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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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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가 세상에 나온 바로 이 순간, 그와 동시에 태어난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 어떤 생명체는 자신을 둘로 쪼개어 번식하고, 어떤 생명체는 수정되지 않은 알을 물속에 흩뿌려 정자가 우연히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또 어떤 생명체는 알껍데기를 뚫고 나오는 작은 머리를 바라보고 또 다른 생명체는 등껍질이나 울음주머니 속에서 새끼가 꿈틀거리는 걸 느낀다. 어떤 생명체는 극도로 좁은 산도를 통해 새끼를 밀어낸다. 우리는 모두 생명의 나무 끝자락에서, 저마다 다른 가지를 뻗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한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 35억 년 전, 최초의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인간이든, 아메바든, 섬유세닐말미잘이든, 하이에나든, 참솜깃오리든, 캥거루든. 우리는 모두 후손을 남길 만큼 충분히 오래 살아남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보다 앞선 생명체들은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 경이로운 번식의 다양한 형태를 마주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에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수많은 놀라운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다.
---p.13 참솜깃오리는 4주 동안 거의 꼼짝하지 않고 둥지에서 알을 품는다. 알 속의 배아가 차가운 바닷바람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은 먹이를 찾으러 둥지를 떠날 수 없다. 참솜깃오리 암컷은 물을 마시기 위해 아주 잠시 둥지를 비울 뿐, 굶주림과 추위를 참고 견딘다. 왜냐하면 곧 새끼들이 작은 부리 끝에 임시로 달린 난치로 알껍데기를 깨고 솜털 가득한 작은 머리를 내밀 때가 오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오면 그녀는 새끼들을 물가로 데려가야 한다. 알이 마침내 부화할 즈음이면 어미는 체중이 40퍼센트 가까이 줄어든다. 그 시간 내내 어미 참솜깃오리는 고민을 할 것이다. 지금처럼 둥지에 남아 굶주리며 새끼들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먹이를 찾아 떠날 것인지. 살아남아야 내년에도 새끼들을 기를 수 있으니 말이다. ---p.56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도 메스꺼움을 느낄까? 임신한 어미 기니피그가 굴 속에 누워 신선한 풀잎만을 간절히 바라면 누군가 암컷을 위해 그것을 가져다주기도 할까? 임신과 관련된 구토가 문서로 기록된 대상은 인간이 유일하다. 다른 동물에서 보고된 사례는 주로 식습관 변화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개는 임신 9주 중 3~5주 차에 식욕이 현저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육된 붉은털원숭이는 임신 23주 중 3~5주 차에 식욕이 줄어들며 이는 인간의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와 유사한 생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침팬지의 경우, 사육된 개체에서 입덧과 유사한 증상이 단 한 번 문서화된 적 있으나 (이 종은 상당히 많이 연구된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연구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종들조차 겪지 않는 심한 구토와 메스꺼움을 우리만 겪는 걸까? 77~78쪽 자신의 자식이 없는 거미 ‘이모’들은 일반적인 이모와는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을 먹어 치우는 새끼 거미들과 훨씬 더 가까운 유전적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인간 사회에서 이모나 삼촌이 조카와 맺는 관계보다도 더욱 밀접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프리카사회성거미는 높은 수준의 근친교배를 하며 형제자매끼리 대대로 교미를 한다. 만약 이모들이 교미하지 못해 정자를 얻지 못하면 그 밖에 다른 수컷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가서 기회를 노릴 수도 없다. 그들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부화하는 새끼들(설사 그 새끼들이 자신의 자식이 아니더라도)을 돌보는 것이다. 이 거미들이 마치 무조건적인 이타주의자들처럼 누가 부모인지에 관계없이 새끼 거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진화의 다음 단계에서 자신의 유전형질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여서일지도 모른다. 81~82쪽 기니피그는 아주 작고 네 발로 걷는 데 비해 인간은 크고 두 발로 걷는다는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골격 구조는 매우 비슷하다. 거의 같은 위치에 비슷한 뼈를 가지고 있으며 갈비뼈, 어깨뼈, 척추 그리고 골반을 갖고 있다. 골반은 모든 네발로 걷는 공통 조상에서 진화해 나온 구조로, 척추와 뒷다리를 연 결하는 뼈들의 집합이다. 기니피그 암컷의 골반 지름은 임신 전과 임신 초기에는 약 11밀리미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갓 태어난 기니피그 새끼의 머리 지름은 20밀리미터로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새끼가 태어나려면 골반이 변화해야 한다. 새끼가 골반의 고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니피그의 골반뼈는 앞쪽에서 만나는데 이 부분을 치골결합이라고 하며 연골 원 반이 채우고 있다. 또한 양쪽 뼈는 인대로 이어져 치골결합을 지탱한다. 임신이 진행되는 동안 기니피그의 골반은 바로 이 부분이 늘어나면서 최대 23밀리미터까지 확장된다. 기니피그의 골반을 확장시키는 호르몬은 우리 인간과 동일하다. 하지만 내 골반의 치골결합은 몇 밀리미터만 벌어져도 고통을 동반하는 반면, 기니피그의 골반은 두 배 가까이 확장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새끼들은 태어날 수 없다. ---p.95 나일악어가 알을 품는 기간은 땅의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어미는 둥지를 적당한 깊이로 파야 한다. 너무 차가우면 새끼들이 죽고 너무 뜨거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순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장소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악어 새끼들의 성별 역시 온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일악어의 알은 약간 더운 곳이나 약간 추운 곳에서는 암컷으로 온도가 중간 정도일 때는 수컷으로 자란다. 엄마가 자신의 새끼들 중 일부는 수컷, 일부는 암컷이 되기를 바란다면(그래야 유전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알을 층층이 묻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가장 깊은 곳에 묻힌 알은 암컷이 되고 중간 깊이의 알은 수컷이 되며 가장 윗부분의 알은 날씨가 매우 더울 경우 암컷이 될 수 있다. 135~136쪽 뱃속 태아에게 말을 거는 생물은 인간만이 아니다. 가장 흔한 돌고래종인 큰돌고래는 인간보다 더 오래, 거의 1년 가까이 임신 상태를 유지한다. 큰돌고래는 자신만의 고유한 신호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소리를 이용해 무리 내 다른 돌고래들과 소통한다. 저마다 “나 여기 있어!” 하고 자신만의 신호를 외치면 다른 돌고래들은 이에 응답하는 식이다. 각각의 돌고래는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소리를 만들어낸다. 새끼 돌고래도 자신만의 고유한 신호음을 스스로 결정하며 어미의 소리를 따라 하지 않는다. 대신 무리 속의 다른 돌고래들의 소리를 흉내 내면서, 무리 안에서 다른 개체들과 구별될 수 있는 자신만의 ‘이름’을 만들어낸다. 새끼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부터 돌고래 어미는 자신의 고유한 소리를 자주 들려준다. 아마도 새끼에게 자신의 신호음을 미리 학습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출생 후 어미가 부르면 곧장 어미에게 헤엄쳐 와야 하기 때문이다. 새끼 돌고래는 금방 수영을 잘하게 되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되므로, 부르면 돌아오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혹여 다른 개체의 소리를 어미 돌고래의 소리로 혼동할 경우 길을 잃거나 위험해질 수도 있다. 252~253쪽 황제전갈은 인간만큼이나 오랫동안 새끼들을 품으며, 이제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황제전갈 암컷은 한 번에 최대 32마리의 새끼를 품을 수 있는데 인간과 달리 황제전갈 암 컷의 뼈대는 몸 바깥에 있다. 단단한 외골격이 몸의 바깥을 덮고 있어서 외부 위험으로부터 황제전갈을 지켜주지만, 동시에 외골격은 몸 안에 새끼를 품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출산이 가까워진 지금 황제전갈 암컷의 모습은 억지로 몸을 부풀려 놓은 것처럼 보인다. 외골격 조각들이 벌어질 대로 벌어져서 이제는 서로 겹치지도 않고 원래는 맞물려 있던 틈 사이가 완전히 드러나 암컷은 무방비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움직임은 점점 느려지고, 예전만큼 힘도 내지 못한다. ---p.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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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들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인간부터 피파개구리까지, 종의 탄생을 둘러싼 경이로운 이야기 우리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그리고 생명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40주 이야기』는 이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약 40주라는 시간에 걸쳐 세상에 태어난다. 이 책은 그 시간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생생하게 따라가며, 태아의 성장 과정과 임신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입덧의 메스꺼움과 구토, 태동, 호르몬 변화, 진통과 출산에 이르기까지 임신이라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단순한 임신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임신 과정을 지나며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한다. “진화란 대체 무엇인가?” 임신은 단순히 태아가 자라는 시간이 아니라, 생물학적·진화적 과제가 치밀하게 해결되는 과정이다. 출산이 가까워지면 여성의 골반 인대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느슨해지고 벌어지는데, 이는 출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선택해온 진화적 적응의 결과다. 그렇다면 인간의 이러한 번식 전략은 다른 생물종의 방식과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 임신에서 출발한 이 책의 이야기는 곧 인류의 탄생을 넘어, 지구상의 생명들이 이어온 수억 년의 역사로 확장된다. 지구상의 다른 생명들은 어떻게 탄생할까?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수억 년을 관통하는 이야기 자연계의 생명들은 각자의 환경에 맞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태어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개구리는 연못에 알을 낳고 수컷이 그 위에 정자를 뿌리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하지만 물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피파개구리는 전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알과 올챙이가 말라 죽지 않도록 새끼들이 작은 개구리로 자랄 때까지 어미의 등에 품고 다니며 보호하는 것이다. 또한 해마는 암컷이 아닌 수컷이 임신을 하여 새끼를 낳고, 나일악어의 새끼는 알이 묻혀 있는 모래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날개의 길이가 3미터가 넘는 알바트로스는 무려 11주 동안이나 알을 품어야 하며, 문어는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돌보다가 생을 마감한다. 이처럼 『40주 이야기』는 조류, 어류, 포유류,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종의 번식 방식을 소개하며, 생명이 탄생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보여준다. 자연의 번식 전략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왜 어떤 생물은 알을 낳기만 하고 품지 않는 걸까? 왜 어떤 동물은 정해진 시기에만 번식으로 하고 남은 생을 자식이나 손주를 돌보며 살아가며, 어떤 동물은 평생 번식을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걸까? 과연 인간이 아닌 동물도 입덧을 하는 걸까? 그들도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이해하는 걸까? 새끼에게 몸속 영양분을 모두 제공하고 죽어버리는 동물들은 과연 모성애를 느낄까? 저자는 이런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임신과 출산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생명의 탄생을 이해하는 가장 흥미로운 시선 『40주 이야기』는 인간의 임신 40주를 따라가며 다양한 생명체의 탄생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어낸 과학 에세이다. 저자는 개인적인 임신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생명의 탄생 장면들을 생생하게 연결해 보여준다. 진화가 빚어낸 생물학적 특성들 속에서 우리는 인간만의 독특한 차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모든 생명을 잇는 놀라운 유사성을 마주하기도 한다. 각자의 환경에 맞춰 생존 전략을 구축해온 탄생의 역사를 읽다 보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넘어 생명의 신비로움에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