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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셔터는 눌러졌다. 서이는 태온을 분명히 담아버렸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미 태온은 자신 안에 깊이 찍혀버렸다.
--- pp.20-21 숨 쉬는 것. 감정이 무너지고 정화되는 것. 나 자신이 나답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말로 다할 수 없는 내면의 고통을 대신하는 것. 그것들이 그들이 생각하는 숨을 쉬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 파도와 숨을 겹치는 것 전부 숨을 쉬는 것이다. --- p.53 그 사이 서이는 태온을 이렇게 정의했다. '뮤즈'. 어떠한 강렬한 기억이나 존재, 평생 다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 태온은 서이에게 기억이자 망각이었다. 태온은 영원히 반복해서 돌아갈 기억으로 남았다. --- p.72 일단 저는 태온 씨와 있으면서 제 심장이 이렇게까지 찬란하게 마를 수 있는 건지 몰랐는데 알게 되었습니다. --- p.74 하염없이 반짝이던 별은 반짝이고 눈부신 만큼 추락할 때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밝기만 하던 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추락하자 눈은 점점 멀어져 갔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이 부셔 눈이 먼 게 아니라, 지고 난 후의 어둠이 너무 막막해서 눈이 멀어버렸다. 반짝이는 너 아니면 내 세상을 바라볼 이유가 없었기에 그만 눈이 멀어버렸다. 네가 없는 눈먼 세상은 정말이지 완벽한 검정이었다. 빛 하나 들지 않는. --- p.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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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령의 소설 《Click》은 채도 높은 하와이 오아후섬의 해변에서 시작되어, 무겁고 차분한 현실의 공기가 흐르는 한국의 바다로 이어지는 두 영혼의 여정을 다룬다. 루게릭병으로 인해 세상이 멈춰가는 사진작가 서이와, 과거의 상실로 인해 마음이 굳어버린 서퍼 태온은 숨 쉬는 법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의 결핍을 알아본다. 이들의 만남은 찰나를 붙잡으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의 운동성 사이에서 묘한 긴장과 깊은 위로를 자아낸다.
작품은 육체가 굳어가는 비극적 현실을 단순히 슬픔으로만 소모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온전히 마주하라는 서이의 철학을 통해, 규정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복잡한 결을 탐구한다. 작가는 세밀한 감각 묘사를 통해 멈춰가는 손가락 끝에 맺힌 삶의 의지와, 그 곁을 지키는 투박하고도 헌신적인 진심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소설 《Click》은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도 기어코 피어나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사랑은 아닌데 마땅히 표현할 단어가 사랑밖에 없는" 이들의 관계는 통념적인 로맨스를 넘어 영혼의 깊은 연대와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셔터가 눌리는 그 짧은 순간처럼, 우리 생의 가장 아픈 감정들조차 눈부신 기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별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숭고한 감동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