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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 우수상 수상작인 <보너스 트랙>은 유령을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공포물과는 거리가 먼, 대단히 유머러스하고 상쾌한 소설이라는 면에서 색다른 작품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유령은 원한에 사무친 무시무시한 유령이 아니라 명랑하고 촐싹대면서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산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유쾌한 20세의 청년 유령이다.
어느 비 내리던 밤에 포르노테이프를 빌리려고 집을 나섰다가 폭주 스포츠카에 치어 죽는 황당한 일을 당한 유령 녀석과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햄버거 가게 직원이 <보너스 트랙>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거의 만담(漫談)이라고 해도 좋을, 두 주인공의 유쾌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유령은 이승의 미련과 제약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특혜(?)를 내세워 산 자의 생활에 간섭한다. 반면, 난데없이 자기한테 붙어버린 유령이라는 존재가 낯선 산 자는 이것저것 참견해대는 유령에게 대꾸하랴, 그런 대화가 정신이상자의 혼잣말로 비치지 않을까 주변을 신경 쓰랴 정신이 없다. 게다가 유령 녀석은 염치 좋게도 자기를 죽이고 달아난 뺑소니범을 찾아달라든가, 가게의 아르바이트 여고생이 마음에 들었다든가 하며 신경 쓰이는 일들을 자꾸만 늘려놓는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게 싫지가 않은 것이다. 산 자는 이 유쾌하고 뻔뻔한 유령 녀석하고 함께 지내는 동안 자신이 잃어버렸던 것들을 하나씩 기억해내며 예전에 꿈꾸었던 삶의 보람을 되찾아간다. <보너스 트랙>에서는 산 자 중심의 3인칭과 유령 시점의 1인칭이 번갈아 사용되는데, 그 템포를 리드미컬하게 엮어가는 역량이 발군이다. 게다가 작가 자신의 경험을 살린 햄버거 가게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라든가 그들의 관계 및 심리 묘사도 세련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생활감 넘치는 일상의 묘사 속에 ‘유령’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전혀 무리 없이 섞어 넣는 센스는 도저히 신인의 그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유쾌한 대사들을 주고받으며 진행되어가는 작품이지만, 작가의 이야기솜씨는 결코 독자를 웃기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령이 고향을 찾아갔다가 가족들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는 부분이라든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절감하고 외로움을 느낄 때,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산 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이승을 떠나는 장면의 묘사에서는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툭 떨어질 정도로 가슴이 저려온다. 또한, 유령 녀석의 존재로 인해 산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씩 발전적으로 변해가고, 불행하게 죽어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유령들이 편안히 저승으로 향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놀라운 사실은 이제 막 데뷔한 작가가 작품의 문체를 전혀 변화시키지 않은 채로 이 모든 감정의 기복을 자유자재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과연 권위 있는 문학상의 우수상 수상자로서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라 하겠다. 이처럼 <보너스 트랙>은 작품이 단순히 우스운 유령과 가벼운 말재간만을 앞세운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유령은 이승에도 저승에도 속하지 못한 어정쩡한 ‘경계’ 상의 존재이다. 이쪽 세계에도 저쪽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이른바 주변인(Marginal Man)적인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주변인(周邊人)’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꺼림칙한 느낌은 이 작품에서 배제되어 있다. 오히려 양쪽 세계의 속박에서 완전히 ‘해방’된 자유로운 존재라는,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가 작품 전반에 걸쳐 부각되어 있다. 그 해방된 존재가 현실에 찌들어 톱니바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운 일상에 조그맣지만 의미심장한 변화들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였던 강철과 같은 견고한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가 바로 현실세계에서는 별 볼일 없이 생각되었던 주변적 존재라는 설정-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이 바로 <보너스 트랙(Bonus Track)>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