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면접
동거 주 1회 성관계 결심 접근 청혼 목덜미 정리 에필로그 1 - 가족 에필로그 2 - 부부잖아요, 우리? 다 썼잖아요, 지금 |
|
“집은 청결하게, 식사는 아침, 저녁만. 침실은 공용이며 저보다 늦게 일어나는 건 감점 요인입니다.”
업무 환경은 청결하게, 시간 엄수해 주십시오.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심사가 있습니다. 10개월을 무사히 통과 시,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죠.” 인턴, 비정규직을 거쳐 10개월 후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기본적인 생활은 다를 바 없습니다. 부부로서 지켜야 할 상식을 지켜 주시면 문제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알아서 일하세요. 기본 업무는 알고 계시겠죠? 남자의 말이 자꾸 통역되어 들리는 까닭이 뭘까. 혜윤은 보이지 않는 웃음을 터트렸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가면은 이런 웃음 정도로는 깨지지 않으리라.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부드러운 미소를 장착한 채 그의 말을 경청했다. “급여는 전해 들으신 대로 월 600만 원입니다. 매달 말일, 현금 지급으로 세금을 떼지 않습니다. 의료 보험은 10개월 후, 정식 결혼 후부터 적용됩니다. 의료비와 경조금이 지원되며, 결혼 후 2년 달성 시에는 자가용을 지급해 드리죠.” 와우. 이 맞선을 가장한 면접을 추천받을 때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숫자들에 자칫하면 현혹되기 십상이었지만, 1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해고된 여자가 셋이나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혜윤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자신이 네 번째였다. 4. 죽을 사. 우스갯소리라지만 불안한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남자, 권혁은 정말 면접관이라도 되는 양 딱딱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안경을 간혹 검지로 추켜올리곤 했는데, 그 콧대가 매력적이라는 속물적인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반반하고 돈도 많은 남자가 대체 왜 아내를 고용하려고 할까 싶었다. 선만 봐도 결혼하겠다고 몸을 내던지는 여자가 수두룩할 것 같다. 재미없는 말투와 사무적인 목소리가 점수를 깎기는 했지만. “성관계는 최소 주 1회. 할 수 없는 사유가 생길 시에는 미리 고지하기로 합니다.” “월경 외에 다른 사유도 인정하시나요?” 자기소개 후, 혜윤이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첫 만남에 첫마디가 월경이라니, 참 끔찍했다. 계약 관계인 주제에 성관계까지 한다는 게 어처구니없었지만, 그는 웃음기 하나 없이 말을 뱉었다. 그의 진지한 태도는 정말 ‘아내’를 구하는 중이라고 믿게 했다. 그는 혜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적인 사유도 인정됩니다. 다만 미뤄지는 일이니 다음에 벌충해야겠죠.” “……네에.” 혜윤은 대답해 놓고 슬쩍 인상을 찡그렸다. 너무 성의 없이 끝을 늘어트렸다. 그가 흘끗 바라봤다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이력서……. 이력서라니. 혜윤은 웃음을 꾹 참았다. 하여튼 그는 혜윤의 신상과 학력 등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 구성, 학력, 모두 합격입니다. 추천인 보증도 확실하고요.” 그것참, 다행이네요. 그리 덧붙이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그는 웬일로 살짝 미소를 짓더니 물었다. “제 쪽도 합격입니까?” ---본문 중에서 |
|
결혼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연애, 소개팅, 맞선. 그리고 직접 고용으로. 한권혁은 면접관처럼 안경을 쓰고 딱딱한 자세로 앉아 근무 환경이나 월급에 대해 논했고, 그가 건넨 파일에는 그의 생활 패턴과 취향 등이 들어 있었다. 그는 높은 월급에 풍족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대신, 자신에게 철저하게 맞춘 최고의 서비스를 원했다. 심혜윤은 이 남자가 제시하는 어떤 서비스든 완벽하게 제공할 자신이 있었다. 어쨌든 이 계약에는 사랑이 없을 테니까. 부부라기보단 고용주와 고용인이라 부르는 게 맞는 남녀의 동거 생활.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결혼일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일방적인 감정만 품지 않는다면……. 혜윤과의 동거 생활은 평온하고도 완벽해서 이 여자 옆에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다. 이제 동거를 청산하고 진정한 부부가 되고 싶다고 제안하자 그녀가 물었다. 계약을 그만두고 싶다면 해지되는 거지요?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