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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눈이 와서서쪽주황발무덤새기수급고독원앵두의 길수선화를 묻다비유적 분류발광1월자정(子正)직박구리들토마토 혹은 지금고장난 시계 사이로 내려가는 계단지렁이들나의 앤티크 숍 마리엔느제2부일요일은 오지 않는다기억만약 네가 나에게 칼 한자루를 준다면풍선들걸어가는 사람개미불립(不立) 혹은 불면(不眠)닭죽을 먹는 동안유쾌한 발상Na, na나날은 강물이 되비추는 파장처럼 둥글게 번지고 봇도랑에는 막 도착한 도롱뇽 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시인 k의 하루혈압약을 먹고 아침을 먹을까 아침을 먹고 혈압약을 먹을까몽중(夢中)재회제3부눈꺼풀 속의 뽀르뚜갈전율하는 도시의 9층 유리 안에서돌들의 다다이즘 1직전만찬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나는 그녀를 마마라 부르고유리, 뒤에스토니아인 대천사의 장난불광(佛光)습(習)입자들임제가 없다바위영옥이라는 이름으로제4부고양이장미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정선 아우라지다문(多聞)누군가 이끼 낀 담벼락에 기대 흐느끼고 있었다우중산책(雨中散策)십정동(十井洞)돌들의 다다이즘 2너는 말한다쏘가리라는 이름의 틀뢴참 고요하시다새재그가 지나갔다해설|김수이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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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벌써 도착했다구요?”없는 당신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 쓰는 시칠순을 넘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달한 상상력과 실험적인 어법이 도드라지는 이경림의 시는 ‘유쾌한 발상’과 같다. 시인은 때로는 유머와 위트가 섞인 거침없는 입담으로 “위태롭고 안온해서 아름다운”(「눈이 와서」) ‘지금-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과 서로 사랑하는 일을 이야기한다.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 ‘삶’은 대체 무엇인가.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시인은 “엑스트라 배우만도 못한”(「에스토니아인 대천사의 장난」) 생을 감싸안는다. 그것은 곧 ‘시’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질긴 삶 속에서 오랫동안 붙들어온 질문,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고뇌와 번민이 가득한, “어지러운 생각들이 잡고 가는 컴컴하고 기다란 길”(「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불립(不立)과 불면(不眠)의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이경림의 시가 오랫동안 붙들어온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삶은 진창에서 뒹구는 지렁이와 다를 바 없고, 우리는 “천지에 널린 고독 사이를 흘러다니”(「기수급고독원」)며 고독해진다. 시인은 묻는다. “아아, 그때, 우리/이목구비는 계셨습니까?/주둥이도 똥구멍도 계셨습니까?”(「지렁이들」)시인은 “하고많은 목숨의 윤곽들이 거짓처럼 지워져도 그 울음만은 지우지 못하는 비밀”(「발광」)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울음뿐이었던 한생을 기억해”내고 “내용도 없이 미친 이 사랑”(「습(習)」)에 기대어 비로소 존재하고 살아가고 사랑할 힘을 얻는다. 결국 살아간다는 건, 질기고 긴 수천갈래 길 위에서 존재의 근원을 찾아 ‘무지공처(無地空處)’를 떠도는 일, 무수히 많은 나와 네가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며 함께 존재하고 사랑하는 일, 그러다 문득 ‘급! 고독(孤獨/高獨)’을 맞닥뜨리는 빛나는 순간이 찾아오는 일임을, 이 시집은 다채로운 목소리를 통해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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