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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덫, 오보와 가짜뉴스
왜 우리는 거짓에 포획되는가
양상우
인물과사상사 2026.04.10.
베스트
언론학/미디어론 30위 언론학/미디어론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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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거짓 정보에 실망하고 분노하기 전에……

1부 위험한 ‘합작’, 오보

1장 진실을 삼키는 블랙홀, 인간의 욕망

1.1. 베를린 장벽 붕괴 오보
- 뉴스 소비자의 ‘확증 편향’과 뉴스 공급자의 ‘경쟁’

1.2. 한반도 신탁통치 오보
- 뉴스 소비자의 ‘확증 편향’과 뉴스 공급자의 ‘진영 논리’

2장 위정자의 기만술에 속수무책인 언론

2.1. 북베트남 통킹만 오보
내부고발자, 그리고 반전 | 같은 듯 달랐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오보

2.2. 강기훈 유서 대필 오보와 드레퓌스 사건
사라진 여론 다양성 | 19세기 말 프랑스와 20세기 말 한국

2.3. 정보를 조작하는 권력, 편향을 주입하는 언론
오보의 방아쇠, 유권자를 배신하는 정치권력 |
정보 통제, 그리고 뉴스 소비자의 무지와 일시적 무편향 |
편향은 ‘나쁜’ 것인가 | 편향을 주입하는 뉴스 미디어 |
저널리스트는 언제나 신뢰할 만큼 프로페셔널한가

3장 뉴스 공급자의 일탈이 빚는 ‘거짓’

3.1 현대판 ‘황금 섬 지팡구’,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북한 관련 오보가 반복되는 이유

3.2. 확증 편향을 악용한 제노비스 오보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의 ‘날조’

〈1부 부록 - 오보의 바벨탑은 어떻게 지어지는가〉
실제보다 더 생생한 디테일로 창조되는 거짓들 | 오보의 메커니즘 |
진실은 언제나 늦게 온다

2부 오래된 현실, ‘가짜뉴스’

4장 무엇이 가짜뉴스인가

4.1. ‘풍자’에서 ‘날조’까지
4.2. 분별하기 어려운 ‘과실’과 ‘고의’

5장 가짜뉴스는 왜, 어떻게 세상에 범람하게 됐을까

5.1. 인간의 본성
돈 | 선정성 | 부주의와 확증 편향

5.2. 가짜뉴스를 키우는 비옥한 토양
정치적 양극화 | 민주주의 토대를 잠식하는 악순환

5.3. 가짜뉴스를 위한 ‘고속도로’ - 탈진실
대중과 포퓰리스트는 ‘잉크와 펜’ | 무기력한 전통 언론

6장 전통 언론의 시대착오와 소셜 미디어의 ‘두 얼굴’

6.1. 소셜 미디어의 역기능과 순기능
역기능 | 생각해봐야 할 것들 | 순기능

6.2. 진화해야 할 소셜 미디어

7장 가짜뉴스는 새로운 현상인가

7.1. 대중 미디어 시대 이전의 가짜뉴스
로마를 불태운 네로 황제 | “짐은 곧 국가다”라고 말한 절대군주, 루이 14세 |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 하세요” | 나폴레옹의 키는 유난히 작았을까 |
실존 인물, 드라큘라

7.2. 대중 미디어 시대의 가짜뉴스
달에 관한 거대한 날조 | 화성에서 온 원숭이 |
플랑드르 분리독립 날조 | 황색 언론

8장 정보 민주화의 역설, 가짜뉴스

8.1. 인쇄 혁명기의 정보 민주화
경제성장을 이끄는 미디어 기술 혁명

8.2. 500년 전의 가짜뉴스 전쟁
민중을 대변한 “가짜뉴스” | 16세기에도 등장한 소셜 미디어 |
‘가짜뉴스 전쟁’의 충분조건

9장 가짜뉴스는 진짜 위협적인가

9.1. 쏟아진 인상 비평, 부풀려진 영향

9.2. 상존하는 위험
전통 언론의 쇠퇴가 낳는 우려

9.3. 진실과 거짓을 섞는 레시피, 만들어지는 진실
뉴스와 정보를 마주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

에필로그 거짓을 믿고 싶은 사회, 가짜뉴스를 다루는 법

저자 소개 1

대한민국의 저널리스트, 언론사 전문 경영인, 경제학자. 6만여 국민주주들의 뜻을 모아 창간된 한겨레신문에서, 사원 직선으로 선출된 대표이사를 두 차례(2011~2014, 2017~2020) 역임했다. 2021~2026년 네이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멘토에 이어 2026년 3월부터 YTN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언론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언론인의 길을 걸을 때도 학문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직접 겪은 언론의 현실을 경제학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천착해왔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 앞에서 점점 더 취약해지는 구조, 포털이 언론의 정파성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의 저널리스트, 언론사 전문 경영인, 경제학자.
6만여 국민주주들의 뜻을 모아 창간된 한겨레신문에서, 사원 직선으로 선출된 대표이사를 두 차례(2011~2014, 2017~2020) 역임했다. 2021~2026년 네이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멘토에 이어 2026년 3월부터 YTN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언론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언론인의 길을 걸을 때도 학문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직접 겪은 언론의 현실을 경제학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천착해왔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 앞에서 점점 더 취약해지는 구조, 포털이 언론의 정파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그의 연구들은 Information Economics and Policy를 비롯한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 실렸다.

『언론본색?가려진 진실, 드러난 욕망』(2025년), 『감춰진 언론의 진실?경제학으로 읽는 뉴스 미디어』(2023년)를 펴냈고, 세계 최대의 학술출판사 Elsevier와 함께 뉴스 미디어 경제학 분야 최초의 교과서 『The Economics of News Media』를 집필했다.

기자 시절에는 ‘쌍용양회 사과상자 비자금’(1996), ‘북파공작원 실종·사망 7,726명’(1999), ‘북한 시베리아 벌목공 르포’(1994) 등 저널리즘의 본령을 보여준 탐사보도를 남겼고, 민주언론상 특별상(2007), 한국가톨릭매스컴상(2006), 삼성언론상(2004) 등을 수상했다.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때는 오랜 자본 결손 상태를 해소한 데 이어 누적 흑자를 바탕으로 첫 주주 배당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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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152*225*20mm
ISBN13
9788959068272

책 속으로

오보가 역사와 사회를 바꾼 몇몇 사례들은, 실제 사실이나 진실보다 뉴스 소비자의 기대나 편향이 얼마나 더 강력한지를 드러낸다. 이런 오보들은 작은 불티에도 큰불로 이어지는 바싹 마른 초목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동일한 확증 편향이 그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이런 확증 편향은 뉴스 소비자가 갖고 있는 강렬한 욕망에서 태어난다.
역사와 상식을 바꾼 오보들을 보면, ‘진실’보다 더 강력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편향된 믿음이었다. 이런 확증 편향은 오보를 만나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로 분출되거나, 수천 년간 진실을 침묵시켰다.
(1장 「진실을 삼키는 블랙홀, 인간의 욕망」, 35쪽.)

언론은 정보를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정치인들과 군, 검찰 같은 국가기관에 대해 쉼 없이 비판적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지금까지 언론은 정보를 통제하며 선택적 정보만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국가기관 앞에서 매우 취약했다.
따라서 언론과 언론인의 태생적 한계를 감안한다면, 군과 검찰 등 국가기관이 정보를 조작하거나 선택적으로 공개해 뉴스 미디어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제도와 관행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진실은 끝내 밝혀진다’는 믿음에 부합하게 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 즉, ‘여론 조작 프로세스’의 ‘출구’에 있는 뉴스 미디어만이 아니라, ‘입구’에 해당하는 이들 기관의 일탈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더 긴요하다.
(2장 「위정자의 기만술에 속수무책인 언론」, 83쪽.)

제노비스 오보는 로젠탈은 물론 갱스버그나 미한 같은 저널리스트들이 진실과 공익보다 자신들의 이해를 더 중시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노비스 오보에서 뉴스 소비자의 확증 편향은 앞선 다른 오보 사례들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해 평상시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특정한 뉴스에 아주 쉽게 공감하는 ‘숨겨진 확증 편향’이다.
사람들은 38명이나 되는 목격자들이 살해 현장을 방관하는 일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한편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믿는 이중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후자가 바로 ‘숨겨진 확증 편향’이었다. 이 오보가 반세기에 걸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숨겨진 확증 편향이었다.
(3장 「뉴스 공급자의 일탈이 빚는 ‘거짓’」, 104~105쪽.)

가짜뉴스에 포괄적으로 담기는 거짓 정보들은 생산의 의도성과 용어를 사용하는 목적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별할 수 있다. 생산 의도를 기준으로 보면, ‘의도적인 거짓 정보’와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있다. 용어 사용의 목적을 기준으로 보면, 사실관계를 조작한 뉴스를 일컫는 fabricated news 등이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자가 뉴스의 신뢰를 실추시키려는 목적으로 쓰는 fake news가 있다.
이런 다양한 가짜뉴스들 가운데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을 속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가짜뉴스들이다. 거짓 정보를 만드는 의도의 수준에 따라 잘못된 정보를 분류한 클레어 워들의 ‘7가지 유형’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가짜뉴스에도 다양한 층위가 있음을 보여준다.
(4장 「무엇이 가짜뉴스인가」, 126~127쪽.)

가짜뉴스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지만, 오늘날 가짜뉴스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시대의 배경이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던 ‘거짓 정보’가 지금 유난히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가짜뉴스가 자라기 좋은 토양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적 양극화와 사람들의 탈진실 풍조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가짜뉴스는 훨씬 널리, 훨씬 쉽게 퍼진다. 중도층이 두터울 때는 극단적 편향을 가진 가짜뉴스가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특정 진영에 호소하는 뉴스(그리고 가짜뉴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정치적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확증 편향을 ‘확인시켜주는’ 뉴스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5장 「가짜뉴스는 왜, 어떻게 세상에 범람하게 됐을까」, 144쪽, 146쪽.)

미디어 환경은 인간의 욕망과 기술 발전이 맞물리며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궤도에 들어섰다. 또한 대중의 선택을 단지 ‘잘못된 소비’로만 간주하는 것으로는 오늘의 복잡한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 정보 소비의 중심은 이미 전통 언론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했고, 대표적인 게 소셜 미디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는 어떤 방식으로 현재의 정보 환경을 재편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발생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다. 달리 표현하면, ‘정보의 민주화’와 ‘정보의 왜곡’이 동시에 벌어지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6장 「전통 언론의 시대착오와 소셜 미디어의 ‘두 얼굴’」, 157~158쪽.)

진위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개별 뉴스 소비자들에게는 가짜뉴스가 오랜 기간 강한 인상과 함께 남는다. 무엇보다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만들어 전파하는 음모론은, 소셜 미디어에서 회자되는 음모론보다 결코 덜 위험하지 않다. 결국 문제는 플랫폼의 종류가 아니라, 사실을 왜곡해 대중의 인식을 흔드는 ‘가짜뉴스’라는 현상 그 자체에 있다. 가짜뉴스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에만 국한하여 사고하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전통 언론의 반감과 가짜뉴스의 본질을 흐리는 이중의 편견을 함께 드러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7장 「가짜뉴스는 새로운 현상인가」, 190쪽.)

모든 사람이 정보의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시대가 왔고, 유통되는 정보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통 언론에 의해 필터링된 정보를 소비하던 시스템은 무너졌다.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모든 사람의 몫이 됐지만,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유통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시대인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한 사회의 정보 전달과 의사소통 방식에 혁명적 변화가 오고, 그에 따라 이전 시기에 비해 정보량이 폭증하면, 그전까지 통용되던 정보에 관한 게이트 키핑도 무너진다. 정보량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부정확한 뉴스와 가짜뉴스가 늘어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뜻이다.
(8장 「정보 민주화의 역설, 가짜뉴스」, 192쪽.)

‘만들어진 진실’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다. 사실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시 만들며, 진실을 향한 여정에서 스스로를 방관자로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어떤 뉴스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이 뉴스를 믿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미 내가 믿고 있던 생각을 확인해주기 때문인가. 이 뉴스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상상하는 일이 유난히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불편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의심 때문인가, 아니면 내 세계관이 흔들리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9장 「가짜뉴스는 진짜 위협적인가」, 223쪽.)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디지털 기술의 범람 속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무너진 ‘탈진실(Post-truth) 시대’, 우리는 왜 그토록 쉽게 허망한 거짓에 매혹되는가.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인 저자가 펴낸 『욕망의 덫, 오보와 가짜뉴스』는 가짜뉴스를 단순한 정보의 오류나 특정 집단의 일탈로 보는 기존의 시각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관통하는 역사적 통찰과 언론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이 책에 녹여냈다. 여기에 거짓 정보의 수요·공급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을 더해, 가짜뉴스가 확증 편향과 권력의 전략, 뉴스 시장의 메커니즘을 타고 ‘사회적 진실’로 둔갑하는 생태계를 낱낱이 해부한다. 아울러 가짜뉴스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전, “우리는 왜 거짓을 믿고 싶어 하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으로 독자들을 성찰과 지적 각성의 길로 인도한다.

인간의 욕망, 진실을 삼키다
이 책은 거짓 정보의 시작을 ‘언론’이 아닌 ‘인간’에서 찾는다. 우리는 흔히 거짓 뉴스가 외부에서 주입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을 정해두고 있으며, 정보는 그 욕망에 따라 선택적으로 소비되고 해석된다. 즉, 진실이 왜곡되는 첫 번째 순간은 정보를 생산할 때가 아니라, 수용자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이때 거짓의 가장 큰 에너지원은 인간의 확증 편향이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는 진위를 떠나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의심한다. 또, 위험한 거짓일수록 ‘새빨간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교묘하게 빼닮는다. 그리하여, 진실을 빼닮은 거짓일수록 더 널리 퍼지고 더 오랫동안 진실 행세를 하며, 더 큰 폐해를 낳는다.
이를테면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뒷받침한 거짓 정보나 천동설 같은 거짓은 수천 년간 진실인 양 행세했다. 그보다 짧은 기간 진실 행세를 한 거짓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가짜뉴스의 본질은 단순히 ‘틀린 정보’라는 현상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인지 구조와 욕망’에 있다.

오보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오보를 특정 기자의 실수나 무책임 혹은 부도덕성에서 비롯된 일탈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일면적 인식이다. 오보나 가짜뉴스는 모두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뉴스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뉴스는 소비자가 눈길을 주지 않으면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수요가 있으면 반드시 공급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뉴스의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뉴스 공급자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빠르고 더 자극적인 정보로 뉴스 소비자를 잡으려 든다. 소비자는 누구나 인지적 한계 속에서 자신의 기대와 욕망에 부합하는 뉴스를 찾는다. 이런 뉴스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날 때,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물론, 새빨간 거짓조차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간다. 이렇듯, 오보나 가짜뉴스는 ‘뉴스와 정보 시장의 산물’이다. 공급자인 언론과 소비자인 대중이 서로의 욕망을 반영하며 만들어낸 합작품이 바로 오보와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권력과 언론의 위험한 공생
정보를 독점하는 권력과 자본은 여론을 형성해 사람들로부터 지지와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유혹에 늘 노출되어 있다. 조작된 정보나 선택적으로 공개되는 정보가 힘 있고 돈 있는 이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되는 이유다.
역사적으로 정치권력은 전쟁, 정치적 갈등, 사회적 위기를 정당화하려 정보를 조작하고 선택적으로 공개하며 거짓 정보를 언론과 대중에게 전했고, 언론은 앵무새처럼 이를 증폭했다. 이에 따른 오보는 권력과 자본에 이익을 안겼지만, 세상이 치른 대가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거짓 정보라도 공신력을 지닌 정부가 제공할 때 대중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때 언론이 비판적 검증을 수행하지 못하면, 거짓 메시지는 ‘공식적 진실’로 자리 잡는다. 권력은 언제나 정보 독점력을 이용해 유권자를 속이고, 언론은 거짓을 전파하는 그릇된 경쟁을 벌인다.

언론은 왜 거짓을 검증하지 못하는가
언론이 실패하는 원인은 도덕적 타락보다 더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세상에서 오보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까닭이다.
첫째, 속보 경쟁이다. ‘정확성’보다 ‘속도’가 우선시되는 환경은 오보의 온상이 된다.
둘째, 정보 접근의 한계다. 특히 정보 독점자인 위정자나 군, 정보기관, 혹은 수사기관 등이 사실상 유일한 정보 출처가 될 때, 언론은 제공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검증도 그만큼 더 요원해진다.
셋째, 언론들의 동조 현상이다. 주요 언론이 특정 방향으로 보도하면, 다른 언론들도 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며, 오보는 순식간에 ‘모든 언론의 오보’로 확대된다

소셜 미디어와 정보 민주화의 역설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로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열렸다. 정보 민주화가 비약적으로 진전됐다.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거짓 정보의 양과 확산 속도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사실이 아닌 ‘반응’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정보일수록 더 빨리 더 널리 퍼진다. 정보 민주화는 진실뿐 아니라 거짓의 확산 가능성도 함께 키우는 양면성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는 진실과 거짓, 진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거짓만큼 진실된 정보도 더 늘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가짜뉴스는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해온 현상이다. 고대 사회에서도 권력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퍼뜨렸고, 전쟁과 정치적 갈등 속에서는 거짓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종교 전쟁, 근현대의 혁명 등 세계사적 국면에서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이는 거짓 정보가 인간 사회와 구조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과거에는 정보의 확산 속도가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단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로 퍼진다. 발현되는 양상은 달라져도 본질은 반복되는, 가짜뉴스의 ‘변하지 않는 변화(unchanging change)’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속도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잊히는 속도도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이 빨라졌다. 가짜뉴스 문제의 근본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시대의 가짜뉴스 문제를 이해하는 데는 인간과 사회의 본태적 속성에 더해 현대 미디어 기술의 특성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피해자인가, 공범인가
이 책이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가짜뉴스는 외부에서 우리에게 강요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선택한 결과인가”이다. 믿고 싶은 정보, 욕망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택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거짓을 키우는 ‘능동적 공범’이 되고 있지는 않느냐는 물음이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은 가짜뉴스의 피해자라는 그간의 생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정보를 소비하는 우리 스스로 자신의 판단 방식을 점검하는 것, 그것이 가짜뉴스라는 덫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이다.

해결책은 ‘거짓의 제거’가 아닌 ‘진실의 가속(加速)’이어야 하고, ‘규제’가 아니라 ‘인식의 변화’여야 한다.
오보와 가짜뉴스에 관해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시간’이다. 거짓이 퍼지는 속도와 진실이 밝혀지는 속도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사회는 더 큰 혼란과 피해를 겪는다. 이미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뒤에는, 그것을 바로잡는 일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첫째 과제는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가이다. 거짓을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들기보다 진실이 더 빠르게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처벌은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 이런 부작용은 가짜뉴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정보 유통 환경의 개선을 통해 거짓의 실체가 드러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가짜뉴스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가짜뉴스가 생겨나고 만연하게 되는 사회적 요인의 개선에 있다. 인간 본성의 발로인 가짜뉴스는 박멸할 수 없는 세균 같은 존재다. 어디서든 습도와 온도만 맞으면 무럭무럭 자라난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가짜뉴스가 발붙일 여지는 적어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환경, 즉 여론의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하나의 관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거짓이 한 번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면, 전 사회가 거짓 속에 빠져들고, 그 피해는 그만큼 막대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뉴스 문제는 기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인식 수준에 달려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멈추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제안하는 이유다. ‘나는 왜 이 뉴스를 믿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순간, 당신은 거짓의 세계에서 한발 밖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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