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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보원사지 / 009
돌탑을 쌓는 사람 ● 010 / 당간지주 ● 012/ 무용無用 ●014 / 풀밭에 모인 사슴들 ● 016 / 천년의 시간 - 눈 내린 보원사지 ● 018 / 보원사지 오층석탑, 팔부중상八部衆像 ● 020 / 빈칸 - 금당터 ● 022 / 법인국사 보승탑 ● 024 / 법인국사 보승탑비● 026 / 보원사 감나무 ● 028 / 석조 ● 030 / 저무는 강 ● 032 / 만월 ●034 / 어느 날 당신이 이 길로 오신다면 ● 035 / 돌의 시간● 036 제2부 서산용현리마애여래삼존상 / 037 서산용현리마애여래삼존상 ● 038 / 강댕이미륵불 ● 040 / 부동의 자세 - 쥐바위 ● 042 / 인바위 ● 044 / 강당골사람들 ● 046 / 나비를 보다 ● 048 / 물푸레 나무 ● 050 / 길 ● 052 / 용꿈 ●054 / 어디서 꽃을 보나 ● 056 / 우리가 이별을 이야기하는 동안 ● 058 / 뿌리 ● 060 / 천년의 기도 ● 062 / 산신각에서 ● 064 제3부 용현계곡 / 065 물은 물의 손을 잡고 ● 066 / 멈추지 마라 ● 068 / 여름천변川邊 ● 070 / 느리게 오는 봄 ● 072 / 접면 - 목련 ● 074 / 용현계곡 - 송화 ● 076 / 용현계곡 - 물버들 ● 078 / 달꽃 ● 080/ 꽃물들다 ● 082/ 4월 ● 084 / 용현의 가을 ● 086 / 단풍들다 ● 088 / 용현의 겨울 ● 090 / 천년의 빛 - 고풍저수지 ● 092 / 용현계곡 - 물소리 ● 094 제4부 백제의 미소길 / 095 백제의 미소길 ● 096 / 냉이꽃에 앉은 나비 ● 098 / 솔바람길 ●100 / 달팽이 숲 - 시비 ● 102 / 방선암 ● 104 / 감나무 경전 ● 106 / 그것이 허공인지도 모르고 ● 108 / 빈집 - 고인돌 ● 110 / 연두 ● 112 / 나무가 있는 풍경 ● 114 / 가야산 보부상길 ● 116 / 아득한 도원桃源 ● 118 / 품 ● 120 / 용현에서 ● 122 / 그 따스하고 뭉클한 ● 124 / 언젠가 나무들도 ● 126 / 천년의 길 ● 128 / 고란사 가는 길 ● 130 / 서산한우목장 ● 132 / 가야산 안개 ● 134 / 명종태실 ● 136 / 문수사 봉숭아 ● 138 / 개심사 벚꽃 ● 140 해설 용현계곡에 내린 뿌리의 섬광 신익선 문학평론가ㆍ문학박사 ● 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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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현계곡에 내린 뿌리의 섬광
신익선 / 문학평론가ㆍ문학박사 뿌리다. 김가연의 두 번째 디카시집, 『어느 날 당신이 이 길로 오신다면』의 전체 맥락은 불문佛門의 뿌리를 징검다리 삼아 새로이 분출하는 시대의 뿌리다. ‘뿌리’를 근간으로 한 ‘말씀’이다. 그리고 뿌리에 근거하여 개척해 가는 김가연의 삶에 대한 자세와 일상의 태도이다. 김가연은 보잘것없는 ‘강댕이골’ 소나무 뿌리에 놓인 한 줌의 바위 영상影像을 싣고 그 아래 「뿌리」라는 시편을 싣는다. 삶의 길에서 그 길의 근간이 되는 나무의 ‘뿌리’와 삶의 ‘뿌리’를 아울러 읽는다. 스쳐 지나치기 쉬운 나무뿌리에서 육신을 낳고 기른 근원, 아버지로 발원하여 ‘말씀’을 은유하는 빗장을 연다. ‘말씀’은 생명으로 변용된다. 생명은 생명 자체로 빛을 발하는 생물체이다. 10세기경에 인도 남부 타밀 지방에서 저술된 것으로 추정하는 『바가바타 푸라나』 경전은 푸라나(Pur??a)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여러 힌두교 문헌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성전이며 바가바타파가 신성시하는 문헌이다. 이 경전에서 생명을 정의하길, “생명은 생명의 생명이다.”라 하였다. ‘뿌리’라는 영상에서 영감을 받은 김가연은 이 디카시집에서 목숨의 길, 생명에 천착한다. 세속의 모든 생명은 ‘뿌리’를 근간으로 한다. 생의 일차적인 ‘뿌리’는 육친이다. 목숨이라는 생명을 주신 육친이다. 이차적인 ‘뿌리’는 구도의 신앙을 교시하는 정신적 스승이다. 참 생명은 이 땅에 생명을 주고, 그리고 뭇 중생들에게 생명을 내린다. ‘뿌리’ 영상과 시편은 결국 고요히 뻗어 가는 생명의 길을 써 내려간다. 아버지가 한 생을 내리는 중입니다 낮은 말씀이 장대하기를 굽은 어깨가 아름답기를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말씀의 서원입니다 ─ 「뿌리」 전문 빗장을 열면 거기 “낮은 말씀이 장대하기를/굽은 어깨가 아름답기를” 간구하는 새 무릉도원이 펼쳐진다.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그 누구도 간 적 없는 경이로운 극락極樂의 시공간이 환영처럼 펼쳐지는 새 하늘과 새 땅이다. 용현계곡에서 만나는 부처가 다스리는 땅이다. 하늘빛이 무지개보다 아름다운 부처의 정토다. 『라다크리슈난』에 보면 석가는 임종하면서 제자들에게 말씀을 내린다. “대중들아, 이제 나는 그대들을 떠난다.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나 무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기를 구제하라.” 불가에서는 한 인간의 생애를 무상이라 본다. 무상無常이므로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흥하고 망하는 것이 모두 덧없다는 것이다. 덧없음이 사상으로 승화되어 불가의 사상은 크게 보아 진정한 깨달음을 득하는 일과 일체 생명을 존중하는 그 두 가지로 대별 할 수 있다. 도道나 진여眞如를 정확히 깨닫는 일과 생명을 존귀히 여겨 으뜸으로 삼는 일이야말로 불가의 목적이다. 얼핏 보아 소나무 뿌리에 지나지 않는 영상에서 삶의 뿌리를 보는 일은 진여와 생멸이 하나임을 아는 일이다. ‘뿌리’의 궁극은 그리하여 삶과 죽음도 돌무더기 두른 뿌리라는 깨달음에의 환치이다. 땅바닥에 누운 돌무더기와 소나무 뿌리 영상에서 만난 ‘뿌리’를 김가연은 육친의 ‘아버지’로부터 생을 받아 성장한 삶의 어느 「여름 천변」과 강댕이골 보원사지 유물 그룹인 「풀밭에 모인 사슴들」까지 포괄하는 시선을 담는다. ‘뿌리’가 내포하는 서사를 발굴하는 일은 서산 보원사지 유물과 용현계곡의 시공간을 채굴하는 일과 같다. 영상 아래 실린 비교적 장문인 두 편의 시편을 보자. 천변川邊의 미루나무는 물소리를 먹고 자란다 한나절 오다 그친 비가 산 중턱에 서 있다 아이들은 알몸으로 물에 뛰어들었고 봉숭아 꽃씨 같은 별들이 서쪽 하늘에서 빛났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귀울림에는 계산이 서툰 분식집이 있고 병명이 달라도 같은 약을 지어주는 약방이 있고 약봉지를 입에 털어 넣는 방죽 머리 집 계집아이가 있고 벗어놓은 신발에서 자라는 은사시나무가 있고 그 아래 풀지 않은 이삿짐이 있고 햇살을 받는 봉분이 있다 강물이 두 손을 모은 채 잠이 들고 머릿결을 다듬던 손으로 별자리를 돌리면 살아서 하고픈 말이 죽어서 혼잣말을 했다 강물이 물고기의 흰 뼈를 끌어당긴다 푸른 반점의 아이가 빙하기를 건넌다 ─ 「여름 천변」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