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1부_왜 우리는 늘 돈이 없는가 1. 제가 눈 뜨고 있는 한 절대 안 됩니다 2. 케이맨 제도의 밤 3. 해적 깃발, 그대의 이름은 졸리 로저 4. 이게 다 국민 덕분이지요 5. 경제전선 이상없다 6. 아우가 총리 한번 하시게 7. 경제특보 8. 양키 본드와 사무라이 본드 그리고 퍼펙트 스톰 9. 모욕당하는 대통령 10. 로자가 살던 동네 11. 3차 경제쿠데타 12. 롱골드의 전사들 13. 다세대 주택의 대통령 2부_정권이 바뀌어도 왜 |
禹晳熏
우석훈의 다른 상품
|
“그거 알아요? 정부 공안당국에서 공식적으로 킬러를 운용하지 않는 건 한국밖에 없다는 거. 병신들이죠. 자기 거 다 뺏겨도, 뺏기는 줄도 모르고……. 만약 중국 국민들이 한국 국민들처럼 당하고 있었으면, 벌써 여러 사람 뒤통수에 구멍이 났을 거예요. 그러니 요즘 글로벌 호구라는 농담이 유행하는 거 아니겠어요? 중국과 한국의 차이는 딱 하나예요. 중국은 당하면 당하는 줄 아는데, 한국은 당해도 당하는 줄 모르죠. 위험한 은퇴자? 지랄하고 자빠진 거죠. 위험하긴 뭐가 위험해요, 비겁한 거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지환은 왠지 모를 반발심이 들었다. ‘킬러? 아니, 이 여자가 지금 제정신이야?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나 있는 걸까? 혹시 과대망상증 환자 아냐?’ 블랙홀에 갇혀 있던 그의 육체가 빠져나오듯, 그의 자존심과 함께 상식적인 판단들이 다시 머릿속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p.42 “청와대 경제특보로 오 팀장이 추천되었대요. 며칠 내로 콜 사인이 나올 거예요. 축하해요.” 오지환은 들고 있던 커피 잔을 엎을 뻔했다. 청와대 경제특보라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처음 들어본 이야기이고, 그 자리에 왜 자기가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왜 이 여자에게 들어야 하는지 짚이는 바가 전혀 없었다. “영감님 생각이에요. 젊은 사람에게 큰일을 해볼 기회를 줘야 이 나라에 미래가 있다나 뭐라나. 진짜 고집불통 같은 양반이에요. 아, 물론 저도 추천을 했구요.” “청와대에 경제수석은 있어도 경제특보라는 자리는 못 들어봤는데……. 그런 게 있었나요?”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지환은 꼼꼼하게 하나씩 짚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 물론 없었죠. 어제부로 만들어졌어요. 그거야 뭐 형식적인 거고. 거기 워낙 바보들만 앉아 있으니, 대통령에게 경제를 설명해줄 사람이 하나 필요하다, 뭐 그런 거죠, 그 영감 생각이.” --- p.65 “잘 알겠습니다, 의장님.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지요.” 통화를 마친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대통령의 입으로 모였다. “22조 원 펀드로 공격하겠다는군. 20조 원 넘는다는 얘기가 맞구먼. 5일 준다는데…….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는군, 이 인간 얘기가.” “다, 잡아들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각하.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얼떨떨해하던 비서실장이 특유의 다혈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뉴욕, 북경, 이런 데서 벌어지는 일을 여기서 무슨 수로 잡아들이나? 비서실장, 잠시 가만히 좀 있어. 자, 오 특보 문제는 알았네. 자네 같으면 어떻게 해결하겠나? 설마 대책도 없이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은 건 아니겠지?” --- pp.83-84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통일 방안을 올려보자는 거지요. 준비가 잘되면 아예 이번 정부에서 통일 작업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 별 쓸 데도 없는 서류 쪼가리 읽는 것보다는, 통일 선언문 정도는 발표해야 하지 않겠나 싶고……. 김정은 장군을 통일 지도자로, 멋지지 않나요?” 순간 방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이야기인지, 그 무게의 중압감에 대한민국에서 급파된 세 명 사내는 기가 질렸다. “연방제 통일 얘기는 전에도 나왔던 거기는 하지만, 그럼 어느 쪽에서 국가원수를 맡게 되죠? 사람들이 그거부터 물어볼 텐데.” 이철현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기딴 형식적인 얘기는 천천히 합세다. 뭐, 정 안 되면 그냥 2년씩 순번제로 해도 되고……. 오늘은 기런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지요. 하여간, 동무들 생각은 어떻소?” --- pp.156-157 “이제 시작해보자구, 오 팀장!” 모니터에는 비밀번호 입력을 기다리는 UBS 예금 이체 화면이 떠 있었다. 오지환은 상의 안쪽에서 빨간색 밀랍으로 봉인된 금박 치장의 작지만 화려한 봉투 하나를 꺼냈다. 밀랍 봉인을 뜯자 고풍스러운 양탄지가 한 장 나왔다. 그 안에 구좌 패스워드가 펜글씨로 적혀 있었다. 오지환은 조심스럽게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외환 오퍼레이터 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UBS 자금 50억 달러, 입금 완료되었습니다.” “우와!” 작은 사무실이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꽉 찼다. 박종태가 옆에 세워놓았던 샴페인을 터뜨렸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치솟았고, 여기저기에서 박수 소리가 터졌다. “인민은행 30억 달러, 입금 완료되었습니다.” “BNP 20억 달러, 입금 완료되었습니다.” --- p.214 “미쳤어, 너? 이 서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이야. 여기서 한 자라도 고치면 펜타곤에서 직접 명령 들어가. 이 앞에 전투기 뜨고, 불바다 되는 거 보고 싶어? 니가 뭘 안다고 자구 수정이고 지랄이야. 항공모함이 떴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 얘 좀 봐. 겨우겨우 도망갈 구멍 만들어줬더니 말하는 것 좀 봐.” 얼얼해진 뒤통수를 매만지던 오지환이 김수진에게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도 읽기는 해야 할 거 아냐. 이거 사인 잘못하면 평생 북한이나 국정원 슈터들이 내 뒤를 따라다닐 거야.” “별말 없어. 대통령 임기 중에 통일 안 하도록 청와대 경제수석이 노력한다는 내용이야. 자, 내가 먼저 사인한다. 함장님도 어서 사인하세요. 그 조건으로 이번 대통령 임기 중에는 제7함대도 제주 해군기지에 직접 기항을 시도하지 않는다, 됐어요? 이 이상 어떻게 우리가 더 양보해? 펜타곤에서 얼마나 큰 양보를 한 건지, 너님께서 알기나 하세요?” --- pp.282-283 “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한전 계열사의 사무라이 본드가 10퍼센트 언더로 나왔습니다.” “양키 본드 쪽에도 한전 계열사 쪽 본드들이 분산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5억, 10억, 이런 5천만 원짜리 소액도 있습니다. 저쪽 트레이딩 인력이 많나 봅니다. 인해전술인데요.” “콜. 전부 받아줘.” 트레이더들의 손가락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전투는 시작도 안 한 상태였다. 새벽 1시가 되자, 지루한 공방전이 끝나면서 거래가 뜸해졌다. “5퍼센트 언더로 우리도 매각 주문 내.” 한참 모니터를 응시하던 박종태가 말했다. “본드 매집이 미션 아닙니까?” “우린 자금력이 달려. 우리 돈으로는 어차피 다 못 사. 저쪽이 매집한 본드를 소진시키는 게 1차 목표야. 자, 주문 들어갑시다. 5퍼센트 언더 매각!” 시계가 새벽 1시 30분을 가리켰다. --- p.307 |
|
한국은행 조사팀장 오지환은 휴가차 들른 대표적 조세회피처 케이맨 제도에서 모피아의 수장 이현도를 우연히 만난다. 이현도의 일방적 배려로 펜타곤 소속 동아시아 담당 무기상 김수진과 함께 남은 휴가를 보내고 한국으로 귀국한 오지환은 얼마 후, 조사국장 박종태에게 자신이 청와대 경제특보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배후에 이현도가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이현도를 축으로 한 모피아 세력은 비밀리에 공기업 외환표시 채권들을 매입하여 대한민국을 국가부도 사태에 내몰리게 한다. ‘경제 민주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민의 정부’를 출범시킨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경제쿠데타를 감행해 모든 경제적 결정권을 빼앗고 식물대통령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경제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오지환을 비롯한 경제팀 전원은 해외 은행으로 급파되고, 스위스 UBS 총재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오지환은 현지에서 김수진을 만나 모피아의 배후에 펜타곤이라는 거대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적들의 실체를 파악한 오지환과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는 산업부의 권한을 강화해 모피아의 모태인 재경부를 견제하고, 외부적으로는 북한과의 ‘통일 선언’을 과감하게 진행해 동아시아 평화 블록을 완성함으로써 중국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오지환은 케이맨 제도에 페이퍼 컴퍼니 ‘학익 홀딩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대반격에 나서는데……. |
|
경제쿠데타를 일으켜 대한민국 정부를 장악한 모피아,
그들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한 남자의 의로운 사투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스케일의 전투가 지금 시작된다! 이 소설은 2014년을 배경으로, ‘경제 민주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롭게 정권을 창출한 ‘시민의 정부’가, 속칭 ‘모피아’라 불리는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들이 기획한 ‘경제쿠데타’로 인해 국권을 찬탈당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가는 한국은행 팀장에서 청와대 경제특보로 자리를 옮긴 주인공과 모피아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리고 국가의 운명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를 통해 물리적인 힘의 대결이 아닌, 전 세계 네트워크 망을 총동원한 ‘미래의 전쟁’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그동안 천착해왔던 무거운 주제의 글쓰기를 벗어나 소설가로 변신한 우석훈의 변주는 눈부시다. 스피디한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이미지의 고리가 선명한 드라마적 플롯의 구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두 시간 만에 읽히는 속도감,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몰입도는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이다. 이는 〈왕의 남자〉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이 속한 ‘타이거 픽쳐스’의 자문으로 활동하면서 얻는 소중한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결과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설의 인물과 사건을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 형성한 제3의 영역에 둠으로써,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 속 주인공은 매일매일 거대한 운명과 마주한, 우리가 속한 세계를 삼킨 사악한 음모의 실체를 목도한 현대인들의 실제 모습이다. 사회 최전선에서 싸워온 경제학자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미래도 바로 그곳에 있다. 바로 이러한 것이 이 작품이 소설로만 읽혀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경제학자 우석훈, ‘모피아’의 실체를 말하다! 그동안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왔던 경제학자 우석훈이 매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잠시 외도를 시도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정확한 실체와 행적을 알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뻔뻔하게 부정부패를 일삼는 ‘모피아’의 실상을 극화해 낱낱이 고발했다. 또한 대한민국 경제사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영향력을 발휘해, 있는 자들만을 위한 정책과 체제를 견고하게 다져온 ‘모피아’의 정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림으로써, 작가 우석훈이 소설가로 외도를 시도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모피아’는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경부 출신들이 정부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한 말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집단은,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부조리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은 집권당의 성향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변태해왔고, 결국 정부의 권한을 뛰어넘는 막강 권력을 휘두르는 또 하나의 국가를 구축하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의 미래가 위험하다! “이 작품이 그린 미래가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리 모두의 삶은 송두리째 파괴될 것이다!” 이 소설은 5년간의 보수당 집권 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재창출한 ‘시민의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이한 2014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경제를 장악해온 모피아가 ‘경제 민주화’를 모토로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경제쿠데타’를 일으킨다는 지극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오랜 시간 그들의 행적을 추적한 작가의 상상력이 만든 이 가상의 이야기는, 허구를 넘어 마치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미리 읽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독자들은 마치 한 편의 르포르타주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가, 어느 새 상상의 공간에서 길을 읽고 배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