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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었기에 낯선 사람과 다툼을 벌이는 것도 되도록 피하면서 살아왔네. 혹시라도 그 사람이 내 직장 상사와 아는 사이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복잡한 전차 안에서도 사람들이 밀면 밀리는 대로 밀려갔고, 누군가 발을 밟아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이 갑자기 그날 저녁부터 하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네. 그럴 법도 하지 않겠나? 치즈의 꿈이 막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 p.37
내가 당장 회사를 때려치울 것처럼 말은 했지만, 그렇게 바로 실행에 옮길 만큼 무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줬으면 좋겠네. 그럴 수가 없는 일이지. 처자식이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몇 배는 신중해야 하는 법이니까. --- p.41 식구는 내게 계약서를 돌려주며 말했네. 「그래요, 치즈가 팔리지 않을 이유는 없을 거예요. 누구나 먹긴 먹어야 하니까요.」 식구가 나를 위로했네. 「이젠 정말 열심히 일하셔야 해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당신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겠어요. 때 되면 또박또박 월급 나오는 회사만큼 안전한 데가 어디 있겠어요?」 나는 하나 마나 한 빤한 소리라고 생각했네. --- p.61~62 만일 [푸른 모자] 사람들이 특허 받은 지하 창고라는 말에 내가 넘어갔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일세. 사람을 뭘로 보고! 이보시오들, 난 그런 꾐에 넘어갈 만큼 단순한 사람이 아니오! --- p.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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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에게 날아든 장밋빛 사업 제안
주인공 라르만스는 처자식을 먹여 살릴 요량으로 근근이 직장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이다. 내세울 것 하나 없어 근사한 자리에 가면 주눅부터 드는 처지. 어느 날, 그에게 놀라운 행운이 날아든다. 명품 에담 치즈를 벨기에 전역에 독점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업 제안을 받은 것이다.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사업, 그것도 치즈 사업이라니! 치즈는 누구나 먹고, 계속 먹는다. 고로, 절대 망할 염려가 없다. 사업을 결심하자 라르만스는 벌써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늘 우러러 보기만 했던 기업가들이 친구처럼 느껴진다. 평소와 달리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는 여유까지 생긴다. 남은 건 내일 사업 계약을 하러 가는 일뿐. 라르만스는 당장 내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될 핑계부터 궁리하기 시작한다. 미워할 수 없는 어리숙함을 지닌 공감의 캐릭터 주인공 라르만스는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자존심은 세지만 주관은 없고, 생각은 깊이 하지만 영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의 내면에 그를 닮은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운명을 가를지도 모르는 계약서는 즉석에서 서명할 수 있었던 라르만스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있다. 그의 머릿속에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펼쳐진다. 넓은 책상, 근사한 타자기, 무엇보다 공식 상업용 편지지가 있어야 한다. 아직 딱히 보낼 곳은 없지만 그 편지지는 아주 품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편지지에 이름만 달랑 적어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회사명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작명에 골몰한다. 현대적인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이름으로…. 명품 에담 치즈 20톤, 즉 9,990개의 치즈가 달려오고 있지만, 라르만스에게 아직 다른 특별한 계획은 없다.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하나의 결말 193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타자기와 전화기만 빼면 그대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로 읽힌다. 사회 구조와 직장인의 처지는 80여 년이 지나도록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계층 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취직하기도 어렵지만 취직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직장, 불안한 현실에 자의반 타의반 ‘투잡’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9990개의 치즈』는 하나의 결말을 가진 작품이지만 그 결말의 해석은 읽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웃기는 해프닝, 누군가에겐 좌절의 스토리, 누군가에겐 리얼한 현실, 누군가에겐 행복의 지혜가 담긴 우화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비전 없는 직장 생활에 지쳐 가는 사람, 오랫동안 직장 탈출을 꿈꿔 온 사람,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잡을 계획해 본 사람이라면 결코 남의 이야기로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웃기면서 부끄럽고 눈물이 난다. 엘스호트는 이 감정들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아주 드문 재주를 가진 작가다. [뉴욕 타임스] 익살맞은 역설과 부드러운 풍자로 가득하다. 1930년대에 나온 치즈들 중에서 가장 숙성이 잘된 치즈다. [퍼블리싱 뉴스] 라르만스의 시련은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사회 계급 문제에 대한 엘스호트의 통찰은 예리하다. [퍼블리셔 위클리] 엘스호트는 비꼬면서도 재치 있고 간결한 풍자를 구사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가슴 뭉클함을 선사한다. [선데이 타임스] 엘스호트는 주제보다 문체의 힘을 믿었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문체적 기교들을 이용했다. 그러면서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성공했다. [타임스] 코미디의 걸작. [런던 북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