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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을 만나다
본문 작품 해설-‘존재의 문’을 찾아서 |
Natsume Soseki,なつめ そうせき,夏目 漱石,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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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에는 체념이라든가 인내 같은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미래라든가 희망이라는 것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과거에 대해서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둘이 입을 맞춘 듯 그 이야기를 회피할 때조차 있었다. 오요네가 가끔"앞으로 좋은 일이 꼭 있을 거예요. 그럼요, 나쁜 일만 생기라는 법이 어디 있어요"라고 남편을 위로할 적이 있었다. 그러면 소스케는 그것이 진심 어린 아내의 입을 빌려 자신을 농락하는 운명의 독설처럼 느껴졌다. ---p.44
나는 문을 열어달라고 왔다. 그렇지만 문지기는 문 안쪽에 있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단지"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라는 목소리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p.264 오요네는 장지문의 채광 유리로 비쳐드는 화창한 햇살을 바라보고 "정말로 기뻐요. 이제 봄이 되어서"라며 양미간을 활짝 폈다. 소스케는 툇마루로 나가 앉아 길게 자란 손톱을 자르며"응, 그렇지만 또 겨울이 올 거야"라고 대답하고 머리를 숙인 채 가위를 움직였다. ---p.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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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라."
'문 밖의 인간'을 향한 거역할 수 없는 메시지!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가 낳은 가장 뛰어난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웬만한 일본 가정의 서가에는 거의 예외 없이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이 꽂혀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일본어 문학 시간에도 언제나 그를 비중 있는 작가로 다룬다. 몇 해 전 이와나미 문고는 창립 9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에서 인기 있는 작가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100위 안에 그의 작품이 무려 7편이나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일본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1997)이라는 책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 드러난 일본 근대 풍경에 대한 묘사에 주목한다. 그는 "나쓰메 소세키만큼 온갖 장르와 문체를 구사한 작가는 일본뿐 아니라 외국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다양성은 하나의 수수께끼이다"라고 평가한다. 소설가 고바야시 교지도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이면서도 처음부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현재도 전혀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가히 기적이다"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에서 주인공 소스케가 말하는 '문'이란 구원받지 못하는 자기 내면의 '문'을 의미한다. 더욱이 그것을 유일한 출구로 매달렸던 종교에서조차 얻을 수 없었던 것에 그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 그 소스케에게 들린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라는 소리는 자기 힘으로 '문'을 열지 않는 이상 그 '문'은 영원히 문 저 안쪽에 잠겨 있다는 것을 뜻함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일상적인 문'에서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존재의 문'으로 심화시키는 소세키의 이 인식이야말로, '문'의 세계에서 소세키가 추구하려고 했던 인간 탐구가 탁월하게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문을 열어달라고 왔다. 그렇지만 문지기는 문 안쪽에 있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단지"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라는 목소리만 들려왔을 뿐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문의 빗장을 열 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리고 그 수단과 방법을 분명히 머릿속에서 준비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실제로 열 수 있는 힘은 전혀 기르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가 서 있는 자리는 이 문제를 생각지 않았던 옛날과 추호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는 여전히 무능하고 무력한 채 닫힌 문 앞에 남겨졌다. 그는 평소 자신의 분별력을 의지하고 살아왔다. 그 분별력이 지금은 그에게 오히려 화근이 된 것을 분하고 억울해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어떤 취사선택도 사량思量도 받아들이지 않는, 어리석다고 경멸한 외골수 고집불통들을 부러워했다. 혹은 신념에 불타는 선남선녀의, 지혜도 잊어버리고 사량도 떠오르지 않는 정진의 경지를 숭고하게 우러러보았다. 그 자신은 오랫동안 문밖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할 운명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통과하지 못할 문이라면, 일부러 여기까지 고생 끝에 닿는다는 건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도저히 왔던 길로는 되돌아갈 용기가 없었다. 그는 앞을 바라다보았다. 앞에는 육중한 문짝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문을 통과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문을 통과하지 않고 끝날 사람도 아니었다. 결국 그는 그 문 아래에 꼼짝달싹 못하고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_pp. 264~265쪽 이와 같이 《문》은 '새로운 자아의 탄생'을 눈앞에 둔 근대화 인간들 속에 내재된 불안과 두려움을 뛰어난 문체로 형상화하며 소세키의 전기 사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