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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그랬으면 좋겠어 · 11 우주보다 큰 땀방울 · 12 알 것 같아요 · 14 비야 내일은 안 돼 · 16 엄마는 봄인가 봐 · 18 킁킁 아이 좋아 · 20 아, 알았다! · 21 남자의 눈물 · 23 왕이 되면 가는 별 · 24 초코 케이크가 좋아요 · 25 무릎 쟁탈전 · 27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 28 같이 살고 싶어요 · 29 꽃물 · 30 닭 다리가 네 개면 좋겠다 · 33 2부 펑~ 터지는 봄 · 37 아, 나랑도 놀자 · 38 엄마 언제 와? · 39 누가 똥 쌌어? 나야 나~ · 41 풍선이 된 돼지 · 42 까치와 까마귀 · 43 나도 화가야 · 44 쉿! 조용조용 · 46 옥수수 할아버지 · 48 고추잠자리와 할머니 · 51 안녕, 나는 맨드라미야 · 52 불이야! · 54 괜찮아, 해바라기 · 56 발맞춰 영차영차 · 58 꽁꽁 · 60 3부 사이 좋은 경기 · 64 어린 왕자 · 66 발도장 꾹 꾹 · 69 네 꿈은 뭐야? · 70 간식 · 73 엉덩이 사랑 · 74 요술 바구니 · 76 네 빛을 반짝여 봐 · 78 주워 온 왕자님 · 79 뚝딱 · 80 너도 친구 하자 · 83 방심 · 84 한반도 · 85 4부 사랑나무 · 88 나뭇잎 배 · 90 부드러운 경계 · 92 아빠 하느님 · 93 달고나 · 95 고집불통 매미 · 96 한밤의 술래잡기 · 98 구름커튼 · 101 바람의 대결 · 102 캥거루 가족 · 10 눈꽃 여행 · 106 봄 산타 · 108 아빠, 미안해요 · 110 학폭 · 111 사랑 · 113 작가 약력 동시 김찬옥 전북 부안 출생 1996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가끔은 몸살을 앓고 싶다』 『물의 지붕』 『벚꽃 고양이 웃음을 굽는 빵집』 수필집 『사랑이라면 그만큼의 거리에서』 디카시집 『물보라 은보라』 동시집 『안녕, 나는 맨드라미야』 826kco@hanmail.net 그림 박 인 〈화울〉 회원으로 그동안 수채화 전시회와 동시집 삽화에 참여했습니다. 따듯한 그림을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린 책으로 동시집 『뿌지직! 똥 탐험대』 『주사위의 달콤한 소망』 『반딧불이 도서관에는 요정이 산다』 『안녕, 나는 맨드라미야』가 있습니다. 표지디자인 최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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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과수원을 빠져나오자 동생 웃음소리에서 사과 냄새가 키득키득 --- 「우주보다 큰 땀방울」 중에서 후두둑 후두둑, 하얀 꽃을 털어내는 아카시아와 밤새도록 향기를 퍼 나르는 바람새 오월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 「알 것 같아요」 중에서 나는 오늘 밤에도 엄마의 강아지 킁킁 --- 「킁킁 아이 좋아」 중에서 꽃물이 없어질 때마다 엄마 생각도 같이 사라져 버리면 어쩌지 --- 「꽃물」 중에서 구둣발에 밟힐까 조심조심 발끝에 채일 듯 낮은 곳에 살아도 바닥을 환하게 밝히는 아주 고운 꽃 무덤 --- 「누가 똥 쌌어? 나야 나~」 중에서 혼자 마루에 앉아 생각 주머니에서 붓을 꺼냈다 하늘 도화지가 바다처럼 펼쳐졌다 --- 「나도 화가야」 중에서 감나무 높은 가지에서 빨간 벙어리장갑 같은 작은 손 두 개가 보일락 말락 --- 「쉿! 조용조용」 중에서 몇 알을 따 먹자 이빨 빠진 장난꾸러기 더 따 먹다 보니 어라, 왕 할아버지잖아 --- 「옥수수 할아버지」 중에서 바람이 사정없이 밀쳐도 방글방글 소나기가 회초리처럼 때려도 벙글벙글 --- 「괜찮아, 해바라기」 중에서 바오바브나무는 배가 절구통처럼 불룩해요 어린 왕자를 너무 오래 품어서일까요? --- 「어린 왕자」 중에서 서랍에서 몰래 꺼내 먹는 엄마의 잔소리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 「간식」 중에서 하늘엔 보이지 않는 건축가가 살아요 마음만 먹으면 어떤 집이든 뚝딱, 구름 건축가님! --- 「뚝딱」 중에서 엄마의 사랑 한 스푼이 불 위에서 녹아 보름달이 된다 --- 「달고나」 중에서 엄마, 내가 키운 나무에서 하트가 열렸어요 응, 그건 준호가 나무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기 때문이지 --- 「사랑나무」 중에서 우리가 걸어간 발자국들이 칸칸이 엮여 기차가 되었다 --- 「눈꽃 여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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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 시인의 동시집 『안녕, 나는 맨드라미야』는 “어린아이의 눈”이 얼마나 예민하게 세상을 읽는지 그리고 그 시선이 얼마나 따뜻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지 보여주는 시집이다. 이 동시집 안의 아이들은 사물을 설명하기보다 친구로 맞이한다. 바람은 굴렁쇠를 굴리고 숨바꼭질을 하며, 꽃과 나무는 옷을 갈아입고, 빗방울은 운동장에 모여 달리기를 한다. 그런 상상은 단순한 귀여움의 표현을 넘어 아이들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의 표현이다. 이 시집 속 화자인 아이는 세계를 대상화하지 않고, 먼저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인다.
또한, 이 아이는 모르는 세계 앞에서 겁먹기보다, 손을 내밀며 같이 놀자고 한다. 그 손짓이 작품 곳곳에서 반복된다. 이를테면 「그랬으면 좋겠어」에서 아이는 은행나무의 금관과 단풍나무의 붉은 치마를 서로 바꿔 입히자고 상상한다. 다름을 비교하거나 서열화하는 대신, 바꿔 입혀 보고 함께 웃는 쪽을 택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동심은 이렇게 세계를 교환 가능한 기쁨으로 바꾼다. 거기에는 어른들 세계의 증오와 배제는 들어설 수 없다. 이 시집 속 자연의 풍경은 단지 예쁜 배경에 그치지 않고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 첫 교과서가 된다. 「우주보다 큰 땀방울」에서 농부의 작은 땀방울은 사과를 키우고, 그 사과 냄새는 동생의 웃음소리로 번져 결국 “하늘우주가 번쩍”이는 감각으로 확장된다. 노동의 가치, 생명의 순환, 기쁨의 전염이 한 편의 짧은 시 안에서 연결된다. 세계의 크기는 멀리 있지 않다. 사소한 땀방울이 우주보다 커질 수 있다는 감각이 아이의 마음을 키운다. 또 다른 작품 「알 것 같아요」는 아이의 시선이 예쁜 것만을 좇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언덕 꼭대기 달동네, 자동차가 못 올라오는 길, 눈이 오면 연탄재를 뿌려야 걷는 길. 시는 그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는 그곳을 불쌍함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오월의 아카시아 향기가 골목마다 “달빛 카펫”을 펼치고, 향기는 아기 머리맡과 사춘기 누나의 거울 옆, 시장의 생선 소쿠리, 새벽 청소하러 나가는 아빠를 따라다닌다. 심지어 구급차와 산소 호흡기 낀 욕쟁이 할머니에게도 향기가 닿는다. 아이는 마을의 여러 생을 한꺼번에 품어 본다. 그래서 “오월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시집이 아이들에게 건네는 세계 이해의 방식은 이런 것이다. 현실의 모서리를 지우지 않되, 그 속에서도 서로를 덮는 따뜻한 공기를 발견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걱정은 이 시집의 또 다른 정서적 중심축이다. 엄마는 자주 계절이나 온기로 형상화된다. 「엄마는 봄인가 봐」에서 엄마의 입술은 언 마음을 호호 불어 고드름 같은 화를 녹이고, “연둣빛 고운 말”이 고개를 내민다. 아이에게 엄마는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세계의 기후를 바꾸는 존재다. 「킁킁 아이 좋아」에서 아이는 꽃향기보다 더 강한 냄새가 있다고 말한다. 그 냄새는 설명할 수 없지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식의 감각이다. 사랑은 거창한 교훈으로 기록되기보다는 이런 감각의 기억으로 저장된다. 이 동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안녕, 나는 맨드라미야」는 개성의 문제를 아주 경쾌하게 다룬다. 맨드라미는 헤어스타일이 요란하다고 스스로 말하며, 자기다움을 지키는 일과, 그 자기다움이 인정받는 세계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한 편의 동시 안에 담겨 있다. 아이에게 너답게 살아, 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맨드라미처럼, 밖으로 나갈 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시는 아이의 눈높이로 보여준다. 『안녕, 나는 맨드라미야』는 아이들에게 세상이 늘 예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그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의 말투로, 놀이의 리듬으로, 자연의 이미지로 현실을 감싸안게 한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걱정으로도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타인의 슬픔이 내 마음에 촉촉한 눈으로 스며드는 순간이 있음을 말해준다. 동심은 감수성의 원형이다. 이 시집은 그 원형을 망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 안에 오래 남도록 길러 준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눈과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을 함께 키워 주는 이 동시집을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어린이를 키우는 어른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바람이 띄우는 초대장 나는 꿈을 나르는 바람이에요. 잠시도 어두운 구석에 갇혀있기를 싫어하지요. 햇빛 사이를 뒹굴며 굴렁쇠 놀이를 하거나, 때로는 나무 사이를 뱅뱅 돌며 숨바꼭질도 하지요. 어디든 기웃거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닫혀 있는 문을 열어주기 위한 신호랍니다. 특히 생명이 있는 곳을 찾을 때면, 난 너무 신이 나요. 내 몸은 투명해 그들은 나를 알아볼 수 없으나, 내가 머문 자리엔 꼭 흔적을 남겨두고 떠나오지요. 세상 곳곳을 돌며 색다른 것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겠어요. 난 투명한 몸이지만 갖가지 색을 낼 줄 알아요. 나무에 숨어들면 초록 매미가 되고 개나리꽃 덤불 속에 들면 노란 참새가 되기도 한답니다. 하얗게 눈 덮인 마을에 들려 눈꽃 그물을 풀고 왔더니 손이 시려요. 엄마의 따뜻한 입김이 필요해요.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가면 꽃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겠지요. 우리 같이 소풍을 떠나볼까요? 내 날개엔 투명한 눈이 있어 친구들이 아직 보지 못한 세상도 보여줄 수 있거든요. 내 입으로 길게 말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보는 것이 더 좋겠지요. 친구들에게 보낼 초대장을 의좋은 개미들이 영차영차 맨드라미 꽃방으로 다 옮겨놓았어요. 초대의 기본인 꽃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현준 현우 지호 지훈에게도 맨드라미꽃 친구를 소개해도 될까요? “안녕, 나는 맨드라미야.” 2026년 3월 김찬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