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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자매의 손

2. 신의 손
하나님의 손
편지
심문: 목격자
추신
비냑의 일기
심문: 로니 후작
가브리엘의 얼굴
심문: 라 바렌
계획
스파이
심문: 페로
붉은 머리의 여인

저자 소개 1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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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ram Fleischhauer

독일작가인 볼프람 플라이쉬 하우어는 2002년 출간된 『퍼플라인』이라는 소설로 한국에 알려졌다. 그의 작품은 『다빈치 코드』 이후 출간되고 있는 명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 붐을 타고 더욱 주목을 받았었다. 『퍼플라인』은 팩션(Faction)의 일종으로 분류되는데, 그림이라는 사실(fact)에 작가의 상상력(fiction)이 더해졌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볼프람의 소설류가 환영을 받는 데에는 전체적인 시대흐름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신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이 '명화 뒤짚기'를 통해 전통과 기성세대에 일방적인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볼프람의 소설은
독일작가인 볼프람 플라이쉬 하우어는 2002년 출간된 『퍼플라인』이라는 소설로 한국에 알려졌다. 그의 작품은 『다빈치 코드』 이후 출간되고 있는 명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 붐을 타고 더욱 주목을 받았었다. 『퍼플라인』은 팩션(Faction)의 일종으로 분류되는데, 그림이라는 사실(fact)에 작가의 상상력(fiction)이 더해졌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볼프람의 소설류가 환영을 받는 데에는 전체적인 시대흐름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신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이 '명화 뒤짚기'를 통해 전통과 기성세대에 일방적인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볼프람의 소설은 그 특이성을 인정받은 것은 문예비평가로 출발한 작가의 인문학적 정보들이 전해주는 학술적인 배경 때문이다. 작가는 1986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나게 된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작자 미상의 그림에서 출발하여 누가 데스트레를 죽였는지를 추리해나가고 있는데, 그림이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신교와 구교 갈등을 종식시키고 절대 왕조인 부르봉 왕조의 문을 연 왕, 앙리 4세의 정부였던 데스트레와 다른 한 여인이 나체로 욕조에 들어가있는 실제 그림을 그 출발로 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작한다. 이 추리를 해나가는 것은 소설 속에서는 문학 강사인 안드레아 미켈레스이지만, 사실은 이 사람이 바로 볼프람 자신이므로 소설에 사실감을 부여한다. 실제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 작품을 본 이후 10년동안 고문헌을 연구하고 16세기 프랑스와 유럽의 정세, 궁정의 풍습 등을 되살려내었기에 독자들은 그가 연구한 세월과 열정만큼의 즐거움으로 그의 책을 읽어 왔다.

그 이후『비의 손을 가진 여인Die Frau mit den Regenhanden』, 『현실과의 3분Drei Minuten mit der Wirklichkeit』, 『세상을 삼킨 책Das Buch in dem die Welt verschwand』을 통해서 문학, 음악과 춤, 역사와 철학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이 잘 드러난 수작들을 내놓았고 『퍼플라인』과 함께 예술스릴러 4부작이라 불리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신선한 이야기로 만들어 “문화적인 극도의 긴장”을 일으키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의 팩션스릴러는 우리를 팽팽한 긴장과 함께 한 시대와 인식이 전환되던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역자 : 김청환
1960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문학 석사. 전문 번역가.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25쪽 | 58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287687

책 속으로

이윽고 그는 그 문제의 소포 꾸러미를 발견했다. 밀랍으로 매끄럽게 처리된 흑갈색의 포장지가 우선 눈에 띄었다. 소포 뒷면에는 네 개의 가죽 단추가 붙어 있었다. 하얗고 빨간 명주실이 여덟 팔자의 형상으로, 마주보는 두 단추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이런 방식으로 소포 꾸러미는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런데 소포의 가장자리가 군데군데 찢겨져 있어 층층이 쌓여 있는 종이 뭉치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방금 비워낸 상자 하나를 뒤집어 이것을 임시 탁자 삼아 문제의 소포 꾸러미를 올려놓고 실타래를 풀었다. 명주실은 삭아서 금방 뚝뚝 끊어졌기 때문에 실타래를 푸는 것을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종이들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그의 눈을 사로 잡은 첫 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 정말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첫 페이지는 사실 텅 비어 있었지만, 한가운데에 분명 눌린 자국이 있었다. 그는 진기한 표식이 있는 그 작은 성냥갑 크기의 아마포를 집어 종이 위에 올려놓었다. 그러자 그림은 끼워 맞출 필요도 없이 매끈하게 전지에 착 붙는 것이 아닌가. 아마포의 갈색 톤은 양피지 위의 물 얼룩자국 위로 정확히 겹쳐졌다.

--- p.43

"저는 그림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퐁텐블로 학파의 그림, 작가 미상,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 1600년 경.' 제가 보아온 그림 중 가장 독특한 그림이었지요. 당신도 아시잖아요. 두 명의 여인이 옷을 벗은 채로 철제 욕조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욕조의 테두리에는 천이 걸쳐져 있지요. 그림을 보는 사람의 시각에서 볼 때 그림의 오른쪽 여인은 가브리엘을 그린 것이 틀림없어요. 그녀의 깡마른 왼쪽 손가락은 반지를 쥐고 있고, 오른손은 욕조 위에 비스듬히 걸쳐 있죠. 그녀 옆에 있는 자매는 마찬가지로 오른손은 욕조 테두리에 걸쳐 있고 왼손의 엄지와 검지는 가브리엘의 오른쪽 유두를 쥐고 있지요."
코친스키의 말을 내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그림의 테두리는 호사스러운 자줏빛 커튼으로 장식되어 있죠. 마치 극장의 무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두 여인은 수많은 군중의 시선을 견뎌내야 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나요?"
코친스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원본을 앞에 두고 보니까 당신이 나한테 모조품을 보여줬을 때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세부 사항들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진기하게 관찰할 것이 많더군요."

--- p.97~98

줄거리

문학가 안드레아 미켈리스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작자 미상의 진기한 그림에 늘 관심을 갖던 중, 우연히 이 그림과 관련된 19세기의 희귀 문서를 입수한다. 그는 이 문서에서 400여 년 전에 죽은 가련한 여인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답을 풀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고, 연구를 거듭해 그 죽음을 추적해 나간다.

***

때는 1599년 4월 10일 오전 5시. 앙리 4세의 연인이며 현재 임신 6개월째인 스물여섯의 꽃다운 미녀 가브리엘 데스트레가 지난 며칠간의 처참한 발작 끝에 마침내 파리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한편, 같은 날 밤, 파리의 어느 집 창고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간신히 불은 껐지만, 사람들은 불에 완전히 타버린 창고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 한 구를 발견한다…….

16세기 프랑스는 수차례에 걸친 신?구교 간의 위그노 전쟁으로 온 국토가 피바다가 되었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왕위에 오른 프로테스탄트 앙리 4세는 스스로 다섯 번이나 종교를 바꾸면서까지 황폐화된 국토에 평화를 정착시킨 왕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자를 너무 밝힌다는 결점이 있었는데, 이때 그의 온 정열을 사로잡은 여인이 바로 가브리엘 데스트레였다. 가브리엘은 앙리 4세의 아이로 ‘추정되는’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왕과 왕비 마르그리트(카트린 메디시스의 딸. 그 유명한 ‘마고 여왕’)의 이혼을 교황이 승낙하지 않고 있어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앙리 4세의 이혼과 가브리엘과의 재혼 문제는 전 유럽을 뒤흔든 태풍의 핵이었다. 국내에서 신구교 간의 대립이 치열한 것은 물론, 막강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프랑스의 신교화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프랑스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으며, 로마 교황은 교황대로 프랑스의 신교화를 막으려 하면서도 펠리페 2세에게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또한 토스카나 공국의 페르디난도 대공은 자신의 질녀 마리 드 메디시스(결국 후에 앙리 4세의 두 번째 부인이 된다)를 앙리 4세의 왕비로 밀고 있었다.
이런 복잡한 국제 정치 상황에서 프랑스 왕비의 자리는 각국의 이익이 걸린 첨예한 문제였기에, 평범한 프로테스탄트 귀족 가문의 여식인 가브리엘을 정치적 방해물로 생각하는 일파들이 수없이 많았다.

프로테스탄트 부모를 전쟁의 와중에 일찍 여의고 외롭게 자라온 비냑은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궁정화가가 되려는 청운의 꿈을 안고 파리로 상경한 비냑은, 당시 어떤 화가가 그린 그림을 모사하여 얼굴만 가브리엘로 바꿔서 궁정에 전달한다. 가브리엘의 인정만 받으면 당장 궁정화가가 되리라 기대했던 것. 그의 기대에 답이 왔다. 어떤 귀부인으로부터 또 하나의 그림을 주문받은 것이다. 하지만 주문받은 그림은 좀 묘했다. 가브리엘과 다른 여인이 나체로 욕조 속에 앉아서 여인끼리 가상의 결혼식을 하는 듯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가브리엘이 자신을 인정하여 주문한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화가는 당장 그림을 그려 전달한다.
하지만 곧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다. 자기가 궁중에 납품한 그림이 전단지에 조악하게 인쇄되고 그 위에 가브리엘을 비방하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시구가 쓰여져 온 시내에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에 조종당했다는 것을 안 비냑은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파리를 떠난다.

한편, 그날 궁중에서도 역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왕과 가브리엘을 위한 성대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가브리엘을 칭송하는 그림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와중에, 비냑이 그린 그 수치스러운 그림이 갑자기 온 귀족, 문무대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된 것. 가브리엘은 비명을 지르고 연회는 갑자기 살벌한 분위기가 된다. 그때 국왕 앙리 4세가 벌떡 일어나서 다음 부활절 이후에 가브리엘과 결혼하겠다고 선포함으로써 그녀와 좌중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부활절 주간 첫날, 왕은 남의 이목을 위하여 부활절 기간을 떨어져서 보내야 한다며 가브리엘을 파리로 떠나보낸다. 가브리엘은 절망한다. 무슨 예감이 있었던 것일까. 왕과 헤어져 파리로 향하며 그녀는 불안함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파리에 도착한 다음날 그녀는 두통을 호소하더니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형상으로 서서히 죽어가서 토요일 이른 아침, 싸늘한 시체로 남은 것이다.

***

안드레아 미켈리스가 손에 넣은 19세기 희귀 문서는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서에는 그 어떤 결론도 없었다. 도대체 가브리엘은 누가 죽인 것일까? 문서에는 독살부터 자연사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비냑이란 화가가 그렸다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그림에 대해서는 왜 언급이 없는 걸까? 비냑은 이 그림을 언제, 왜, 무슨 목적으로 그렸나?
미켈리스의 의문은 깊어만 간다. 그는 가브리엘의 죽음의 확실한 원인과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그림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험난한 탐험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과도 같은 우연의 힘으로 그녀의 죽음을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는데…….

출판사 리뷰

역사와 소설

이 책은 한 마디로 ‘역사 예술 미스터리 소설’이다. 기본적인 추리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400년 전의 역사적 사건을 대상으로, 하나의 예술작품이 사건의 모티브가 되고 동시에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중심 소재인 역사적 사건은 물론 픽션이 아니다. 단지 픽션이 아닐 뿐만 아니라, 소설의 전개도 철저히 저자가 실제 역사적 문헌을 발굴하고 연구한 것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의 특기 사항은 ‘역사 연구의 소설화’라 할 만하다.
거칠게 말하면, 여기 미궁에 빠진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마치 철가면의 임자가 누구냐 하는 것처럼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되어 온 역사상 유명한 미스터리이다. 이 소설의 저자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는 이 사건에 흥미를 갖고 옛 문헌을 연구하던 중,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문서를 발굴한다. 이 발굴로 인해 400년 전 그 사건의 해답은 99퍼센트 분명해진다.
역사학회에 논문을 발표하여 이 사건에 대한 역사학계의 공식적 입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이것을 소재로 한 편의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저자가 단순히 소설가라서가 아니라(저자 플라이쉬하우어는 소설도 여러 편 썼지만, 기본적으로 문학을 연구하는 문학연구가이다), 역사라는 과학은 문헌이 밝히고 있지 않은 ‘1퍼센트’를 위한 자리를 마련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저자는 99퍼센트의 엄밀한 고증을 1퍼센트의 상상으로 채색하여 《퍼플라인》이라는 지적 추리소설을 탄생시켰다. 이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저자는 <부록>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역사’와 ‘이야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작가의 절절함이 이 소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 어떤 획기적인 역사상의 출처도, 한 인간의 마음속과 그 숨은 동기를 들여다보게 해주지는 못한다. 어떤 것도 최종적인 진실을 제공할 수는 없다. 다만 여태껏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잃어버렸던 퍼즐의 조각들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직관을 따랐고, 역사학자가 보통의 경우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 환상을 믿고 소위 사실들은 의심하는 것 말이다. 이것은 또한 내가 자주 받았던 질문, 즉 이 주제에 관해 왜 논문을 써서 발표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은 항상 나를 당황케 했고 가끔은 조금 슬프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 질문 속에는, 그토록 흥미롭고 경이로운 역사적 발견을 소설을 쓰느라 ‘낭비해 버린’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는 비판의 소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용히 혼자 있을 때는 항상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나야말로 문화사적 논문을 쓴 것이라고! 단지 소설의 형식을 빌렸을 뿐이라고. 소설을 통한 그림의 해석.
그렇다, 나는 절대로 환상幻像에다 박사학위의 모자를 씌우고 싶지는 않다. 그 모자의 차양이 탁 트인 지평선을 가릴 것이다. 그런 주제를 가지고 주석과 전기적 사실들을 담아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해 몇 안 되는 교수들과 학생들에게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커다란 손실이 아니겠는가.


소설의 다층적 구조

이 소설은 다층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의 간략한 소개를 위해 각 층위를 하나씩 분해해 보자.

수평적 구조: 역사-예술-추리
① 역사: 1599년, 당시 프랑스 왕 앙리 4세의 정부였던 가브리엘 데스트레가 임신 중에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의 죽음은 앙리 4세와의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크나큰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16세기 프랑스는 신?구교 간의 대립으로 엄청난 내란을 겪고 있었다. 수차례에 걸친 위그노 전쟁은 전 국토를 황폐화시켰고, 가톨릭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침략한 스페인 군대에게 무기력하게 짓밟혀야 했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왕위에 오른 앙리 4세는 뛰어난 정치력으로 스페인을 물리치고 프랑스에 평화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자를 너무 밝힌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이 바로 가브리엘 데스트레였다. 그녀에게 반한 왕은 왕비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와 이혼하고 가브리엘과 결혼하려 하지만, 프랑스 왕비 자리는 신?구교가 각축을 벌이던 당시 유럽 지형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태풍의 핵과도 같은 자리였기에, 왕의 이 계획은 국내외적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왕은 무리하게 결혼을 선포하고, 결혼 예정일 일주일 전 가브리엘은 의문사한다.

② 예술: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 작가를 알 수 없는 루브르의 이 그림 한 점은 그 진기한 모습으로 보는 사람마다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두 여인이 나체로 욕조 속에 들어가 있고, 왼쪽 여인이 오른쪽 여인의 젖꼭지를 쥐고 있으며, 왼쪽 여인은 마치 뜨거운 것이라도 잡는 양 왼손가락으로 아슬아슬하게 반지를 잡고 있다. 두 여인의 뒤에는 자줏빛 커튼이 드리워져 있으며, 열려진 커튼 자락 사이로 바느질하는 여인과 꺼져가는 벽난로, 그리고 녹색 천이 덮인 탁자가 보인다. 벽난로 위 액자에는 앉아 있는 남자의 벌거벗은 하반신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남자의 허리께에는 붉은 천이 던져져 있다.
두 여인의 하 수상한 자태와 그 배경의 음울함은 도대체 누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 여인 중 젖꼭지를 잡히고 있는 오른쪽 여인은 가브리엘 데스트레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녀를 모델로 한 이런 그림으로 도대체 화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것이 바로 플라이쉬하우어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이며, 동시에 이 소설이 전개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희한하게도, 이 그림은 여러 점의 유사품을 가지고 있다. 그린 스타일로 보아 같은 작가의 것으로 추정되는 샹티이 판 <욕조 속의 가브리엘>과 피렌체 판 <욕조 속의 여인들> 두 점이 작가에 의해 이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으며, 그 밖에 다른 ‘목욕 시리즈’들도 이 소설의 미스터리를 더욱 짙게 하는 데 한몫 하고 있다.

③ 추리: 위의 역사와 예술을 연결하는 것이 추리이다. 즉, ‘가브리엘 데스트레는 왜 죽었으며(누가 그녀를 죽였으며), 미지의 화가는 그녀를 모델로 왜 저런 진기한 그림을 그렸을까?’ 이 둘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게 이 소설의 큰 줄기이자, 저자가 10년을 매달렸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추리를 위해 저자는 ‘비냑’이라는 가상의 화가를 창조한다. 그리고 소설의 첫머리에 가브리엘의 죽음과 의문의 화재사건을 병치시키고, 가브리엘의 이야기와 한 무명화가의 이야기를 나란히 풀어나간다. 이 두 이야기가 접목되는 부분에서 독자들은 그림에 대한 의문을 풀게 되며, 가브리엘의 죽음에 관한 비밀이 그림 속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이 풀리는 이 대목은 일종의 반전이며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결말이지만, 사인(死因)에 대한 어떤 직접적인 암시를 그림 속에 암호화했다는 식의 통속적인 결말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실제 역사를 연구한 연구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미스터리와 유물로 남은 그림 한 점과의 관계는 엄밀한 고증을 거친 역사가의 시각에서,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한 문학가의 심층적인 인간 이해에 기초해서 상상된 것이다. 따라서 그 결말은 작위적인 결말이라면 절대 가져다줄 수 없는,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예술에 대한 애정 어린 이해를 가져다준다.


수직적 구조: 16세기-19세기-현재 (액자소설의 형식)
① 16세기: 16세기 말 앙리 4세 치하를 배경으로,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의문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이 소설의 중심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그 시대의 의술과 수술 장면, 장인(예술가)의 생활, 궁중 연회 등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는 이에게 당시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부가적인 즐거움도 준다.
② 19세기: 16세기의 사건과 현재를 매개해 주는 것이, 19세기의 역사가 모르슈타트가 미완성으로 남겨놓은 원고이다. 화자는 백 년 전의 이 원고를 우연찮게 손에 넣은 후,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죽음에 관심을 갖고 추적한다. 이 소설의 제2부가 바로 모르슈타트의 원고 내용이다.
③ 현재: 문학연구가 ‘나’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진기한 그림에 빠져 있던 중, 친구 코친스키에게서 19세기 역사가 모르슈타트의 원고를 건네받고 400년 전 역사를 탐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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