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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1부 | 아무도 모르는 바깥의 유령아청소 시간이건 영화가 아니야오버타임우리가 좀비가 아니라고?비가 질문을 들을 때광장에서2부 | 내일은 더 산산조각으로내가 간절해지면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심해어엄마의 독서법염소의 눈마주침다락방 친구나는 끝내 듣고 말았다3부 | 빛나는 것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어요기다리는 사람무화과 익는 정원류와 앵두동거뭉개지는 사람두더지 따라 하기별이 목에 걸려서재개발4부 | 이번에 내가 유령물과구름 유발자눈오리가모장모르는 소녀들의 이름광주천구름집탐험 일지5부 | 심장에 박힌 작은 초록창문을 닫은 이유나는 줄 밖에 있었다웃는 사람불씨금이 간 접시의 마음겨울, 버찌지구가 버티는 한6부 | 구름 그림자 아래서 너를 기다릴게소화불량의 문명들단성생식9언어를 가진 적이 없다해설 | 번역 불가능한 체온의 문장 | 최진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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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를 나와 다시 지하일지라도”세상의 가장자리에 머무는 소녀들이 시집에는 낮고 좁고 깊은 공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하상가, 술집 구석, 구덩이, 심해, 매립지 등 주로 약자로 칭해지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서 시인이 발견한 것은 ‘소녀’의 모습을 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울음 속에 우리들은 서로를 안고 여자 아닌 소녀로 멈추기를 기도”(「우리가 좀비가 아니라고?」)하는 존재이자, 광장에 모여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서로에게 휴지를 건네는(「나는 줄 밖에 있었다」) 다정의 주체이다.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억압, 폭행과 책임은 이 시집에서 일종의 ‘지층’처럼 쌓여 공간의 압력으로 형상화된다. 쌓이고 눌린 세계에서 이들은 부서진 신체와 파괴된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며 겨우 존재한다. 시인은 무심히 지나칠 법한 그곳에 바람을 불어 모래를 걷어내고, 물이 빠지고 드러난 자리에 남은 흔적을 시라는 언어로 건져올린다. “아무런 언어도 갖지 못한 사람처럼”언어가 실패한 자리, 온기의 형식들송하얀의 시에서 감정은 추상이 아니라 물성이다. 심장은 갈라지고, 박히고, 녹는다. 마음은 설명되지 않고 신체의 이미지로 치환된다. 최진석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언어가 실패한 자리에서 가장 정확한 감각을 찾는다”라고 썼다. 송하얀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해 몸의 이미지와 공간의 압력으로 정서를 구축한다. 이 시집에서 말보다 오래 남는 것은 감각이다.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는 부서진 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여 원상복구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붕괴 이후에도 계속되는 감각의 연대에 관한 기록이다. 비록 조각나버렸을지라도 부서진 조각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탱하며 세계를 유지하는지, 나약한 개인이 ‘우리’가 되었을 때 발산하는 온기를 독자의 심장에 각인시키는 시집이다. 나는 그 곁에서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그들이 잃지 않기를그 온기가 쉽게 꺼지지 않기를 나는 천막이 되고이불이 되고작은 바람막이가 되고 나는 조용히,그리고 멀리소녀들 곁에 있었다_「나는 줄 밖에 있었다」시인의 말나의 타투이스트와 나는바늘로, 언어로.피와 잉크가 섞이는 냄새 속에서각자의 방식으로. 그녀의 손이 내 팔을 따라 움직인다.밑그림의 선이 살을 따라 열린다.고통은 문장의 윤곽이 된다. 코끼리, 두 눈, 재규어몸이라는 문자. 나는 고개를 숙이고,그녀는 숨을 고른다.기계가 멎고,방안이 천천히 기운다.문장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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