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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입니다.
2026-05-26
『바람의 선물』은 흔들리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된 그림책입니다.
살다 보면 바람은 늘 두렵게 느껴집니다. 흔들리고, 불안하고, 지금 내가 잘 자라고 있는 건지조차 모르겠는 날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숲이 바람을 견디며 더 깊게 뿌리내리듯, 사람도 삶의 흔들림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상담실에서 만났던 수많은 마음들과 제 시간들이 함께 녹아 있는 책입니다.
어른에게도 조용한 위로가 되어주는 그림책 한 권.
『바람의 선물』이 누군가의 오늘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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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라는 이름의 바람을 처음 만나는 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바람을 만난다. 예기치 못한 변화, 낯선 관계,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 그 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는 대부분 몸을 웅크리거나 피할 곳을 찾고는 한다. 숲속의 어린 나무인 솔이도 처음에는 그랬다. 키가 큰 어른 나무들로부터 바람은 조심해야 하는 존재이며, 바람이 자신을 넘어뜨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솔이는 바람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겁을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솔이의 몸이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은 ‘흔들린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른 나무들의 말처럼 바람은 솔이를 해치려고 온 것일까? 솔이는 긴장한 얼굴로 바람에게 묻는다. “혹시 나를 넘어뜨릴 거니?” 그 질문 속에는 우리 모두가 낯선 존재 앞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두려움이 담겨 있다. 알 수 없는 것, 처음 겪는 것,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를 흔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공을 들여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두려움을 느끼는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솔이가 바람 앞에서 처음 무서움을 느꼈던 것처럼 우리도 삶의 굴곡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의 반응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두려움이 우리를 완전히 멈추게 내버려 두느냐,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느냐다. 시련을 마주한 솔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기를 바란다. 흔들릴수록 깊어지는 뿌리에 대해 봄바람, 마파람, 높새바람, 눈바람.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찾아온 바람들은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솔이를 흔든다. 봄바람은 솔이의 잎사귀를 살랑살랑 춤추게 했고, 마파람은 소금기 가득한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솔이의 잎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가을의 높새바람은 나뭇잎을 타고 노랗고 붉게 물들이며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도록 해 주었고, 겨울의 눈바람은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을 피웠다. 그렇게 계절을 거듭하는 동안 솔이의 몸은 조금씩 커지고, 뿌리는 점점 더 깊은 땅속으로 뻗어나간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솔이가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쌓여 솔이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시련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강한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바람의 선물》이 말하는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날에는 오히려 뿌리가 가늘어진다는 것. 솔이가 싹쓸바람을 쫓아버린 뒤 며칠이 지나자 아무리 힘을 줘도 땅속 깊이 쭉쭉 뻗어나가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흔들린다는 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말. 그건 아주 단순하고 우리 모두가 아는 삶의 진리이지만, 정작 우리가 힘들 때에는 그걸 가장 먼저 잊고 만다. 그건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일 것이다. 힘든 시간이 지나간 뒤 우리가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다는 사실. 넘어질 것 같았던 순간들이 사실은 나를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과정이었다는 것. 그 사실을 작은 나무 솔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어른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흔들리는 당신에게 건네는 말 솔이의 이야기는 숲속 작은 나무의 이야기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 바람 앞에서 겁을 먹던 솔이, 계절마다 찾아오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커져 가던 솔이, 그리고 싹쓸바람이 떠난 뒤 혼자 남겨진 적막함을 견뎌낸 솔이. 그 모든 장면이 낯설지 않은 건,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런 시간들을 통과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의 선물》은 솔이의 여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흔들리는 것이 두렵고, 버겁고, 때로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때는 이 책을 펼쳐 솔이를 한 번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솔이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기억한다면, 지금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 책이 낯선 것 앞에서 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언젠가부터 흔들리는 게 무서워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좌절하거나 주저앉고 싶은 순간, 이 책의 솔이처럼 조용히 말해보았으면 한다. 바람아, 나는 괜찮아. 흔들려도 괜찮아. 그게 바로 내가 자라고 있다는 뜻이니까. |