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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범
2. 생고무 사나이 3. 체리 4. 뿔 5. 환상실 6. 먼지의 날 7. 가루 8. 미결 9. 이상한 행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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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어디 먼 여행이라도 다녀오는지 목이 헐렁한 스웨터에 구겨진 바바리코트 차림이었다. 화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떠돌던 바로 그 친구였다. 갑자기 황은 불심검문 하듯이 달려드는 질투심 때문에 초조해지고 말았다.
"어때? 작품은 잘 되구?" 신예 화가께서 물었다. "으응...... 시, 실은 그림은 뭐 그저 그래...... 먹구사느라고......" 맥없이 웃던 황은 명함을 꺼내며 웬일인지 몹시 부끄러웠기 때문에 손이 떨릴 정도로 당황했다. "광고 회사구나...... 어머니는 어떻게 건강하시고?" 옛 친구는 황의 명함을 보며 빠르게 지껄였다. 이상하게도 그는 마치 싸구려 아량이라도 베푸는 투로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황은 잔뜩 약이 올랐다. '아니, 네 까짓 게.' 황은 어머니의 대형 음식점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부심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뭐 부끄러울 것은 더더욱 없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돈이 많다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냐. 하지만 그런 심리의 바닥에는 절대로 수치심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즉, 예술가의 삶에 대한 열망과, 돈깨나 있지만 기껏해야 천민 부르주아지 아니냐는 자괴심을 동시에 모두 고집스레 자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갈등 요인일 수도 있는 이 두가지를 교묘히 번갈아 수긍하는 교활 내지는 곱절의 뻔뻔한 순환식 허영이었는지도 모른다. ---p.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