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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보이는 거리
최계옥
실천문학사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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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구회별 009
일과 037
부유층 065
편의점이 보이는 거리 093
중력의 소실 123
은벚나무 155
벌레의 눈 181
빨강 207

해설 김나정 231
작가의 말 249

저자 소개 1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200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과 2025년 강원문화재단 전문예술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128*188*20mm
ISBN13
9788939231917

출판사 리뷰

가난의 세밀화, 그늘진 삶의 기록

1. 가난의 세밀화: 그늘진 삶을 가시화하는 윤리적 실천
최계옥의 첫 소설집 『편의점이 보이는 거리』는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초상화와 사회상을 담아내는 풍경화를 동시에 그려낸다. 평론가 김나정은 이 소설집이 "보이게 만드는 것, 들리게 만드는 것"이라는 문학의 윤리적 실천에 닿아 있다고 평한다. 작가는 생계가 흔들리는 자영업자, 소외된 노인과 아이, 도시 난민들의 삶을 뭉뚱그려 보여주는 대신, 냄새와 소음, 벌레와 곰팡이가 들끓는 생생한 감각적 재현을 통해 ‘가난의 세밀화’를 완성한다.

2. 머물 곳 없이 떠도는 삶, ‘부유층(浮遊層)’의 공간
이 소설집은 가난이 어떻게 공간을 점유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록작의 무대는 쪽방촌(「일과」), 임대 아파트(「은벚나무」), 옥탑방(「부유층」), 지하 단칸방(「구회별」) 등 주거 기준 미달의 열악한 환경들이다.
특히 「부유층」은 집 없이 떠도는 자본주의 사회의 난민들을 조명하며, 이사의 연쇄가 누군가를 쫓아내야만 유지되는 비정한 구조를 폭로한다. 「일과」 속 노부부의 하루는 경제적 빈곤이 어떻게 윤리적 궁핍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며,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리꽂히는 삶의 막막함을 형상화한다.

3. 물질적 가난을 넘어선 실존의 궁핍
가난은 단순히 물질적 결핍에 그치지 않고 관계를 망가뜨리며 영혼을 갉아먹는다. 「벌레의 눈」과 「빨강」은 아이의 시선을 통해 빈곤의 대물림이 낳는 운명 주의와 무력감을 잔혹 동화의 형식으로 그려낸다. 미래를 꿈꾸기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나태해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다. 「중력의 소실」 등에서 보여주듯, 최선을 다해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와 거대한 경제적 중력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다. 작가는 가난에 들러붙은 '게으름'이라는 낙인을 걷어내고,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될 수 없는 가난의 내력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4. 헐거운 안전망 속의 흔들리는 가족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잃은 노인과 아이, 병자는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힌다.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비빌 언덕은 오직 가족뿐이지만, 그 가족마저 경제적 결핍 앞에 위태롭게 흔들린다. 작가는 성기고 낡은 우리 사회의 노동과 복지의 그물을 이들의 처절한 삶을 통해 폭로하며,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증언을 기록한다.

5. 알아차림, 감지(感知)의 윤리학
표제작 「편의점이 보이는 거리」는 상처가 상처를 알아보는 순간을 포착한다. 화자인 여자가 편의점 유리 너머 방치된 아이의 상처에서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발견하고 감싸 안는 과정은 새로운 관계 맺기의 출발점이 된다. 타인의 슬픔을 알아차리는 ‘감지의 실천’은 "너는 곧 나"라는 윤리적 각성으로 이어진다.
최계옥은 가난을 죽음처럼 두려워하며 외면해온 도시의 그늘을 가시화하고 가청화한다. 캄캄한 삶의 말미에 배치된 별, 눈, 배꽃, 은벚나무는 비록 찰나적일지라도 돈 없이 누릴 수 있는 기묘한 위로를 건넨다. 이 소설집은 혐오와 공허한 연민을 넘어, 먼저 보고 들어야 한다는 알아차림의 미학을 통해 우리 시대의 통증을 함께 앓으며 긴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말

글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재미를 위해 함부로 죽이지 말고, 함부로 병들게 하지 말고, 함부로 곤궁하게 만들지 말라고. 책으로 엮인 나의 글을 다시 살펴보니 누군가를 죽이거나 병들게 하거나 곤궁한 형편에 빠지게 하였다. 게으르고 무딘 손끝으로 한밤에 스탠드 밑에서 사부작사부작.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또한,

오래전에 그렸던 소설 속의 장면들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될 때, 긴 세월의 간극에도 그 변함없는 모습에 나는 놀라곤 한다.

저류인가?
폭풍우가 불어도, 해가 쨍쨍 내리쬐어도 언제나 어둡고 고요한 바다의 밑바닥. 그래서 세상이 잊고 있는가. 저류의 삶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던져 끌어올리듯, 나는 계속 길어 올리고 싶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깊고 고요하게 잠긴 인생들을. 매섭게 필력을 갈고 닦아 두레박을 더 넓고 견고하게 다듬겠다. 그래서 밑바닥에 가라앉은 목소리뿐 아니라 바람에 날려 온 꽃잎도, 물에 비친 밤하늘의 달과 멀리 날아가는 새 그림자도 함께 길어 올리고 싶다.

진정한 작가의 삶을 온 생애를 통해 직접 보여 주시는 이순원 선생님, 늘 존경하고 감사드립니다.
함께 공부했던 오랜 친구들에게도 모처럼 안부를 전합니다. 제멋대로 수신기를 꺼버리고 멀리 떠나 버린 친구들도 모두 그곳에서 평안하길.

실체 없는 사랑의 증명. 동섭. 재덕. 재윤.
그대들이 있어 내 삶은 아름답고 신비로웠다고.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사랑과 축복을 지면을 빌어 꼭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책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평

최계옥의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이 소설집의 표제작 「편의점이 보이는 거리」의 주인공처럼, 세상을 비추는 거울 같은 통유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저편, 그 어두운 그림자를 들여다보게 한다. 사람이 가난해지면 무엇을 바랄까. 당장 필요한 돈과 물건이겠지만, 그보다 절실한 것은 가망 없는 행운이라는 이름의 ‘요행’일지도 모른다. 쪽방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 「일과」가 그렇고, 확률적으로 결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복권을 사서 긁는 「은벚나무」도 그러한데, 다만 「은벚나무」 속의 인물은 그 욕망을 한층 더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들은 끝내 허망만 안은 채 부서지고 만다.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이 현실이 작가의 실제 삶이 아닐까 싶을 만큼 조마조마해지고, 저절로 한숨을 내쉬게 된다. 우리의 삶을 놀라울 만큼 핍진하게 재현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최계옥의 이번 소설집은 인물들과 경쟁하듯 빠르게 읽히며, 수시로 밑줄을 긋고 싶게 만든다. 이야기와 문장이 함께 빛난다는 점, 바로 그것이 최계옥 소설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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