'는 사랑에 관하여 다시 생각하며 '그녀'를 영원히 사모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것은 녹록지 않은 현실과 예상 밖의 사건, 어릴 적에나 상상하던 마법의 공간이다. 현실의 울타리에서 움틀대며 사랑에 집착하는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 남은 이야기를 꾸려 갈 독자 앞에 산문의 색을 칠한 열차가 당도한다. 2. 홍승재, 모험과 동경 늘 내 곁에 나란하던 너였으나, 이번만은 내가 너의 뒷모습을 좇아야겠다. - 58~59쪽 연인을 잃은 '나(진욱)'는 삶의 방향을 잃고 표류한다. 어느 겨울, 코트 주머니에서 발견된 연인 '단은'의 쪽지 한 장은 그녀의 흔적을 좇는 여행으로 그를 이끈다. 상실을 겪은 인간은 무엇을 붙잡고, 어떻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알려줄 것만 같은 길고 신산한 여정으로. 3. 이한솔, 다정과 믿음 올려다본 그의 눈동자 속에 내 얼굴이 별처럼 박혀 있었다. - 108쪽 '준호'와 연인이 된 지 삼 년째 되던 어느 여름날, '나(도경)'는 예고 없이 이별을 맞는다. 준호는 현상되지 않은 필름 세 롤만을 남긴 채 도경의 곁을 떠난다. 그 후 '나'는 현상소에서 만난 손님 '재윤'에게 용기를 얻게 된다. 첫눈이 내리는 날, '나'는 재윤과 함께하며 준호와의 기억과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본다. 4. 김은성, 잔류와 간직 홀로 그곳에 남아 나를 가두는 감옥을 짓고, 기억의 박물관을 세웠다. 나는 매일 박물관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누군가는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136쪽 과거를 너무 사랑한 '나'는, 그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용히 사라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삶의 끝자락에서 떠오른, 언젠가 들었던 불가사의한 섬. '나'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출처 없는 희망으로 섬을 향하는 길에 몸을 싣는다. 과거의 순간을 간직하는 것은 아름답지만, 거기 잔류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기억을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끝내 나아가게 되길 바라며. 미지의 열차를 타고 환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결말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 그것은 당신의 어떤 사랑과 관계되는지에 관한 치밀하고도 낭랑한 이야기, 서정의 해상도. 젊음이 떠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편린을 윤슬로 뒤바꾼 네 사람의 서정이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였다. 본문 앞과 뒤에 교보문고 추천도서 “감각의 비망록” 속 전설적인 방랑자 체리 조에 얽힌 보관도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바는 다음 책으로 이어질 것이고, 다음, 또 다음이 될 테지만……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이란 언제나 아래의 답으로 수렴하리라. 휘몰아치는 과거를 하나의 세계로 품고, 단호한 사랑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길 잃어도 잊지 않으려던 것으로 다시, 모든 아픔을 그곳에 두고, 종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