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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바다: 생명의 탄생과 자연선택
2장 플랑크톤과 바다 숲 3장 뼈대없는 동물의 위협, 그리고 반전 4장 대형해양동물 5장 조간대와 하구 6장 천혜의 자원: 갯벌 7장 조하대와 심해 8장 우주보다 먼 곳: 남극 9장 해양식량과 에너지 10장 해양의 오염 11장 기후변화 12장 해양산성화 13장 변화하는 해양환경과 우리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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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정한 나름의 원칙이 있습니다. 교양수업이든 전공수업이든 강의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강의 중에 졸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 강의에 문제가 있다고 알아차리고 화제를 전환합니다. 덕분인지 영광스럽게 학생이 뽑은 좋은 강의상을 3번이나 받았습니다. 독자분들의 눈을 직접 마주할 수 없기에 재미있게 읽고 있는지 알 턱이 없지만, 부디 이 책의 재미에 푹 빠지는 마법이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경치 좋은 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도 잦고, 수산물 소비 역시 많은 편입니다. 바다를 주제로 한 시와 노래가 유독 많은 것 또한, 우리가 그만큼 바다를 사랑해 왔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외부 강연을 다니다 보면 지구 표면의 약 70%가 바다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바다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을 비롯한 생산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현재 겪고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대기 중 열량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이처럼 소중한 바다를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 삶에 어떤 문제로 되돌아올지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수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다 역시 우리의 시야 밖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해양학을 바탕으로 바다 생물을 연구하고 공부해 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알고 싶은 것은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속세를 떠나 절이나 암자에서 오랜 수행에 정진하듯, 깨달음에 이른 뒤에는 다시 사회로 돌아와 그 깨달음을 나누는 ‘회향(回向)’의 과정을 거칩니다. 저의 학문적 성취가 그러한 회향에 이를 만큼의 깨달음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때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면, 지구 환경의 문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바다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조차 의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만이라도 전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현재 직면한 기후와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작은 씨앗이 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제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K-MOOC 강의 <바다의 불편한 진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어쩌다 보니 학교에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다소 무모할 만큼의 용기를 내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강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누구나(심지어 외국인까지) K-MOOC 온라인사이트(https://www.kmooc.kr/)에서 <바다의 불편한 진실>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지만,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현대의 수강자들이 이처럼 긴 강의를 끝까지 듣기에는 부담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또 다른 소통방식으로서, 내용을 차분히 따라갈 수 있는 텍스트 형태의 책(textbook)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자유아카데미 출판사에서 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덕택에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정작 학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의 만료 기간이 지나 책을 내게 됩니다. 실제 14주 온라인 강의를 다 채우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하여, 많은 분이 초청 강사로 나서 도와주셨습니다. 다만 그분들의 강의 내용까지 모두 소화해 책으로 정리하는 일은 제 능력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초청 강의의 상당 부분과, 제 강의 가운데서도 특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은 과감히 덜어내었습니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보다 풍부한 논의가 담긴 나머지 온라인 강의도 함께 찾아 들어 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의 1장은 생명이 탄생한 바다를 시작으로 해양생물학자 다윈과 그가 제안한 자연선택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2장은 지구상의 광합성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플랑크톤과 바다 숲의 위기에 대해 다룹니다. 3장은 큰 동물에 비해 관심이 적지만 지구상의 동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해양무척추동물 중 외래종의 위협과 우리가 유해 생물로 잘못 알고 있는 불가사리와 같은 핵심종의 중요성에 대해 다루어보았습니다. 4장은 지구의 상위 포식자이지만 상당수가 지 구에서 사라질 멸종위기에 처한 대형해양동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장까지는 분류군 중심이라면 이후 장들은 환경을 중심으로 풀어보았습니다. 5장은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조간대와 하구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6장은 조간대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습지인 갯벌과 그곳에 사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중에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 중 하나인 흰발농게를 주인공으로 다루었습니다. 7장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썰물에도 물에 잠겨있는 조하대와 심해에 관한 내용입니다. 8장은 우리가 가기 힘든 또 하나의 극한 환경인 남극을 다루었습니다. 9장은 날이 갈수록 우리에게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는 에너지와 식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0장은 기름이나 DDT와 같은 화학 오염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11장은 지금 세상의 이슈를 덮은 인공지능이 더 가속화시킬지 모르는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12장은 기후변화의 또 다른 위협인 해양산성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끝으로 13장은 요즘 가장 크게 주목받는 문제인 플라스틱 오염을 중심으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성찰해 보았습니다. 저는 해양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책의 제목이 『바다의 불편한 진실』이지만 제목만 보고 이 책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거나, 제가 이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과학자는 가설을 검증해서 진실에 좀 더 다가가고자 할 뿐이지 이것이 절대적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해양동물을 연구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인간을 이해하게 해주는 거울인 동시에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식탁에 오른 해산물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들이 제 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을 제공해 주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살아 있는 그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저와 닮은 행동을 보이거나 놀라운 능력을 지닌 모습에 공감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저는 허구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소설은 때때로 제게 중요한 영감을 줍니다. 엔디 위어Andy Weir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Project Hail Mary』에서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 박사가 외계 생명체 로키와 음정 신호를 통해 소통하는 장면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와는 다른 모습과 삶의 방식을 지녔지만, 공통의 조상을 공유하는 존재들과 교류하고 공감의 범위를 넓혀 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바다의 생물과 환경을 30년 가까이 연구하다 보니, 저와 제 연구실 학생들이 수행해 온 연구 결과가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새 적지 않게 쌓여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남들 모르게 혼자만 알고 있거나, 그 분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해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진정한 연구자의 즐거움은 자신의 연구가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이해를 얻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에는 다른 연구자들의 성과보다 제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얼마 전 세계 자연보전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제인 구달Jane Goodall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과거 한국에서 두 차례 선생님을 직접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22년 전, 제가 연구한 흰발농게에 관한 석사학위 논문을 선물로 드렸을 때, 답례로 침팬지와 함께한 사진이 담긴 엽서에 “Follow Your Heart.”라는 문구를 친필로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제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살아오다 보니, 어느덧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지구 환경을 함께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두 분께 요청했습니다. 한 분은 재미있는 동물행동학의 세계로 저를 이끌어주신 최재천 교수님이고, 또 한 분은 로봇에게까지 감성을 불어넣은 SF 소설로 요즘 젊은 층의 사랑을 받는 천선란 작가님입니다. 한 분은 저보다 20년을 먼저 사신 분이고, 또 한 분은 저보다 20년 젊은 분입니다. 그만큼 저와 지금 이 땅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었습니다. 지구 환경은 어느 한 세대가 아닌 우리 모두 아끼고 가꾸어야 하니까요.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분이 저에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저를 믿고 따라준 해양동물학연구실 식구들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용기를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끝으로 저에게 유전자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저와 유전자를 공유하지는 않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함께 살아오며 저의 유전자 절반을 지닌 준우와 선우의 어머니로서 헌신해 온, 사랑하는 아내 주현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인천의 하와이, 인하(仁荷)대학에서 2026년 3월 새 학기를 열며 김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