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관찰자이며 사진사이다. 그는 일생 두리번거리며 자신 앞에 펼쳐진 세계를 자신만의 눈으로, 자신만의 기억으로, 자신만의 감성으로 들여다보고 글로 찍는 사람이다. 시 한 편에서 우리는 세계를 보는 시인만의 눈을 볼 수 있고, 그만의 감성을 볼 수 있다. 박등의 시는 진솔하고 따뜻하다. 그는 과장하거나 수식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돌아보면 잡힐 듯 보이는 것, 자신 속에 꽁꽁 숨어 있다가 어느새 자신이 되어버린 것들을 가만히 호명해 보다가 현재로 데려다 놓고 곰곰 그려 보이는 시인이다. 그것들은 사실 지나온 길이지만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길의 출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시간이라는 안개로 아득히 가려 있지만 잡힐 듯 어른거리는 그 너머가 보인다. 현실 같기도 가상 같기도 한 그곳을 그녀는 헤네랄리페 정원이라 호명한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어디 하나 발붙일 곳 없는 마음과 마주하게 되는 날 그녀는 〈헤네랄리페 정원〉을 찾아간다. 그날은 비가 내려도 좋으리라. 그곳이 어디냐고 묻지 말자. 그곳이 현실 속이든 꿈속이든 무슨 상관인가. 아무도 몰라서 흐뭇하고 아무도 몰라서 두근거리는 그녀만의 정원이 있다는데! 우리는 비밀스러워서 아름답고 비밀스러워서 슬프고 비밀스러워서 두근거리는 정원의 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 속에서 길을 잃든, 잘생긴 왕자를 만나든 아방궁이라도 짓고 한 백년 살든 각자의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