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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다시 묻다
이민용
모시는사람들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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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제1부 서구 불교학의 탄생과 전개

불교학 연구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성찰
1. 머리말
2. 불교학 연구의 발단
3. 학문적 위치와 해석의 차이
4. 또 다른 학문적 위치
5. 반성적 전환
6. 맺음말

서구 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1. 발제를 위한 서언
2. 서구 불교학의 발단과 배경
3. 인도 문헌학의 선구자들과 불교
4. 불교학의 개창자들
5. 불교를 대하는 서구의 두 태도
6. 책상 위의 상상력

서구의 열반 이해의 역사와 그 유형
1. 머리말
2. 불교 이해의 발단
3. 무(無)의 공포
4. 열반, 부정의 극치로서의 구원
5. 사고의 전환, 대승의 해석
6. 맺음말

티베트 불교 연구의 발주자
1. 인생은 나그네 길
2. 미지에로의 출발
3. 상글리라를 찾은 학자들
4. 언어의 달인들
5. 고행의 학문 수행자
6. 학문적 결실

제2부 서구불교의 현상과 변용

학문의 이종교배
1. 무엇을 위한 접목인가?
2. 긁어 부스럼의 학문
3. 불교는 학문만의 대상인가
4. 불교학은 종교적인가

서구 불교신행의 양태와 서구적 불교의 탄생
1. 머리말
2. 불교는 믿을만한 종교인가?
3. 누가 불자인가
4. 불교신자의 유형
5. 불교신자의 새로운 범주화
6. 새로운 불교 공동체

미국의 일본 불교 수용의 굴절
1. 머리말
2. 미국의 불교 이해의 태도
3. 미국에서의 일본 불교 신행의 발단
4. 미국의 일본 불교 수용의 태도
5. 헨리 올코트와 일본 불교의 백인성
6. 폴 카루스와 미국의 Zen(禪) 유행의 고리
7. 샤쿠 쇼엔과 동양 불교의 성립

섬 같은 불교, 피자 같은 불교
1. 부처가 없는 땅
2. 불교 신행의 발단
3. 미국 속의 불교의 양태
4. 섬 같은 불교, 피자 같은 불교

제3부 한국 근대불교와 불교학

불교의 근대적 전환
1. 한국 불교의 근대적 기점
2. 조선불교통사의 구조와 서술 방식
3. 맺음말

근대기 호교론으로서의 『백교회통』
1. 머리말
2. 『백교회통』의 구성
3. 인경상조(引經相照)의 서술 방식
4. 인용구에 나타난 불교교의학
5. 근대적 교상판석
6. 호교론의 변형
7. 전도서로서의 『백교회통』8. 맺음말

일제강점기 한국 근대 불교(학)의 전개
1. 한국 불교에서의 근대란 무엇인가?
2. 근대 한국 불교를 보는 시각
3. 진화론 수용과 한국 불교
4. 불교의 자기 인식과 불교학의 대두
5. 맺음말

한국종교의 근대적 각성
1. 머리말
2. 혼합성으로서의 문제
3. 불교적 시원성의 문제
4. 새로운 회상으로서의 불교 개혁론
5. 맺음말

불연 이기영(不然 李箕永)
1. 머리말
2. 파행의 한국 불교-이능화에서 이기영까지
3. 대체 불가능의 학자-라모트와 이기영
4. 책장 속의 불교와 현장의 불교
5. 문제의 학자, 교차점 위의 학자
6. 한국불교연구원과 이기영
7. 맺음말

외로운 나라, 왜곡된 한국
1. 머리말
2. 미국에서의 한국학의 발단
3. 한국학과 오리엔탈리즘
4. 한국문화 전통으로서의 불교(학)과 오리엔탈리즘
5. 맺음말

제4부 한국 불교와 종교에 대한 성찰

오늘의 교상판석(敎相判釋)은 어떻게 가능한가?
1. 불교에서의 학맥이란?
2. 종파/학파의 분화
3. 동아시아적 종합으로서의 화엄의 교판
4. 원측은 법상종의 아류인가? 화엄종의 선구자인가?
5. 맺음말

원측(圓測)사상
1. 문제의 고승, 원측
2. 원측 연구의 문제점
3. 교판해석의 문제
4. 완전한 이해와 완전치 못한 이해
5. 공·유의 문제6. 맺음말

동아시아적 화쟁(和諍)의 유형
1. 머리말
2. 화쟁이란 개념의 출현
3. 원측의 경우-선구적 제기
4. 무엇을 위한 종합인가-법장의 화엄의 특징
5. 원효의 종합-화쟁

불교와 성(性)
1. 머리말
2. 금기로서의 성-계율의 규제
3. 구원으로서의 성-깨달음의 방편

불교와 미래
1. 불교는 어떻게 서양에 전파되었는가?
2. 서구 불교인의 모습-파란 눈, 회색 장삼의 그들은 누구인가?
3. 신승의 출현-새로운 불교 공동체
4. 새로운 시대의 불교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이제 우리는 어떤 불교유신을 처방할 수 있는가?
1. 머리말
2. 과거의 부정, 과거의 긍정
3. 현장의 거부와 현장 의식의 재현
4. 전통의 거부와 정통으로의 복귀
5. 맺음말

함석헌의 울타리 벗기기
1. 머리말
2. 함석헌에 접근하는 길
3. 환원주의의 함정
4. 본질주의적 함정
5. 맺음말

불교에서 인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 머리말
2. 인권 개념은 보편적인가?
3. 불교는 인권을 필요로 하는가?
4. 인권 개념의 불교적 접근방식
5.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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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1941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였으며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동국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미주 한인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였다. 동국대학교 역경위원,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국제참여불교연대 실행위원, 영남대 국제교류원 교수, 동국대 객원교수, 한국불교연구원 원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아시아 불교사상사를 전공하였으며 서구 불교학의 탄생과 오리엔탈리즘, 한국 근대불교와 불교학 등에 관심을 기울여 왔고, 불교고전어와
1941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였으며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동국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미주 한인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였다. 동국대학교 역경위원,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국제참여불교연대 실행위원, 영남대 국제교류원 교수, 동국대 객원교수, 한국불교연구원 원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아시아 불교사상사를 전공하였으며 서구 불교학의 탄생과 오리엔탈리즘, 한국 근대불교와 불교학 등에 관심을 기울여 왔고, 불교고전어와 인도사상사 등을 강의하였다, 「불교학 연구의 문화배경에 대한 성찰」, 「미국 속의 불교와 불교의 미국화」, 「서구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등의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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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152*225*35mm
ISBN13
9791166292644

책 속으로

서구의 정치적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는 인문학 영역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언어·역사·종교 분야에서의 연구와 함께 지역 연구(Area Studies)에서 시작된 미주의 아시아 연구는 그 연구자들의 인적 구성과 그들의 성분 변화와 함께 연구 태도 역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대의 유럽·불교학계의 거목들인 푸생(La Vallee Poussin)이나 라모트(Etienne Lamotte)는 기독교인으로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연구를 진척시켰으나, 오늘날 현역의 북미주의 불교학자들은 대개가 대학생 시절에 월남전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제국주의적 분위기, 절대권력, 기독교적 전통에서 자유로워진 세대이며, 상당수의 이들 불교학자들은 수계를 받았거나 각자가 전공으로 삼는 지역의 불교사원에서 종교적 체험을 겪는다. 데이비드 뤼에그(David Seyfort Ruegg)가 관찰했듯이 그들은 불교를 ‘삶의 한 방식’(a way of living)으로 생각하며, 일정한 교리체계에 의한 도그마의 종교로 생각하지 않는 세대이다. 합리적이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즐기는 이들은 불교에 친화감을 갖고 있다.
--- p.49

오늘날 티베트 불교의 학문적 기여라면 일차적으로 티베트장경 속에 편입된, 일실된 산스크리트 원전을 밝혀내는 일이다. 그래서 티베트어를 통해 티베트 불교 내용을 해명하는 작업은 일차적 작업이 되겠지만, 오늘날 불교학의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는 티베트 불교 원전 없이는 오히려 인도불교의 전통과 사상을 일관성 있게 연구하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곧 티베트 불교 연구는 인도불교 연구의 관건이 되고 두 전통이 서로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 p.122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지금의 이런 서구에서의 불교 운동의 정착과 함께 기존의 불교학은 어떤 위치를 지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불교학은 새로운 전환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불교학의 발단이 서구였고 서구의 학문적 불교학이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언어 문헌학적 연구의 한계성을 벗어나는 일이 심각히 논의되고 있다. 곧 학문의 이종교배적 새로운 불교학 영역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불교신학(Buddhist Theology)이란 새 개념을 불교학 속에 도입하면서 불교학 연구자들의 수행적(遂行的, performative), 변모적(變貌的, transformative)인 실존적 변화의 시도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앞서 예증적으로 관찰한 서구 나름의 신행의 현장이 자리 잡았다면, 불교에 대한 학문적 접근도 새 방향에서 시도될 수밖에 없다. 아직 확실한 틀을 잡고 일관된 연구 방법까지 제시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심각히 논의되는 것은 사실이다. 곧 서양/미국에서의 불교는 불교학의 어떤 카테고리 속에 위치 지우기보다 독립시켜 새로운 종교운동(New Religious Movements, NRM)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곧 신종교(New Religions)로 불교를 분류하여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이라고 주장한다.
--- p.188

미주에 거주하는 우리 한 개인 한 개인은 미국화의 변모를 겪고 있다. 그리고 미국 속에 불교가 들어와 있고 그것은 ‘우리 속’에 들어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불교는 우리 자신을 통해 미국화되어 가고 있다. 제도로서의 사찰은 한국의 그것과 다름없이 그대로 존속되고 있으나 그 속에 담긴 불자들은 미국화의 변모를 겪는 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이 변화를 위한 엄밀한 평가나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 p.253

무엇보다도 『회통』은 불교 텍스트를 십분 활용하고 있으며 무려 42개의 경론에서 적출 발췌된 구절을 통해 이능화 자신의 정신사적 관점을 피력하는 것이었다. 보기에 따라서 이능화의 저술은 인용에서 시작하여 인용으로 끝난 표절이거나 자료 수집의 호사 취미의 결과로 이해되기 쉽고 실제로 그렇게 평가되는 것이 불교학과 역사학계의 이능화 저작에 대한 통념이었다. 그래서 역사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문학 분야에서 그를 ‘근대기의 전환기적 계몽주의 학자’로 근대기의 ‘결함’과 ‘미숙’의 표본으로 결론지었다. 이런 오해는 결국 텍스트의 표기성과 전통 문헌의 서술 방법을 파악하지 못했던 역사방법론의 결정적 결함이었다. 그는 동양고전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원칙과 선현의 문헌을 전범(典範)으로 삼는 전통적 자세를 충직하게 따랐고, 자료를 자의적으로 일그러트리지 않고 인용과 인용의 연결 속에서 자신의 사상을 표출하였다.
--- p.334

한국학은 한국의 위상과 표리를 이루고 있다. 한국학에 내포되어 있는 모든 인문·사회학적 주제가 총체적으로 다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전 세기에 평가되던 한국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 구성이 다변화되고 중층적인 한국을 어떻게 보고 평가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시각에 달려 있다. 더 이상 구한말의 오리엔탈리즘에 근거한 서양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국일 수는 없다. 혹시 한류가 이런 타자의 호기심을 북돋는 대상으로만 역할을 한다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한류는 그 내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학의 창발적인 연구와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 내용은 우리 전통의 유교일 수도 있고 불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미 구한말 이래로 우리 땅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기독교 전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교주의에 몰두해 있는 일부 파행적 개신교는 우리 전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 p.421

함석헌은 계속 달리 보이고 재해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전의 함석헌에 대한 접근들도 끊임없이 반성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 그 길만이 함석헌을 울타리에 가두지 않고 계속 성장시킬 수 있다. 함석헌의 성장은 곧 우리 자신의 성장이 될 터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정진홍의 “함석헌 길들이기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함석헌 이해의 또 다른 지평을 여는 발언으로 들린다.
--- p.587

인권 이념의 보편적 타당성이 각기 다른 문화·종교·이데올로기의 지평 속에서 그것의 당위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보편적’ 인권이라고 명명한 것이 구체적인 역사·문화·정치 현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 각각의 현실에 적용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수사적 놀음(rhetoric)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사회의 한 이념으로서의 인권은 따라서 그 태생적 성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널리 알려졌듯이 ‘보편적’이라고 부르는 오늘 우리의 인권이 실제로 계몽주의 산물로 서구적 가치의 표현이라는 점을 묵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태생적 성격을 지닌 인권 개념으로 보편적 가치를 구현할 것을 주장한다면 자칫 도덕적 오만과 문화적 제국주의의 혼성물로 전락될 수도 있다.
--- p.614

출판사 리뷰

오늘날 불교학은 고도로 전문화된 학문으로서 눈부신 성과를 축적해 왔지만, 동시에 그 성과가 학문 내부에 고립되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원전 언어와 정교한 개념 체계, 세분화된 연구 영역은 깊이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지만, 그만큼 학문 간 소통과 공공적 이해의 가능성은 좁아졌다. 종교학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종교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는 활발하지만, 개별 전통 내부의 사유와 긴장 관계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외재적 분석에 치우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는 ‘연구 대상’과 ‘신앙 대상’ 사이에서 분리되어 이해되며, 살아 있는 사유로서의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불교계 또한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재구성 사이에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나, 그 논의는 종종 교단 내부의 제도 문제나 신행의 유지에 머무는 경향을 보인다. 불교학과 불교 현실, 종교학적 해석과 신앙적 실천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처럼 학문과 현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사이의 긴장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누적되어 온 것이 오늘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불교학의 형성과 전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사유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담아낸다.

『불교를 다시 묻다』는 근대 불교학이 형성된 서구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위에서 한국 불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다시 묻는 본격적인 학문적 저작이다. 단순한 논문 모음집이 아니라, 불교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어떤 역사적 조건 속에서 구성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고 재구성되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동시에, 그 위에서 다시 출발하려는 문제의식이 일관되게 관통한다.
이 책의 성취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장 두드러진 성취는 높은 전문성과 동시에 그것을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자기비판적 태도에 있다. 「불교학 연구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성찰」, 「서구 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등에서 저자는 근대 불교학이 인도 문헌학과 서구 학문 체계 속에서 형성되며 필연적으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내포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특히 열반 개념을 ‘무(無)의 공포’ 혹은 ‘부정의 극치’로 해석해 온 서구적 이해의 계보를 추적하는 작업은, 불교 교의가 어떻게 서구적 개념 틀 속에서 변형되어 왔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학설 정리가 아니라, 학문 자체의 인식론적 기반을 문제 삼는 작업이다.

둘째, 불교학적 관점에서 이 책은 문헌학 중심의 기존 연구를 넘어 해석의 틀 자체를 재검토한다. 티베트 불교 연구자들의 사례를 다룬 글에서 드러나듯, 언어 능력과 수행을 결합한 학문적 태도는 불교학이 단순한 텍스트 해석을 넘어서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또한 교상판석, 원효와 원측 사상, 화쟁에 대한 논의는 전통 불교사상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동시에, 그 해석 틀이 어떻게 종파적 분화를 낳고 이해를 제한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불교사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위치 짓는’ 작업이다.

셋째, 종교학적 관점에서 이 책은 불교를 하나의 역사적·사회적 현상으로 다루며, 그 변용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다. 「서구 불교신행의 양태와 서구적 불교의 탄생」, 「미국의 일본 불교 수용의 굴절」, 「섬 같은 불교, 피자 같은 불교」 등의 글은 불교가 서구 사회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소비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불교는 더 이상 ‘동양의 종교’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고 변형되는 유동적 실천으로 나타난다. 특히 ‘피자 같은 불교’라는 개념은 서구 불교의 선택적 수용과 혼합적 성격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개념적 성과다.

넷째, 이 책은 저자의 독특한 학문 이력-불교학에서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재수(再修)’의 경험-이 깊이 반영된 저작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고백을 넘어, 학문을 외부에서 다시 바라보는 거리감을 확보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 결과 이 책은 내부자의 전문성과 외부자의 비판적 시선을 동시에 확보하며, 불교학의 난해함과 폐쇄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려는 긴장을 유지한다.

다섯째, 오늘의 학계에 대한 기여는 분명하다.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와 『백교회통』에 대한 재평가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에 저평가되거나 이념적으로 규정되어 온 텍스트를 학문적 대상으로 다시 호명함으로써, 한국 불교학의 지적 계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또한 이기영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서구 불교학과 한국 불교학의 접점과 긴장을 드러내는 작업 역시 학문사적 의의를 지닌다.

여섯째, 오늘의 불교계에 대한 함의 역시 크다. 이 책은 성과 인권, 종교 간 대화, 불교의 미래와 같은 주제들을 통해 불교가 현대 사회의 윤리적·사회적 문제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는 불교를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갱신’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시도다. 특히 “어떤 불교유신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전통의 계승과 비판적 재구성 사이에서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한다.

종합하면, 이 책은 불교학을 다시 묻는 동시에 학문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묻는 저작이다. 불교를 신앙이나 고전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해석과 오해,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사유의 장으로 복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교학이 스스로의 언어를 회복하고, 오늘의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불교학과 종교학, 나아가 인문학 전반에 던지는 강한 문제제기로 읽혀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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